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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로마의 도둑보다 더 재빠르게 / 신원식 신부님 강론 말씀
작성자박영희 쪽지 캡슐 작성일2007-02-19 조회수979 추천수14 반대(0) 신고
 

2월 18일(일)요일 가톨릭 출판사에서 있었던 동정 가르멜회에서 주관한 관상피정 미사에서 해주신 신원식 베드로 신부님(예수회 수련원장)의 강론 말씀입니다.  

 

오늘 복음 말씀은 기다림에 대한 예수님의 말씀입니다. 기다림은 주인이 오기를 기다리는 것과 또 한가지는 깨어서 기다리라는 것입니다. 

 

예수님께서 "주인이 오지 않으면 도둑이 올것이다." 는 말씀을 하고 계십니다.

 

저는 한 달 동안 로마에서 보냈습니다. 신부가 되면 더 이상 공부를 하지 않아도 되는 줄 알았는데....쎄미나가 끝나고 짐을 챙겨서 한국으로 돌아오기 위해 기차역으로 갔습니다.

 

택시는 돈이 많이 들고 기차는 택시요금의 10/1밖에 들지 않기 때문에 기차를 타고 공항까지 가기로 한 것입니다. 가난하게 살라는 수도자의 삶을 살아야하기 때문입니다. 

 

옷가방 하나와 컴퓨터가 든 작은 가방을 메고 플랫홈으로 나가는 중에 눈 뻔히 뜨고 도둑을 맞았습니다. 로마에서 도둑맞은 이야기를 많이 들었는데 그렇게 빨리 훔쳐가는 줄 몰랐습니다.

 

가방을 들고 가는데  "툭 " 떨어지는 소리가 났습니다. 제가 이태리 말을 모르니까 지나가는 사람들이 새똥이 떨어졌다고 하는 것 같기도 하였습니다. 컴퓨터가 든 가방을 내려 놓고 가방에 묻은 것을 닦고 큰 가방을 챙기는 사이에 5초, 아니 5초도 안되는 순간에 컴퓨터가 든 가방이 없어졌습니다.

 

조심한다고 했는데, 그 사이에 들고 튀어 역 바깥으로 가버렸습니다. 한순간 멍해서

 

 "이게 뭐야, 왜 가방이 없지?" 

 

사람들이 세 명이 뛰더라고 이야기해 주었습니다. 컴퓨터 날라갔지, 카메라 날라갔지, 수도자들에게 줄 선물과 비행기표와 여권 날라갔지, 게다가 돈까지 날라갔지...서원할 때 십자가를 주려고 십자가를 사기 위한 돈도 꽤 들어 있었습니다.

 

2월 5일에 처음으로 수련자를 맞이해야 하므로 이태리 말을 하는 사람을 데리고 가서 여권을 다시 만들어 2월 7일에 겨우 도착해서 입회식을 하였습니다.

 

오늘 복음이 그 말씀입니다.

 

 "도둑이 언제 올지 모르니 깨어 있어라."

 

한편으로 화도 나지만 존경스럽다고나 할까? 완전히 그 짧은 순간에...프로패셔널하다는 셍각이 들었습니다.

 

여러가지 생각을 많이 했습니다. 운전 면허증도 잃어 버리고, 그런 것 걱정 안하는 나라에서 살고 있으니까 다행스럽다는 생각도 했습니다. 화장실 갈 때 가방 놓아두고 되는 그런면에서 안전한 우리 나라입니다.  

 

컴퓨터를 새로 사서 이냐시오 성인이 살았던 곳도 찍어서 수련자들에게 보여 주려고 편집까지 해놓았는데...

 

그러나 그런 것들을 잃어버려서 불편하긴 하지만 삶에 큰 영향을 미치거나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지는 않습니다.

 

그런데 우리가 깨어 있지 않으면 주인이 오는 것을 알지 못하고 도둑이 들어와서 훔쳐갑니다. 무엇을 훔쳐 가느냐? 생명을 훔쳐갑니다. 이것을 조금씩 조금씩 훔쳐가니까 무엇인지도 모르고 도둑 맞는 것입니다. 

 

왜 그런 것 있지 않아요? 영화에서 독살을 하는데 비소를, 독약을 조금씩 집어 넣어서 죽임을 당하는...우리가 생명을 도둑 맞는 것이 그런 것입니다. 우리가 조금씩 조금씩 생명을 도둑맞고 있습니다. 

 

컴퓨터를 도둑맞고, 이런 것은 화가 나지만 우리가 생명을 도둑 맞는 것에 대해서는 모르니까 화가나지 않습니다.

 

하느님은 생명이십니다. 우리가 하느님께 가까이 가면 갈수록 우리 삶이 생명을 얻는 것입니다. 영적체험을 해나가는 사람들의 삶은 생명이 있습니다. 삶이 지루하지 않고 똑같은 일상의 반복이 아니고 하느님이 생명이시기 때문에 그 생명을 받는 것입니다. 

 

우리가 깨어 있지 못하고 가만히 있으면 우리가 받은 생명을 조금씩 조금씩 훔쳐가는 것입니다.

 

사탄이라는 것은 추상적이고 상징적인 그런 것으로 이해하면 우리가 자유로와질 수 없습니다. 영적지도를 하다보면 사탄은 실체입니다. 대부분 영적체험자들이 경험하는 것입니다. 사탄이 얼마나 교묘하게 훔쳐가는지 로마의 도둑보다 더 재빠르게 도둑질을 해갑니다.

 

우리가 삶에서 생명을 느끼면 내 삶이 살아 있고 생명이 있습니다. 열정이 있습니다. 이것이 생명의 특징입니다. 그러한 생명이 있다면 우리가 하느님께로 나아가고 있다는 증거가 되는 것입니다. 우리가 생명이 부족하다면 무언가 생명을 도둑 맞고 있는 것입니다. 

 

우리가 깨어 있다는 것이 어떤 것인가? 깨어 있는다는 것은 도둑 맞지 않는다는 것이지요. 그러기 위해서는 도둑에 대해서도 잘 알아야하고 하느님에 대해서도 잘 알아야합니다.

 

도둑에 대해서도 잘 알아야 하는데, "로마에서 도둑맞은 이야기" 이런 이야기를 수십 번 들었습니다. 로마에서 다 털리고 나니까 이제 진짜로 아는 것입니다. 다음에는 절대로 안털리지요.  도둑에 대해서 알아야 하고 도둑에 대해서 관심이 있어야 합니다.

 

뭘 노리고 있는지? 어떤 때에 도둑질을 해 가는지...여기 뭐 묻었다고 가방 닦는다고 그런 짓은 안했을 것입니다. 우리가 도둑 맞는 이유는 뻔합니다. 생명에 관심이 있는 것이 아니고, 뭐 묻은 것에 관심이 있는 것입니다. 우리 관심이 생명에 있고 도둑에게 있으면 도둑 맞지 않습니다.

 

어디에 관심이 있는가가 우리 신앙생활에서 굉장히 중요합니다. 내가 24평짜리 아파트에 산다. 다른 친구들은 40평 50평에 사는데... 성당에 가서 열심히 기도를 합니다. 기도를 열심히 하는 것은 좋은데 하느님 생명에 관심이 있는가? 아파트에 관심이 있는가? 내가 생명에 관심이 없으면 도둑 맞는 것이지요.

 

내가 어떤 사람이 굉장히 미워요. "저 사람을 미워하지 않게 해 주세요." 생명에 관심이 있는 것인지, 내 마음이 불편해서 내 마음에 관심이 있는 것인지 잘 보아야 합니다. 내 삶에서 생명을 느끼지 못하고 있다면 생명을 도둑 맞고 있는 것입니다.

 

다른 한편으로는 사탄, 도둑에 대해서도 관심이 있어야 합니다. 컴퓨터, 여권, 카메라 이런 것을 도둑맞는 것은 아무것도 아닙니다. 조금 불편할 뿐입니다. 그런데  생명을 도둑 맞는 것은 중요한 것입니다. 내가 생명을 도둑 맞는 것은 나한테 중대한 것입니다.

 

나뿐만 아니라 주변 사람들에게도 중요한 것입니다. 내가 생명에 관심이 있으면 아이들에게도 마찬가지입니다. 우리가 영의 식별에서 첫 번째는 모든 것 안에서 하느님을 찾고, 그 다음에는 내 삶의 역사에서 일어나는  모든 사건에서 하는님이 어떻게 하시는지 자꾸 알아들으려고 노력해야 합니다.

 

내가 어떤 사건에서 도둑이 어떻게 교묘하게 다가오는지 그런 것들을 잘 들여다보는 눈이 필요하고 그것을 잘 연습해야 합니다. 도둑 맞은 날 이태리 신부님을 대동하고 여권을 만들고 돌아오니까 만나는 사람마다 도둑맞은 이야기를 해야하고, 그 사람들의 도둑 맞은 이야기를 다 들어 주어야하고  피곤했습니다. "다리에 컴퓨터를 끼고 공중전화를 할 때에 컴퓨터를 빼갔다." 는 등...

 

저녁에 잠을 못잤습니다. 어떻게 7일까지 돌아가야 되나? 그런 사건안에서 하느님을 발견하고 어떻게 도둑이 들어오는지 알아차려야지요. 침대에 누워서 이런 저런 생각을 했습니다. "이미 일어난 일인데..." "내일 역에 가서 한 번 잡아 봐? 잡았을 때 발로 차나?"

 

영의 식별은 이렇습니다. 내 안에서 일어 나는 것이 도둑이 가져 오는 것인지? 하느님으로부터 오는 것인지? 침대에 누워서 어떤 상상을 했는가 하면  옆에 천사가 있고, 또 다른 옆에 마귀가 한 마리 있다. 이 놈이 도둑놈입니다. 이놈이 생명을 빼앗아가는 것이지요.

 

이 놈은 분노를 일으키게 하고 괴롭혀서 잠을 못자게 하고, "가방에 무엇이 있었는지 생각해 봐...컴퓨터와 새로 산 전자 사전, '화나지?' '화나지?' 이쪽의 천사는 그냥 가만히 있는 것이지요. 이쪽은 괴롭힐려고 온갖 수작을 다 쓰고 있는 것이지요. 미움, 증오를 막 불러 일으키는 것이지요.

 

내가 침대에 누워 있고, 마귀가 나를 괴롭히는 것을 상상으로 보면서 "놀고 있네." 하면서 깨닫는 것입니다. 이러한 상상을 하면서 마음이 편안해졌습니다. 아침에 일어났는데 그렇게 개운할 수가 없었습니다.

 

우리는 아주 쉽게 도둑에게 넘어갑니다. 하느님에게서 오는 것도 있고, 도둑에게서 오는 것도 있습니다. 이것만 잘 구분하면 쉽게 자유로와질 수 있습니다. 오늘 복음 말씀을 잘 상기하면서 도둑에 대하여 관심을 가지고 보아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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