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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 회칠한 무덤, 빈 무덤 . . . . . . . [정윤화 신부님]
작성자김혜경 쪽지 캡슐 작성일2007-03-06 조회수859 추천수9 반대(0) 신고

 

 

 

'발렌타인 데이'라고 하는 날,

본당 몇몇 학생들로 부터 선물을 받았다.

 

이날은 여자가 남자에게 사랑하는 마음으로 선물을 주는 날이라고

설명까지 해주었다.

아울러 3월 14일은 '화이트 데이'인데 그날은 남자가 여자에게

선물을 주는 날이니 알아서(?) 하란다.

 

제법 큰 예쁜 포장의 선물을 받고 내용물이 궁금했다.

포장지를 뜯고나니 상자가 나왔고 그 상자 안에는 하트 모양의

핑크빛 갑이 들어있었다.

그 속을 보니 은박지로 포장된 땅콩만한 초콜렛 다섯 개가 있었다.

 

좀 너무하다는 느낌이다.

이 조그만 초콜렛을 그렇게도 요란하게 포장을 하다니!

여섯 겹의 포장을 해야만 할 가치가 있는 물건인가?

 

언젠가 양파껍질을 까고 있던 동물원 원숭이가 양파를 다 벗겨도

알맹이가 없자 화가 나서 양파를 던져준 사람을 노려 보던

생각이 난다.

마치 원숭이의 헛수고와 같은 느낌이다.

 

내용보다 겉을 화려하게 꾸미려는 것이 요즘 우리네 성향이요,

포장 문화가 발달한 동기가 아닌가 싶다.

 

약을 파는데도 그렇다.

약 담긴 유리병이 종이 상자에 넣어져 제품으로 나왔는데도

그것을 종이로 포장하고 다시 비닐 봉지에 넣어 준다.

 

시장에서도 무우며 생선이며 고기를 신문지에 싸서 비닐 봉지에

각각 넣은 다음 이 모두를 한꺼번에 큰 봉지에 싸서 가지고 온다.

싸고 또 싸고 몇겹으로 포장하는 문화다.

 

솔직하지 못하고 은근히 위장하려는 데서 시작된 문화라 좀

유감이다.

그래서 선물을 받으면 그 자리에서 뜯어보지 못하고 나중에

은밀히 뜯어본다.

(서양 사람의 풍속은 그 자리에서 개봉해 본다)

 

복음서에서는 두 가지 종류의 무덤에 대해 언급하고 있다.

하나는 외면만을 아름답게 장식한 '회칠한 무덤'(루카 11,22)이요,

다른 하나는 부활하신 주님의 '빈 무덤'(마르코 16,6)이다.

 

회칠한 무덤이란 속은 시체로 썩어가면서 겉만 깨끗한 척 꾸미는

겉 희고 속 검은 우리들,

즉 사순절에 회개해야 할 우리를 뜻한다.

 

빈 무덤이란 완전히 자신을 비워둔,

부활해야 할 우리의 마음이다.

 

과잉 선전도 회칠한 무덤이다.

길거리에 붙어 있는 간판을 보면 모두 화려하지 속은 없다.

과잉선전을 하느라,

어린이 과자, 사탕을 파는 구멍가게에 '국제 만물상'...

찐빵, 라면을 파는 분식점에 '세기 식당'...

조그만 포장마차에 '남 태평양' 이라고 써 붙였다.

 

오히려 어느 역앞에 있었던 '내리자마자 집' 이란 포장마차가

친근감을 준 간판이었다.

평화시장에는 정말 평화가 있는가?

 

보좌 신부시절 청년회 주관으로 강연회를 매월 가질 때...

강사가 잘 알려진 이름일 때는 보다 많은 사람이 모이는 것을 보고

이것도 간판의 힘이라 느낀 적이 있다.

 

사실 간판이 좋다고 내용도 좋은 것만은 아니었다.

별로 유명하지 않은 강사가 준비를 충실히 해와서 명강의를 한 적도

많았었다.

 

간판을 중요시하고 포장에 신경쓰는 회칠한 무덤의 자세는 이제

그만 버려야겠다.

부활한 주님의 무덤은 빈 무덤이었다.

우리는 주님을 받아들이기 위해서 마음을 비워둔 빈 무덤이어야겠다.

 

우리는 죄인이라는 의식에서만이 성인이 될 수 있다고 했다.

죄인이라는 의식은 겸손하고...

이것은 빈 무덤, 마음을 비운 것이다.

 

아무도 자신을 작게 하지 않고는 큰 것을 발견한 사람은 없다.

그리고 자신을 무한대로 확대시킨 사람은 아무것도 배울 것이 없다.

 

봄에 맞이하는 부활은 참으로 의미가 깊다.

자연이 변화의 기미를 보이듯 변화된 부활한 삶이어야겠다.

두껍게 감쌌던 내복을 벗고 가면도 벗어야겠다.

 

사제로서...

인간적 약점을 감추려하고 자신을 과대 평가하려던 간판,

포장을 벗기고 이제는 빈 무덤이 되어야겠다.

 

올해도 어김없이 봄은 오고있다.

그런데...

 

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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