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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2월 17일 야곱의 우물-마르 9, 2-13 묵상/ 산 아래 마을에서
작성자권수현 쪽지 캡슐 작성일2007-02-17 조회수489 추천수2 반대(0) 신고

산 아래 마을에서

그때에 예수님께서 베드로와 야고보와 요한만 따로 데리고 높은 산에 오르셨다. 그리고 그들 앞에서 모습이 변하셨다. 그분의 옷은 이 세상 어떤 마전장이도 그토록 하얗게 할 수 없을 만큼 새하얗게 빛났다. 그때에 엘리야가 모세와 함께 그들 앞에 나타나 예수님과 이야기를 나누었다. 그러자 베드로가 나서서 예수님께 말하였다. “스승님, 저희가 여기에서 지내면 좋겠습니다.저희가 초막 셋을 지어 하나는 스승님께, 하나는 모세께, 또 하나는 엘리야께 드리겠습니다.”

 

사실 베드로는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랐던 것이다. 제자들이 모두 겁에 질려 있었기 때문이다. 그때에 구름이 일어 그들을 덮더니 그 구름 속에서, “이는 내가 사랑하는 아들이니 너희는 그의 말을 들어라” 하는 소리가 났다. 그 순간 그들이 둘러보자 더 이상 아무도 보이지 않고 예수님만 그들 곁에 계셨다. 그들이 산에서 내려올 때에 예수님께서는 그들에게 사람의 아들이 죽은 이들 가운데에서 다시 살아날 때까지 지금 본 것을 아무에게도 말하지 말라고 분부하셨다. 그들은 이 말씀을 지켰다.

 

그러나 죽은 이들 가운데에서 다시 살아난다는 것이 무슨 뜻인지를 저희끼리 서로 물어보았다. 제자들이 예수님께 “율법학자들은 어째서 엘리야가 먼저 와야 한다고 말합니까?” 하고 물었다. 그러자 예수님께서 그들에게 말씀하셨다. “과연 엘리야가 먼저 와서 모든 것을 바로잡는다. 그런데 사람의 아들이 많은 고난과 멸시를 받으리라고 성경에 기록되어 있는 것은 무슨 까닭이겠느냐?

 

사실 내가 너희에게 말하는데, 엘리야에 관하여 성경에 기록된 대로 그가 이미 왔지만 사람들은 그를 제멋대로 다루었다.”
(마르 9,2-­13)

◆괴테의 소설 「파우스트」에서 파우스트는 메피스토펠레스에게 “순간이여, 정지하라! 너는 참으로 아름답다!” 하고 이야기하는 순간 자신의 목숨과 영혼을 거두어 가도 좋다고 합니다. 사랑하는 연인들에게는 헤어지는 순간이 늘 아쉽듯이 살아가면서 누구나 ‘이 순간이 영원하였으면’ 하는 순간이 있습니다. 아름다운 광경을 목격할 때, 지극히 평화로운 상황에 머무를 때, 애타게 그리워하던 것들과 만나게 될 때 우리는 그곳에 영원히 머물고 싶은 억제할 수 없는 욕구와 만나게 됩니다.

 

가끔씩 평화롭게 음악을 들으며 생각도 정리하고 책을 읽으며, 마음에서 우러나오는 글을 쓰면서, 등산을 하다가 아름다운 계곡을 바라보면서, 피곤에 지친 몸으로 돌아와 아늑한 방에 누워 이불을 덮으면서, 동네 공원에서 티없이 맑은 아이들의 웃음과 놀이를 보면서, 어려움 속에서도 지순한 신념과 꿈을 위해 엄숙하고 꼿꼿하게 살아가는 사람들을 보면서 나도 말하고 싶은 충동을 느낍니다. ‘순간이여, 정지하라! 너는 참으로 아름답다!’
그러나 우리는 제자들과 함께 다시 산 아래 마을로 내려오시는 예수님과 함께 사람들의 마을 한복판으로 들어가야 합니다. 시장 한복판으로 돌아가야 합니다.

 

 

그리고 신앙을 살아가는 일이 산 위에 초막을 짓고 머무는 일이 아니라 그 체험과 기억의 힘으로 산 아래 마을의 현실을 살아내는 일이라는 사실을 인정해야 합니다. 마을에 살면서 늘 산상에 대한 그리움으로 현실을 인정하지 않는 사람도, 산상의 체험과 기억 없이 산 아래 마을이 유일한 삶의 지평과 현실이라고 믿고 살아가는 사람도 모두 참된 그리스도인은 아닙니다. 하느님께서 우리에게 주시는 산 위의 모든 평화와 기쁨은 우리에게 다시 산 아래 마을과 이웃을 향해 뚜벅뚜벅 걸어가게 하는 사랑과 용기입니다.

김홍일 신부(성공회 · 나눔의 집 협의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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