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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어쩔수 없는 내 사랑[양승국신부님]
작성자이미경 쪽지 캡슐 작성일2007-02-22 조회수868 추천수9 반대(0) 신고
2007년 2월 22일 목요일 성 베드로 사도좌 축일
 
 
“그러면 너희는 나를 누구라고 생각하느냐?”


 <어쩔 수 없는 내 사랑>


사랑에 깊이 빠져보신 적이 있습니까? 심리학자인 도로시 테노브 박사는 사랑에 빠질 때 나타나는 현상을 오랫동안 연구해왔습니다. 사랑에 빠지는 경험이 절정에 이를 때 연인들은 일종의 천국체험을 하게 된답니다. 상대방과 함께 보내는 것은 천국의 대기실에 있는 느낌이랍니다. 사랑에 빠진 사람은 상대방이 완전하다는 환상도 갖는다는군요. 잠깐 눈이 머는 현상이 지속되는 것입니다(게리 채프먼, ‘5가지 사랑의 언어’ 참조).


그러나 연구 결과에 따르면 사랑에 사로잡힌 기간은 평균 2년이란 결론이 나왔답니다. 결국 오래가지 않아 구름 위를 떠다니는 상태에서 벗어나 현실을 직시하게 되지요. 현실적인 눈이 열리면서 슬슬 상대방의 결점들이 보이기 시작합니다.


현실은 엄연히 현실이지요. 꿈에서 깨어나 보니 사랑에 빠졌을 때는 아무것도 아닌 것들이었는데 태산이 되어 다가옵니다. 머리카락이 세면대 위에 남아있는 것이 눈에 띄기 시작합니다. 쩝쩝, 후루룩 밥 먹는 소리가 유난히 크게 들리기 시작합니다. 아무 곳에나 던져놓은 냄새나는 양말이 기분을 잡치게 만듭니다.


사랑에 빠지는 황홀한 감정은 결코 영원히 지속되지 않습니다. 우리의 심각한 착각은 사랑이 영원히 지속될 것이라고 믿는 것입니다.


사실 진정한 사랑은 사랑에 빠진 감정을 벗어나면서 비로소 시작됩니다. 사로잡힌 감정 아래서 이루어지는 친절하고 너그러운 일을 우리는 신뢰할 수 없습니다. 그러나 현실로 돌아와서도 지속적인 친절과 너그러움이 계속된다면 그것이야말로 진정한 사랑이라 할 수 있겠습니다.


나약한 인간의 특성 상 항구한 사랑, 3년, 5년. 10년 이상 지속되는 사랑은 불가능할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 순간이나마 강렬했던 사랑의 기억은 우리의 인생 여정에 있어서 얼마나 소중한지 모릅니다. 단 한편의 아름다운 기억으로 평생을 사는 사람도 있습니다.


눈만 뜨면 생각나는 사람, 존재 자체로 행복을 주는 사람, 그와 한 세상, 한 하늘 아래 있다는 것만으로도 행복한 사람, 그가 없는 세상은 온통 회색빛으로 변하게 만드는 사람, 그로 인해 세상만물이 의미를 지니게 되는 사람, 자기중심적인 삶은 송두리째 사라지게 만들어 오로지 그에게 몰입하게 만드는 사람, 그를 위해서라면 목숨조차 아깝지 않은 사람, 그런 사랑이 어디 있을까요?


우리가 지금까지 이 세상을 살아오면서, 사랑을 갈구해오면서 절절히 체험했던 바처럼 그런 사랑은 사람에게서보다 하느님에게서 가능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께서는 제자들을 향해 질문하십니다.


"너희는 나를 누구라고 생각하느냐?”


베드로는 제대로 대답합니다.


예수님의 제대로 된 사랑에 푹 빠져본 경험이 있었던 베드로였기에 이렇게 대답합니다.


“스승님은 제 주님이십니다. 스승님은 제 불멸의 연인이십니다. 이 세상에 그 어디가도 느끼지 못할 강한 사랑의 향기를 풍기시는, 그래서 저를 늘 취하게 만드는, 사랑에 빠지게 만드는 어쩔 수 없는 내 사랑이십니다. 인간으로부터는 절대 기대할 수 없는 그 감미로운 사랑, 꿈결 같은 사랑을 영원히 주실 사랑의 주님이십니다.”


오늘 우리에게 주님은 과연 어떤 분이십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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