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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잠깐만! / 이인주 신부님
작성자박영희 쪽지 캡슐 작성일2007-03-03 조회수721 추천수12 반대(0) 신고

잠깐만!


아무리 급해도, 막 피어난 밀 이삭을 잡아당기지 말아야 하며,
아무리 좋아도, 내 짝이 아닌 사람을 넘보지 말 것이며,
아무리 급해도, 더 많은 달걀을 위해 닭의 배를 가르지 말며,
아무리 싫어도, 죽음 앞에 있는 이에게 욕하지 말며,
그러기에 아무리 급해도, 마음의 선을 넘지 말라.......

“어느 날 아침 나무껍질 속에서 고치를 발견했던 일이 생각났다. 나비는 막 고치에서 구멍을 내어 나오려고 하고 있었다. 나는 잠시 기다렸다. 그러나 나비가 나오는 것이 너무 오래 걸렸기에 참을 수가 없었다.

 

고치를 따뜻하게 해 주려고 몸을 숙여서 숨을 불어 넣었다. 되도록 빨리 따뜻하게 해주자 눈앞에서 생명보다 빠름이라는 기적이 일어나기 시작했다. 고치가 열리자 나비는 날개가 뒤로 뒤엉켜서 접혀진 채 천천히 기어 나오기 시작했다.

 

나비를 보는 순간 무서웠다. 결코 그 무서웠던 순간을 잊을 수가 없다. 나비를 향해 고개를 숙이고 입김을 불어넣어 도와주려 했으나 헛수고였다. 고치의 껍질을 벗기는데 인내가 필요했고, 햇빛 아래 반드시 날개를 서서히 폈어야만 했다.

 

이제는 너무 늦어 버렸다. 숨을 불어서 나비를 강제로 나오게 했는데 때가 일러서 모든 것이 쭈글쭈글해졌다. 나비는 절망적으로 버둥거렸고 몇 초 후에 내 손바닥에서 죽어버렸다.

 

확신하건데 그 작은 몸은 양심을 누르는 가장 무거운 것이다. 왜냐하면 오늘에 이르러서야 위대한 자연의 법칙을 거스르는 것이 중죄라는 것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서두르지 말아야한다. 조급해서는 안 된다. 그보다는 확신을 가지고 영원한 흐름에 순종해야한다.” 그리스인 조르바 중에 나오는 이야기가 좋아서 인용하였다.

예수님도 아무리 급해도 당신의 선을 넘지 않으셨다. 아무리 빨리 세상을 구원해 주고 싶어도 그렇게 하지 않으셨으며, 아무리 아픈 이들이 많이 있어도 그 사람들의 믿음을 확인하고 치유해 주셨다.

 

그 예로 마르코 복음 7장 24절 이하에 나오는 시로페니키아 출신 이방인 여인이 예수님에게 자기 딸이 마귀 들려 힘들어 하니 마귀를 쫒아내 달라고 간청하는 대목이 떠오른다.

 

이에 예수님께서 “자녀들이 먹는 빵을 강아지들에게 던져 주는 것은 좋지 않다.”하셨다. 그래도 여인은 아랑곳하지 않고 예수님께 “상 밑에 있는 강아지도 아이들이 먹다 떨어뜨린 부스러기는 얻어먹지 않습니까?” 하며 사정하는 모습이 보인다. 이에 예수님께서 “옳은 말이다. 어서 돌아가 보아라. 마귀는 이미 네 딸에게서 떠나갔다.” 하시며 이방인 여인의 딸을 치유시켜주셨다.

그렇다. 예수님은 절대로 서두르지 않으시는 분일뿐만 아니라, 확실하게 당신을 향해 다가오는 사람들의 마음을 읽어 보셨고, 그들의 속에 하느님 나라에 대한 확신과 아버지에 대한 확신 그리고 당신에 대한 확신이 있는가를 확실하게 보신다.

 

예수님에게 있어서 시간은 그렇게 중요한 것이 아니다. 왜? 그분은 모든 것을 주관하시는 분이시기에 그 사람의 됨됨이와 믿음을 먼저 보신 것이다. 사실 예수님이 사람을 강아지에 비유하시는 그런 무뢰배 같은 분이 아니시다. 그분은 그 여인의 믿음이 어떤가를 본 것이다. 그리고 그분은 절대로 어떤 일을 함에 있어 서두르는 분이 아니심을 알아야한다.

이런 차원에서 사람이 몸이 아프면 먼저 의사를 찾아가 진료를 하고 약을 먹고 아주 힘들면 수술도 해야 한다. 그러나 때론 마음이 아픈 때가 있다. 마음이 아플 때는 기도하며 참고 인내할 필요가 있다.

 

놀래고 상처받고 죄 때문에 힘들어 할 땐 절대적으로 쉼이 필요하다. 몸은 자고나면 대략 풀리지만 마음은 시간이 필요하다. 그리고 그분에게 다 열어 보일 때 치유가 가능해진다. 마음은 감기가 치유되듯이 그렇게 되는 것이 아니다. 아픈 만큼 성숙하다는 이야기가 있듯이 자기만의 시간과 영역이 필요할 때가 있는 것이다.

 

고치를 갓 나오는 나비를 도와준다고 손을 대는 순간 나비는 놀래고 상처를 받아 죽어 버리듯, 우리의 영혼도 마찬가지이다. 사람이 보기에 사람의 영적영역이 무척 크고 강해 보이지만, 하느님 측에서 보시면 바람 불면 날라갈듯이 가벼운 존재가 바로 인간인 것이다.

 

그러기에 우린 상처받고 힘들어하는 사람들을 보면 기다려 줄줄 알아야한다. 그 기다림 속에 기도가 있다면 더 좋을 것이다. 그 기도 안의 기다림이 참 사람의 사랑임을 알았으면 좋겠다.

 

 

 

                                    <예수회 홈 페이지> 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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