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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330) 사랑의 콩깍지 / 이현철 신부님
작성자유정자 쪽지 캡슐 작성일2007-02-24 조회수723 추천수2 반대(0) 신고

 

 

 

출처 : 우리들의 묵상

게시번호 : 10691

게시일자 : 2005년 4월 30일

 

 

사랑의 콩깍지

 

                                                               글쓴이 : 이현철 신부님

 

 


  십자가를 안테나로!

  지난 목요일 아침에 장례미사를 마치고 성당마당에서 귀가하는 교우들에게 공손하게 인사를 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어느 할머니 한분이 방긋이 웃으시며,

  “신부님은 꼭 천사같아요. 목소리도 부드럽고...” 하시는 것이었습니다.

  그런데 저에겐 오히려 그 할머니의 격려의 말씀이 오히려 ‘희망의 속삭임’으로 들렸습니다.^^*

"거룩한 천사의 음성, 내 귀를 두드리네.

부드럽게 속삭이는 앞날의 그 언약을

어두운 밤 지나가고 폭풍우 개면은

동녘의 광명의 햇빛, 눈부시게 비치네.

속삭이는 앞날의 보금자리(복음자리)

즐거움이 눈앞에 어린다."


  그런데 그날 하루를 기쁜 마음으로 보내면서도, '그 할머니의 눈에 혹시 사랑의 콩깍지가 씌여진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과 ‘왜 나는 그런 사랑의 콩깍지를 쓰고 다른 사람들을 바라볼 수는 없었을까?’ 하는 반성을 하게 되었습니다. 사울이 편견과 미움의 콩깍지를 쓰고 교인들을 박해하러 다마스커스로 가다 예수님을 만나고 한동안 앞을 보지 못하다가 마침내 회심하여 그 나쁜 콩깍지가 벗겨진 것(사도 9, 18참조)처럼 저도 회심의 은총을 청하면서 ‘콩깍지에 관한 묵상글과 시’를 퍼드립니다. 가브리엘통신


                     <눈에 콩깍지가 낀 사연들>


  길거리를 걷다보면 사이좋게 걸어가는 연인들을 볼 수 있다. 그런데 그 연인들 중에는 누가 보더라도 어울리지 않을 듯 한 연인들이 간혹 있다. 그러나 그들 나름대로 무언가가 있다. 바로 눈에 콩깍지가 낀 것이다. 이러한 연인들뿐 아니라, 부부들을 볼 때도 그러한 부부들을 보게 된다. 외모적으로나 상대방의 능력이나 배경 등을 볼 때, 전혀 어울리지 않을 듯 한데 부부로 살아간다. 그들 역시 서로가 서로에게 콩깍지가 낀 것이다. 이러한 콩깍지는 무엇인가? 건강, 경제적 능력, 직업, 가정환경, 그 사람의 외모 등등이 콩깍지가 될 수가 있다. 상대방이 나를 이해해 줄 수 있는 큰 그릇을 가지고 있고, 나에게 즐거움과 기쁨 행복을 보장해 줄 것이라고 하는 콩깍지 때문에 상대방을 애인 또는 인생의 동반자로 삼는 경우가 많다.

  음료수 자판기가 나에게 필요한 이유는 내가 원하는 음료수가 그곳에 있고, 원하기만 하면 언제든지 뽑아서 내 욕구를 채울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프림 커피를 마시고 싶어서 버턴을 눌렀는데 원하는 커피가 나오지 않을 때, 어떤 태도를 가지게 되는가? "젠장, 이게 뭐야?"하고 못마땅해 하거나, 심한 경우는 그 자판기를 발로 차버리기도 한다. 그것은 단 한 가지 이유뿐이다. 내가 필요한 것을 주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니까 나의 욕구를 채워주지 않았다는 이유이다. 서로가 그렇게 좋아하던 애인이나 부부가 하루아침에 헤어지는 이유는 무엇인가? 내 욕심이나 욕구대로 상대방이 따라주지 않았거나, 내가 알고 있는 그는 나에게 기쁨과 즐거움 그리고 행복을 보장해 줄 사람으로 알고 있었는데, 오히려 자신에게 그것을 요구할 때, 실망과 함께 자판기를 차버리듯이, 아무런 주저함 없이 헤어지고 마는 것이 오늘날의 분위기가 아닌가? 남자가 한 여인에게 그 반대로 한 여인이 한 남자에게 콩깍지가 끼여 서로의 인연이 되고, 더 나가서는 인생의 동반자가 되기도 한다.


  그렇다면 하느님과 나는 어떤 관계인가? 내가 먼저 콩깍지가 끼여 하느님을 선택한 관계인가? 이러한 경우는 극히 드문 경우일 것이다. 대부분은 아니 모든 인간은 하느님이 먼저 콩깍지가 끼여 가만히 있는 나를 당신의 사랑하는 자녀로 삼으신 것이다. 그분은 나에게 좋은 것이 무엇이 있길래 콩깍지가 끼신 것일까?

  오늘 1독서는 아브라함이 하느님의 인정을 받은 것은 당신께 대한 믿음 때문이었다고 전하고 있다. 그리고 다윗이 하느님의 축복을 받은 것은 다윗에게 무슨 특별한 공로나 능력이 있어서가 아니라, 죽어 마땅한 죄인임에도 불구하고, 성질 고약하고 어디 하나 좋은 구석이라고는 전혀 보이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은총과 축복을 주시는 분이심을 전하고 있다. 이는 우리 각자에게도 해당된다.

  오늘 복음에서 ’하느님께서는 우리 한 사람 한 사람의 머리카락 숫자까지도 헤아리고 계신다.’고 전하고 있다. 하느님 앞에 내세울 것이라고는 하나도 없는 약점투성이고, 결점투성이인 나를 선택하셨다. 그러한 나의 모든 것을 남김없이 다 헤아리고 계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분은 나를 사랑하신다. 하여간 나를 바라보는 하느님의 눈에는 콩깍지가 끼여도 이만 저만한 콩깍지가 낀 것이 아니다.

  이러한 한없는 사랑과 은총 중에 살아가는 나는 어떻게 살아야 하겠는가? 하느님을 나는 얼마나 알고 있고, 사랑하고 있는가? 모자람이나 약점이 하나도 없는 분, 알면 알수록 더욱 신비롭고 매력적인 분, 어떠한 환경이나 심경으로 인하여 하루아침에 변해버리는 일이 절대 없는 진국이신 분, 이러한 분의 흘러넘치는 사랑을 차지하고 살아가는 나 역시, 내가 선택했고 사랑하고 있는 사람을 위하여 희생과 봉사를 아끼지 말아야 할 것이며, 먼저 이해하고 아껴주며, 변치 않는 넓은 아량으로 대해주어야 할 것이다. 나만의 기쁨과 행복 그리고 만족을 누리며 살려는 콩깍지를 베껴내야 하지 않을까? 그와 나 그래서 우리 모두가 함께 기쁨과 행복 그리고 만족을 누리는 삶을 살아가는데 필요한 새로운 콩깍지를 찾아야 할 것이다.

  '......하기에 그를 사랑한다기보다는 ......함에도 불구하고 그를 사랑하는 새로운 콩깍지' 가 필요하지 않을까?   (이수현님의 묵상글)


                            



<콩깍지>


오히려 편안하고 좋아

콩깍지를 쓰고 그냥

이 세상의 광야를 지날 수는 없을까

어머니가 말씀하셨다

벗겨진다해도

사람들의 사막여행은 보람된 일이라고


알지 못했던

고독과 추위가 덮치고

종말을 예견하듯

곳곳에 살벌한 무덤구덩이가 도사리고 있어도

콩깍지가 씌었던 날들을 추억하며

오아시스를 찾아가는 삶이

진정한 아름다움이라고

어머니는 또 말씀하셨다

쓰고 싶으면 쓰라고

나도

슬픔으로 슬픔으로 눈을 감고 싶으면

숨겨놓은 상자 속의 콩깍지를 꺼내어

다시 쓴다고


-김효순 데레사님의 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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