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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 하느님이 계십니까? . . . . . . [추교윤 신부님]
작성자김혜경 쪽지 캡슐 작성일2007-03-05 조회수1,173 추천수16 반대(0) 신고

 

 

 

 

 

 

몇 해 전 겨울,

성탄절을 앞두고 판공성사를 할 때의 일이다.

판공성사는 밤 10시가 되어야 끝났고...

겨우 한숨을 돌린 나는 모든 사람들이 돌아간 성당 마당을 혼자

걷고 있었다.

 

그냥 보기에도 술이 많이 취한 중년의 한 남자분이 성당으로

들어왔다.

그리고는 다짜고자로 내게 물었다.

 

"신부님이십니까?"

 

나는 조금 놀랐고, 조금은 당황한 상태에서 그렇다고 대답했다.

그 형제분이 다시 내게 물었다.

 

"신부님, 하느님이 계십니까?"

 

나는 그 질문이 무슨 뜻을 포함한 것인지도 모른 채... 엉겁결에

 

"그렇습니다" 라고만 대답해 주었다.

 

그랬더니 고개 숙여 인사를 하고는 성당 밖으로 나가버렸다.

잠깐 사이에 벌어진 일이어서 멍하니 한참을 서있다가

성당문 밖으로 나가 보았다.

 

그러나 성당으로 오는 길에는 아무도 없었다.

나는 그 형제분이 돌아간 길을 바라보면서 이런저런 생각에

잠기게 되었다.

 

그는 무슨 일로 밤늦은 시각에...

술에 취한 채 성당에 와서 불쑥 하느님이 계신가?

질문을 하였을까...

그가 알고자 하는 것은 무엇이었을까?

 

아마도 그는 생활 속에서 여러 어려움을 겪는 중이었을 것이다.

사는 것이 너무 힘들고 위로해 줄 누군가가 필요했던 것이리라.

아니면...

사람들 사이에서 억울한 일을 당해 하소연이라도 하고픈 심정

이었을 것이리라.

그것도 아니면...

깊은 좌절을 맛보고,

새롭게 희망을 알려 줄 무언가를 갈망하고 있었던 것이리라.

 

그 형제의 아픔이 무엇이었는지는 모르지만

분명한 것은 그가 자신의 어려움을 잊기 위해

술에도 취해 보았지만 그것도 해결책이 되지 못했다는 것이다.

 

그래서 그는 아마도 그 시각에 하느님을 찾았을 것이다.

하느님만이 자신에게 새로운 힘과 용기,

희망을 불어넣을 수 있는 분이라고 믿고 싶었기 때문에

하느님이 계시는가 하고 물었던 것이리라...

 

그럼에도 나는 그 형제에게 별다른 말을 건네지 못한 것이

못내 아쉬웠다.

그래서 이렇게 말해 주고 싶은 마음으로

그 형제가 떠나간 골목길을 바라보았다...

 

"아브라함을 부르시고 축복해주신 하느님이 계십니다.

 야곱과 함께 해주시며 그의 길을 이끌어 주신 하느님이 계십니다.

 요셉을 온갖 시기와 질투, 음모에서 구해주시고 축복해 주신

 하느님이 계십니다.

 

 노예살이로 신음하는 이스라엘을 이집트에서 구해내시고

 젖과 꿀이 흐르는 땅으로 인도해 주신 하느님이 계십니다.

 홍해바다를 갈라서 마른 발로 건너게 하신 하느님이 계십니다.

 굶주림에 지친 이스라엘 백성을 만나와 메추라기로 먹이신

 하느님이 계십니다.

 

 양치기 소년에 불과하던 다윗을 이스라엘의 가장 훌륭한 왕으로

 만드신 하느님이 계십니다.

 

 우리 사람을 구원하시고자 당신의 외아드님을 세상에 보내신

 하느님이 계십니다.

 당신의 외아드님을 십자가에 못 박으면서까지 우리를 사랑하신

 하느님이 계십니다.

 

 그러니

 힘을 내십시오!"

 

분명 올 한해도 어떤 이는 억울한 경우를 당하기도 할 것이고,

어떤이는 깊은 패배감에 빠지게 될 것이다.

또 어떤 이는 살아갈 용기조차 잃어버린 채로 방황하게 될 것이다.

 

그리고 나는...

이 모든 가슴 아픈 사연들을 들으며 또 한 해를 보내게 될 것이다.

그럴때마다 우리가 마음에 두어야 할 것은

 

'하느님'이시다.

 

우리는 실제로 성경을 통해서 ,

역사를 살아간 위대한 신앙인들의 삶을 통해서 이 믿음의 힘이

얼마나 강력한지 알 수 있다.

 

'하느님이 우리와 함께 계시다'는 것을 굳게 믿음으로써

자신의 삶이 바뀌고,

세상에 우뚝 서게 된 수많은 사람들의 증언이 있다!

 

힘겨움 속에서 살아가게 될

내가 사랑하는 이들에게,

온 마음을 다해 이 한마디를 전해주고 싶다.

 

 

"하느님이 우리와 함께 계십니다, 힘을 내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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