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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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꽃이 아름다운것은
작성자서수미 쪽지 캡슐 작성일2007-02-19 조회수565 추천수5 반대(0)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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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 주일이 시작되는 월요일이면 나를 찿아와서 어김없이 꽃을 가져오는 사람이 있다. 이사 와서 성당 교적을 옮겼는데 이 지역 구역장의 방문을 받게 된 것이 인연이 되었다. 그런데 알고 보니 동사무소에서 꽃꽂이를 가르치고 있는 선생이었다. 교회나 성당의 성전에다 꽃꽃이 봉사를 하는 그 사람에게 한달에 주는 만원의 꽃값은 그리 비싼 것도 아니었으므로 일주일 동안 새로운꽃을 기다리면서 행복할수 있었다. 시어머니께서는 잠깐 보다 시들어 버리는 꽃으로 돈을 내버린다고 말리시기도 했지만, 문명의 이기 때문에 이제는 예전과 달리 생화 못잖게 잘 만들어져 나오는 조화가 눈으로 구별하기가 간단치 않다. 그래서 두고두고 장식하고 볼 수 있는 조화를 선호하는 사람도 적지 않다. 그러나 한 겨울에도 환하게 제각기 향기를 가지고 핀 꽃을 받아들고 새 롭게 한 주일을 시작하는 기쁨이야 어찌 생명 없는 조화에다 비교할수 있겠는가. 무심코 꽃잎과 수술의 수를 세다 신기한 사실을 하나 발견하게 되었다. 꽃잎과 수술 사이에는 일정한 수의 비율과 대칭관계가 성립되어 있다는 사실이었다. 그동안 알지 못했던 꽃의 신비스러움이 내 눈길을 사로잡았다. 꽃들은 철 따라 곱고 아름답게 자신의 모습을 아무렇게나 만드는 것이 아니었다. 자신이 피워 올린 꽃잎의 수를 정확히 알고 있었고 그 꽃잎의 수에 따라 수술의 수를 조절하고 있었다. 어디 그 뿐이랴. 사람이 기꺼운 모습으로 마음의문을 열어주는 것처럼 꽃이 필 때는 오므려 있다가 흔들리면서 핀다는 사실이었다. 꽃의 오묘한 신비에서 그 꽃의 향기는 그저 만들어 지는 것이 아님을 알수 있었다. 나이 든 이즈음에야 나는 꽃을 보면서 행복은 멀리 있는 게 아니라 내 안에 있다는 사실을 새삼 깨닫고 있다. 결혼 전에는 음질 좋은 오디오와 내가 좋아하는 책과 매일 물을 갈아줄 꽃 한 송이만 곁에 두고 살 수 있으면 행복할 수 있으리라 생각했는데 막상 신혼이 지나고 빠듯한 생활인의 모습으로 접어들자 남편이 기념일에 사다 안겨준 꽃다발도 어느새 반찬값으로 어림짐작하며 아까워했다. 아름다움을 바라보는 관조의 눈길도 애써 외면하며 소유에 대한 집착이 커져, 내 자식 내 남편에 대한 욕심으로 때론 눈 멀고 귀 먼 그 시절은 내 모습은 참 미워 보였다. 세상을 달관하고자 하는 도인 같은 삶을 지향하는 바는 더더욱 아니지만 작은 행복에도 기쁨은 배가 되고 소소한 기꺼움엔 마음도 넓어지며 또한 더불어 사는 삶이 무던히도 고맙게 느껴지니 이제야 점점 어른이 되어 간다는 생각이 든다. 내가 인생을 사랑하는 방법에서 또 터득한 것이 있다면 좋은 사람들과 정서적인 교감을 나눌때다. 새로운 사람에 대한 기대도 희망도 없다고 생각되었던 나에게 환한 빛과 같은 키메라를 연상시키는 친구가 생겼다. 내가 그녀를 알게 된 것은 고 3 아들에 대한 미안함으로 수능 100일 기도에 나가서였다 서로 얘기를 나누다 보니 그녀 역시 나와 같은 처지의 거동이 편치 않은 홀시아버지를 모신다는 것이 동병상련처럼 신뢰감이 갔다. 처음 만난 그녀가 김치를 고소한 참기름에 버무려 내게 주었을 때 나는 한번에마음을 빼앗기고 말았다. 알코올 중독이었던 시어머니를 저세상에 보내고 장사를 하는 그녀는 새벽 시장에 내다팔 옷을 구입하러 간다. 남편의 잦은 사업실패로 가장이다시피 인고의 세월을 보낸 그녀는 고통과 절망 속에서도 한떨기 꽃으로 생각하자고 결심했단다. 그때부터 남들 앞에서는 환한 웃음을 보여야지 싶어 밤새 울어서 퉁퉁 부은 눈을 파란 아이섀도로 감추면서 표정관리를 했다고 한다. 그런 성숙함은 그녀의 얼굴에 항상 웃음이 가득하게 만들었으며 또 그녀와 함께 있는 모든 이들에게도 그 행복을 나눠줬다. 그녀는 어려운 이웃을 위해 틈틈이 베풀며 봉사하는 일을 기쁨으로 삼고 있으니 남을 배려하고 아픔을 함께 할 수 있는 것도 스스로 느끼고 깨우쳐야 마음에서 우러나는 것임을 보여준다. “산다는 것은 사실 별 게 아니다. 좋아하는 사람들 끼리 모여서 즐겁게 일하고, 힘든 일이 있으면 서로 도우면 되는 것이다. 먹고 살 만큼 벌고, 남는 게 있을 땐 없는 사람들에게 나누어주면 그만이다” 라고 누군가 말했던 것처럼 세상의 모든 학문과 종교도 이런 작은 진실을 이해하고 실천하는데 집중해야 마땅한 게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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