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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삶은 허무(虛無)가 아니라 축복(祝福)-----2007.2.18 주일 설
작성자김명준 쪽지 캡슐 작성일2007-02-18 조회수536 추천수7 반대(0) 신고

이수철 프란치스코 성 요셉 수도원 원장신부님 강론 말씀

 

 

 

 

2007.2.18 주일    설

                                                  

민수6,22-27 야고4,13-15 루카12,35-40

                                            

 

삶은 허무(虛無)가 아니라 축복(祝福)



‘공수래공수거(空手來空手去)’,

빈손으로 왔다가 빈손으로 간다는,

즉 세상에 태어났다가 허무하게 죽는다는

불가의 말을 잘 기억하실 것입니다.

 

또 ‘화무십일홍(花無十日紅)’, 열흘 붉은 꽃이 없다는,

즉 한번 성했던 것도 얼마 못가서 쇠해진다는 말도

잘 기억하실 것입니다.

 

허무의 분위기가 물씬 풍기는 말들입니다.

사실 옛 선비들의 숱한 한시(漢詩)를 봐도

대부분 그 저변에 깔려있는

쓸쓸한 허무의 분위기를 느낄 수 있습니다.

나이 들어가면서 세상사와 인생사를 알아갈수록

허무도 깊어지는 것 같습니다.


마침 오늘 성무일도 독서도 다음의 코헬렛으로 시작됐습니다.
“허무로다, 허무!  코헬렛이 말한다.
  허무로다, 허무! 모든 것이 허무로다!
  태양 아래에서 애쓰는 모든 노고가
  사람에게 무슨 보람이 있으랴?
  한 세대가 가고 또 한 세대가 오지만
  땅은 영원히 그대로다.
  태양은 뜨고 지지만 떠올랐던 그곳으로 서둘러 간다.”


살만큼 산 사람들 구구절절 공감이 가는 말씀이 아닙니까?

 

이어 오늘의 야고보서의 말씀도 허무의 냄새가 물씬 풍깁니다.
“여러분은 내일 일을 알지 못합니다.

  여러분의 생명이 무엇입니까?

  여러분은 잠깐 나타났다가 사라져 버리는

  한 줄기 연기일 따름입니다.”


다음 코헬렛의 마지막 결론의 말씀을 들어보십시오.
“하느님을 경외하고 그분의 계명들을 지켜라.
  이야말로 모든 인간에게 지당한 것이다.”


그러니 하느님을 믿는 사람들,

비록 허무로 시작할지라도 축복으로 끝납니다.

허무의 문을 들어서면 축복 가득한 삶입니다.

허무의 빈 그릇에 가득 차있는 생명수의 축복입니다.


오늘 우리 수도자들 다음 초대송 후렴으로

하루를 열었습니다.
“어서와 하느님께 노래 부르세.

  구원의 바위 앞에 목청 돋우세. 알렐루야!”


또 하루는 다음의 끝기도의 강복으로 마칩니다.
“전능하시고 자비하신 하느님 성부와 성자와 성령은

  이 밤을 편히 쉬게 하시고 거룩한 죽음을 맞게 하소서.”


하느님으로 시작해서 하느님으로 끝나는

우리의 하루요 일생입니다.

결코 허무로 시작해서 허무로 끝나는 우리의 하루가,

일생이 아닙니다.

 

태양 떠오르면서 저절로 사라지는 어둠처럼

하느님 태양이 우리 마음 하늘에 떠오르면서

자취 없이 사라지는 허무의 어둠입니다.

끊임없이 바치는 찬미와 감사의 기도가

허무의 구름을 날려버립니다.


그렇습니다.


태양 같은 하느님에, 태양 빛, 태양 열 같은 축복입니다.
하느님을 바라보십시오.

하느님을 바라봄 자체가 축복입니다.

 

기쁨에 넘치고 여러분 얼굴에 부끄러움이 없을 것입니다.

하느님을 바라보는 것은 막연하거나 애매하지도 않습니다.

 

매일의 미사시간, 기도시간,

하느님을 바라보는 시간입니다.

주님으로 축복을 받는 시간입니다.

하느님을 믿는 이들에게는 매일이 설날이요 새날입니다.


민수기 말씀대로,

주님께서는 우리에게 복을 내리시고 우리를 지켜 주십니다.

 

주님께서는 우리에게 당신 얼굴을 비추시고,

우리들에게 은혜를 베푸십니다.

 

주님께서는 우리에게 당신 얼굴을 들어 보이시고,

우리들에게 평화를 베푸십니다.

도대체 허무의 어둠이 깃들 일 여지가 전혀 없습니다.


기도로 깨어있을 때 하느님의 얼굴을 뵙고 축복을 받습니다.
제대와 십자가의 주님을 바라보는 여러분들은

하느님의 얼굴을 뵙고 있는 것입니다.

 

기도로 축복 받은 이들,

저절로 깨어있는 삶을 살게 됩니다.

 

과거의 상처는 치유되고 미래의 두려움은 사라져

비로소 ‘지금 여기’를 살게 됩니다.

 

그러나 전례기도시간에만 깨어있는 게 아니라

일상의 삶 중에도 깨어있는 삶이 영성의 절정입니다.

깨어있을 때 겸손하고도 순수한 마음입니다.


우리 모두를 향한 주님의 간곡한 당부 말씀입니다.
“너희는 허리에 띠를 매고 등불을 켜 놓고 있어라.
  행복하여라,

  주인이 와서 볼 때에 깨어 기다리고 있는 종들!
  주인이 밤중에 오든 새벽에 오든

  종들의 그러한 모습을 보게 되면,

  그 종들은 행복하다.

  너희도 준비하고 있어라.

  너희가 생각지도 않은 때에 사람의 아들이 올 것이다.”


깨어있는 이들 마음 하늘 안에

환히 빛나는 하느님의 태양입니다.


허무의 어둠은 하느님 사랑의 빛나는 현존이 되고,

우리는 하느님의 축복의 결정체가 됩니다.


그렇습니다.

믿지 않는 자들에게 삶은 허무이겠지만,

하느님을 믿는 우리에겐 삶은 축복입니다.

 

고해의 삶이 아니라 매일 매일이 축제의 삶입니다.

오늘도 이 거룩한 설날 미사를 통해

좋으신 주님의 우리 내면의 허무의 어둠을 몰아내시고

우리를 축복하시어 당신의 빛과 생명,

사랑으로 가득 채워 주십니다.

 

이 좋은 설날 복 많이 받으십시오.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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