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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331) 사제서품 보류 / 하청호 신부님
작성자유정자 쪽지 캡슐 작성일2007-02-26 조회수856 추천수5 반대(0) 신고

 

 

 

 

2월 넷째주 사순 제1주일

"예수께서는 성령으로 가득 차 요르단 강에서 돌아오셨다.

 그리고 성령에 이끌려 광야로 가시어 사십 일 동안 악마에게 유혹을 받으셨다."

 ( 루카 4,1-13)

 

 

사제서품 보류

 

 

                                     글쓴이 : 천안 신방동 성당 하청호 보좌신부님

 

"저 신학교 안 가겠어요."

 

신학교 원서 내기 한 달 전,

아들의 생각지도 않던 한마디에 아버지는 얼어붙은 듯 침묵하시고

어머니는 묵주를 쥐고 앉아 눈물만 뚝뚝 흘리셨다.

도망치듯 집을 나와 거리를 활보하며 숨을 크게 들이마셨다.

 

'휴~ 해방이다. 내가 무엇 때문에 그리 답답하게 살았담."

 

가슴을 쓸어내리며 색다른 기분을 마음껏 느끼던 중

엇! 보좌신부님과 마주쳤다.

 

"청호야 어디 가니?"

"............"

 

"할 말 있으니 사제관에 들르거라. 그런데 안색이 안 좋구나!"

 

쭈뼛대며 찾아간 사제관, 그러나 분명히 발씀드렸다.

 

"신부님 죄송합니다. 저 이 길에 확신이 없어요. 신학교 가지 않겠어요!"

"허허, 누구는 처음부터 확신이 있어서 가느냐? 성급하게 생각말고 들어가서 1년만이라도 살아보려무나! 아니면 나와도 된다."

"예? 정말 그래도 되나요?"

 

 

10년 후 ~

"하 부제! 안되겠네, 자네 집에 가서 쉬고 있게."

신부님의 청천벽력 같은 한 말씀에 가슴이 덜컥 내려앉았다.

시작에 망설임은 있었어도 10년 세월 너무도 기쁘게 이 길을 왔는데,

이제 와서 안된다니!

지금껏 굳게 믿어 온 이 길이 부르심이 아니었단 말인가?

 

반사회적 성향의 단체에서 치루어진 작은 누나 결혼식에 허락없이 참석한 일이 화근이었다.

"어디로 가야할까?"

지금껏 세상과 멀어지는 법을 배우며 살았는데 이제 어떻게 살아야 하지?

거리를 넋 나간 사람처럼 걸었다.

 

이제 내가 뭘 할 수 있을까?

공무원 채용광고가 눈에 띄었다.

나이 제한 30~31세,

경쟁률 몇 십대 일,

경남의 어느 곳은 경쟁률이 160:1 이었다.

이것도 만만찮군!

 

"아들! 걱정마요. 엄마가 떡 장사라도 해서 같이 살면 되지!"

 

어머니의 반응은 의외였다.

당신 뱃속에 아들 주신 날부터 30 여년 오롯이 사제직으로 봉헌하고 기도해 오신

어머니가 어찌 이런 말씀을.......

그 속을 알기에 어머니의 그 한 말씀은 더없는 위로가 되면서도 정신이 번쩍 들게 하는 것이었다.

 

아하! 참으로 견디기 어려운 유혹과 시련은 외부로부터 오는 것이 아니라 내 안에서 일어나는 것이었구나!

 

40일을 굶으시어 허기에 지치셨던 예수님은 악마의 모든 유혹을 물리치는 모범을 보여주신다.

사순 시기의 첫걸음을 일상의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성령으로 충만한 하느님의 자녀답게 온전히 살 것을 가르친다.

 

내가 참으로 하느님께 의지해서 사는 사람인지,

세상의 빵에 의지해서 사는 사람인지,

서품보류라는 단식의 시간에 시험에 들었었구나!

그래!

허기져도 버티어내야 하는 게 시험이지!

 

다시 사제관을 찾아갔다.

 

"신부님! 저요, 사제 되고 싶습니다.

 부르심에 확신이 있습니다."

 

 

ㅡ 출처 : 가톨릭 다이제스트 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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