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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 *사제로서의 참된 단식 *~
작성자양춘식 쪽지 캡슐 작성일2007-02-23 조회수580 추천수9 반대(0) 신고

2월 23일 성 폴리카르포 주교 순교자 기념일 - 마태오 9장 14-15절


사제로서의 참된 단식


"스승님의 제자들은 어찌하여 단식하지 않습니까?"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께서는 참된 단식이 과연 무엇을 의미하는지에 대해서 설명하고 계십니다. 단식의 핵심이자 목적은 다른 무엇에 앞서서 예수 그리스도 당신 자신임을 명확히 밝히고 계십니다.


   진정한 단식은 예수 그리스도 그분 때문에 행하는 단식입니다. 예수 그리스도 그분의 우리를 향한 수난과 희생, 죽음을 묵상하기 위한 단식이 참된 단식입니다. 단식을 하는 사람들의 의식은 더욱 예수 그리스도께로 집중되어야하며 그분이 걸으셨던 십자가의 길에 관심이 모아져야 할 것입니다.


   또한 단식은 단식 그 자체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결실을 거두는 단식이어야 합니다. 단식의 결과가 이웃사랑으로 연결되어야 그 단식은 참된 단식으로 완성되는 것입니다. 세상 안으로 더욱 투신하고 그 세상을 위해 철저히 헌신하고 봉사하는 것 그것이 사제로서의 참된 단식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참된 단식에 대해서 묵상하다가 "기쁨과 희망"이란 아름다운 소식지 3월 1일자에 실린 한 수녀님의 글이 자꾸 떠올랐습니다.


   "사제가 곁에 있어도 우리는 사제가 그립다"는 제목의 수녀님 글은 얼마나 저를 부끄럽게 했는지 모릅니다.


   수녀님의 글은 사제로서 참된 단식이 무엇인지 잘 설명해주고 계셨습니다.


   "한국 교회의 구조와 한국인의 의식구조 안에서의 사제상은 우리가 익히 듣고 그려온 착한 목자상과는 거리가 먼듯하다. 어느 틈엔가 굳어진 목에선 겸손함이 그립고, 강론 준비도 제대로 안 되는 건 고사하고 주일미사에 어렵사리 나와 주님 안에 평화를 얻고자 하는 신자들을 야단쳐서 보내지 않으면 다행이다.


   신자들의 바람을 추려보면 성체 앞에 기도하며 머무는 사제의 모습이 그립고, 만나면 먼저 인사해주는 겸손하고 따뜻한 모습이 그립고, 자신과 신자들의 영성의 깊이를 더해가기 위해 공부하고 연구하는 모습이 그립고, 자기 관리가 되는 사제가 그립고, 말이 통하는 사제, 들을 귀가 큰 사제가 그립다고 한다.


   그래서 우리는 수많은 사제들과 함께 살면서도 진정한 사제가 그립다.


   다른 무엇보다도 사랑 때문에 목숨까지도 아낌없이 내어놓았던 예수 그리스도의 삶을 전공한 사제가 진짜 그립다."


   "성서와 함께" 3월호에 보니 또 다른 수녀님께서 사제로서의 참된 단식이 어떤 것인지에 대해서 잘 소개하고 계십니다.


   어느 모임에서 30대 후반으로 보이는 젊은 사제가 자신의 소중한 체험을 나누어 주었답니다.


   "제가 술에는 정말 자신이 있는 사람입니다만, 사제 생활을 시작하면서 두 가지 목표를 세웠는데, 하나는 술을 끊는 것과 또 하나는 저녁 10시에는 무슨 일이 있어도 반드시 사제관으로 돌아온다는 것입니다.


   본당 소임이 이동되어 신자들과 송별회를 하던 중, 술을 안마시고 말짱하게 앉아 있다가 10시가 가까워져서 자리에서 일어났습니다. 아우성치는 교우들을 뒤로 한 채 사제관으로 돌아와 잠을 자던 저는 병자성사를 요청하는 전화를 받고 달려가면서 주님께 감사드렸습니다.


   송별회라는 명분으로 술을 마시고 더 앉아 있었더라면 본당을 떠나면서 마지막으로 큰 오점을 남길 뻔 했으니 말입니다. 병자 성사를 받은 그 교우는 그 날 새벽에 운명을 했습니다."


   그리고 오늘 축일을 경축하는 폴리카르포 주교 순교자의 삶은 참으로 큰 의미로 다가옵니다.


   기원후 155년경 스미르나 경기장에서 화형으로 순교하신 폴리카르포는 사도들의 제자였습니다.


   자신을 화형하기 위해 사형집행인들은 장작더미를 쌓던 순간, 아무리 위대한 신앙을 지닌 사람이라 할지라도 흔들리기 마련이지요. 그 끔찍한 상황에서 도망가고 싶은 생각이 어찌 들지 않겠습니까?


   그러나 놀랍게도 폴리카르포 주교는 조금의 동요도 없이 장작더미 위로 올라가십니다. 그리고 하늘을 우러러보며 마지막 기도를 올립니다.


   “전능하신 주 하느님, 오늘 당신의 순교자들과 함께 살찌고 마음에 드는 제물로써 저를 받아주소서. 성실하고 거짓 없으신 하느님, 당신은 오늘 저를 순교자 반열에 들게 하시어 그리스도의 잔을 나누어 마시게 하셨으니 찬미 받으소서.”


   그렇게까지 할 필요가 있냐는 사람들을 향해 이렇게 외칩니다.


  “나는 팔십 육년 동안 그리스도를 섬겼으나, 주님께서는 나의 마음을 상하게 하신 일이 없으니, 나를 구원하신 내 주 하느님을 어떻게 모욕 하리오?”


   불굴의 신앙으로 갖은 유혹 앞에 용맹이 맞선 폴리카르포 주교 순교자의 죄송함에도 불구하고 다시 한 번 힘을 내기 바랍니다.생애를 기억하는 오늘 우리들, 유혹 앞에 보다 담대해지길 바랍니다. 혹시라도 죄에 떨어짐에도 불구하고, 유혹을 이기지 못함에도 불구하고, 그래서 늘 하느님께


   폴리카르포 주교 순교자처럼 하느님 아버지와의 굳은 결속을 바탕으로, 겸손하고 열렬한 기도를 바탕으로 단호하게 모든 유혹에 맞서는 승리의 날이 되면 좋겠습니다.


             ♣ 살레시오회 수도원 수련원장  양승국 신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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