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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 신부님, 고스톱 하세요! . . . . . [김수창 신부님]
작성자김혜경 쪽지 캡슐 작성일2007-03-02 조회수1,012 추천수14 반대(0) 신고

 

 

 

 

 

 "신부님, 고스톱 할 줄 아십니까?

 여기서는 고스톱을 하지 않으면 본당신부 하기가 어려울 겁니다."

 

이것은 내가 어느 본당에 부임했을 때,

그 곳의 터줏대감 교우들이 던진 첫 번째 말이었다.

본당 사목의 성패가 고스톱에 달려 있다는 이 말을 어떻게

알아들어야 할지 처음에는 어리둥절하기만 했다.

 

그 본당에서 한 몫 하는 교우들이 고스톱을 좋아하고

또 고스톱을 통해서 인화와 단결을 이루며,

본당의 여러가지 일들이 그 판에서 거론되고 결정되기 때문에

고스톱 모임에 끼지 않으면 일이 잘 안 된다는 것이다.

 

어느 날,

작고하신 김철규 신부님을 찾아 뵈었을 때

 

"자네 고스톱 하나?

 세상에 훌륭한 지도자가 그런 짓을 했다는 말은 못 들었네."

 

하시며 훈계해 주신 말씀이 생각난다.

교우들과는 너무나 대조적인 말씀이다.

 

교우들이 본당신부들에게 흔히 하는 말은

'성인신부가 되어라'

'착한 목자가 되어라'

'가난하게 살아라'

'공부를 하라'

'강론을 잘 해달라'

'아동교육, 자선사업, 민주화와 사회정의를 위해 투신하라' 등이다.

이 밖에도 여러가지 주문이 많다

다 옳고, 다 좋은 말이다.

 

교우들의 주문대로 다 되어 줄 수 있으면 얼마나 좋겠는가.

그야말로 사도 바오로의 말씀대로

'모든 이에게 모든 것이 되어' 주면 얼마나 좋겠는가.

 

그러나 사제도 교우들과 마찬가지로 다 같은 나약한 인간이며

인간적인 한계성과 제약 속에서 살고 있다.

착한 목자로 살고자 하는 이상과 현실 사이에는 언제나 거리가 있다.

 

교우들은 또 모순된 주문도 한다.

이상적인 본당신부를 원하면서 동시에

본당신부를 자신들의 소유로 만들려는 경향을 갖고 있다.

 

교우들은 본당 신부를 자기의 취미나 여가 선용의 동반자,

즉 등산, 낚시, 골프, 테니스, 고스톱 등 자기의 놀이의 동반자로

만들려는 경향도 갖고 있다.

 

비단 이런 놀이 문제만이 아니다.

본당 내의 여러 사도직, 즉 성모군단(레지오 마리애), 구역반 모임,

성모회, 꾸르실료, 성령 기도회, M.E., 등에서 편향적인 사목이나

봉사활동을 하려는 경향도 갖고 있다.

 

교회 내의 모든 단체 또는 운동들을 다 긍정적으로 보면서

다 균형 있게, 그리고 오늘의 한국 실정과 현실에 맞게 봉사할 수

있어야 할 것이다.

 

이것을 위해서는 성서를 읽고 기도하고 토의를 거쳐 분석 비판하면서

보다 더 발전적으로 교회를 이끌어야 하며

[이 모든 것을 복음을 위하여](1 고린토 9,23) 해야 할 것이다.

 

교우들이 바라는 이상적인 사제상과 교우들의 사심(私心) 사이에서

본당신부는 괴롭기만 하다.

 

우리는 서로 주님의 복음정신대로 살며 봉사할 수 있도록

격려하면서 서로 도와야 할 것이다.

 

 

 

- [치마입는 남자의 행복] 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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