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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 십자가를 져라 . . . . . [고 마태오 신부님]
작성자김혜경 쪽지 캡슐 작성일2007-02-21 조회수1,242 추천수16 반대(0) 신고

 

 

 

 

 

1994년 봄,

나는 지병인 당뇨병이 말기 현상에 들어섰다는 진단을 받은 바 있습니다.

그 무렵 몸 여기저기에 이상한 증세가 나타난데다가 심한 피곤과

의욕상실증에 시달리고 있었습니다.

 

종합진단을 받은 결과,

20여년간 지속해온 당뇨병의 말기 증세가 나타났던 것입니다.

 

'이렇게 인생이 끝나는구나!'

하는 생각이 드니 죽음은 두렵지 않았으나 왠지 쓸쓸하고 외로웠습니다.

 

'시작한 모든 것은 끝이 있다'는 전도서의 말대로 어차피 끝나야 할

내 인생이지만 60여년간 살아 온 지상의 삶과의 이별이라는 감정은

나에게 고독을 안겨주었습니다.

 

어딘가 조용한 곳을 찾아가 우선 쉬면서 살아온 인생을 반성해 보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성보누아 호숫가에 있는 베네딕도 수도원을 찾아가

3일 간의 휴식과 반성의 시간을 보냈습니다.

 

첫날은 잠을 실컷 자고...

다음날 소성당에 들어가 감실 앞에서

멍하니...

한참을...

앉아 있었습니다.

 

성체 안에 계시는 주님을 부르며 뭔가 기도를 드리려 하니

마태오 복음 25장에 나오는 '달란트'의 비유가 생각났습니다.

 

하느님께서는 우리의 일상적 삶과 구원에 필요한 모든 은총을

골고루 주시는데 최후의 심판날에

그에 대한 셈을 하신다는 것이 아닙니까?

 

물론 우리의 구원은 모두 주님의 은혜이지만

달란트의 비유가 뜻하는 셈은

바로 그 은혜에 협력한 우리 신앙생활을 말하는 것이 아니겠습니까?

 

그렇다면 내 60평생에 있었던 주님의 은총을 나는 어떻게 활용했으며

또 무엇을 셈으로 바쳐야 하는가?

이런 질문이 마음에 메아리쳤을 때 나는 우선 하느님께 죄스러움과

나 자신에 대해 심한 부끄러움을 느꼈습니다.

그러나 나는 무언가 하느님께 셈을 바쳐야만 했습니다.

 

'인자는 자기 아버지의 영광에 싸여 자기 천사들과 함께 올 터인데

 그때에 각자에게 그 행실대로 갚아 줄 것입니다.'

 

'여러분은 착각하지 마시오.

 하느님은 아무도 당신을 우롱하게 버려두지 않으십니다.

 사람은 자기가 씨 뿌린 것을 거두는 법입니다.

 그러기에 자기의 육에다 씨 뿌리는 사람은

 사람의 육에서 부패를 거두겠지만,

 영에다 씨 뿌리는 사람은

 영에서 영원한 생명을 거둘 것입니다.' (갈라 6,7-8)

 

내가 살아온 삶이 그래도 하느님을 위한 사업과 또 이웃을 위한

선과 희생, 그리고 '너'와 함께하는 사랑이었다고 생각하지만,

죽음 앞에 선 처지에서 돌이켜 보았을 때,

그 모든 것은...

나 자신을 위한 명예와 체면과 허세와 교만처럼 느껴졌습니다.

 

미국 텔레비젼 프로의 유명한 '에드설리번 쇼'의 사회자는 은퇴하면서

다음과 같은 말을 남겼습니다.

 

"내 인생에 두가지 비참한 것이 있었다.

 그 중 하나는 나 자신의 명예를 위해 계획했던 일이 성공적으로

 성취되었을 때 느낀 공허감과,

 또 하나는 내가 간절히 원하던 일이 완전히 실패로 끝났을 때 느낀

 절망감이었다.

 

 그러나 반대로 내 인생에는 두 가지 기쁨과 평화가 있었다.

 나의 도움을 받은 사람들이 행복해 하는 모습을 보는 것이고,

 또 하나는 인간적으로 도저히 용서할 수 없는 일을 용서해 주었을 때

 느끼는 마음의 평화이다.

 이 기쁨과 평화야말로 내 인생을 영화롭게 해준 하느님의 축복이었다."

 

그렇습니다!

 

'나'자신을 위한 모든 것은

결국 우리에게 공허감과 절망감을 안겨주지만,

'너'라는 사랑의 대상을 위한 일체의 것은

기쁨과 평화가 주님의 축복 속에 영원히 남아 있게 됩니다.

 

나는 다음과 같은 기도를 바쳤습니다.

 

"주님,

 비록 저 자신의 인간적 내지 사제적 인생이 비겁함과 태만과 허식

 교만과 실수와 죄악 등으로 점철되어 있다 하더라도

 주님,

 저는 태양을 향해 있는 해바라기처럼 당신을 바라보며 살아왔습니다.

 저를 당신의 크옵신 자비안에 불쌍히 여겨 주십시오!"

 

 

 

 

- [쟌느 수녀님께] 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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