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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참으로 떳떳한 마음의 자세
작성자윤경재 쪽지 캡슐 작성일2007-03-07 조회수641 추천수9 반대(0) 신고

 

 

<참으로 떳떳한 마음의 자세>


“너희는 너희가 무엇을 청하는지 알지도 못한다. 내가 마시려는 잔을 너희가 마실 수 있느냐?”  “너희는 내 잔을 마실 것이다. 그러나 내 오른쪽과 왼쪽에 앉는 것은 내가 허락할 일이 아니라, 내 아버지께서 정하신 이들에게 돌아가는 것이다.”

“다른 열 제자가 이 말을 듣고 그 두 형제를 불쾌하게 여겼다.”

“너희도 알다시피 다른 민족들의 통치자들은 백성 위에 군림하고, 고관들은 백성에게 세도를 부린다. 그러나 너희는 그래서는 안 된다. 너희 가운데에서 높은 사람이 되려는 이는 너희를 섬기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 또한 너희 가운데에서 첫째가 되려는 이는 너희의 종이 되어야 한다.” (마태 20,20-28)



  인간이 극복하기 가장 어려운 것이 바로 자기중심성이라는 유혹이라고 합니다. 어느 모임에서나 심하게 떠벌이거나 반대로 외톨이로 지내는 사람들이 있는데 그들은 모두 자기를 내세우고 싶은 욕구를 감추고 그런 식으로 표현하는 것이라고 합니다.

  그런 사람들을 치료하는 방법은 자신들이 감추고 싶어 하는 심리기전을 까발려 주는 것이 좋다고 합니다. 자신을 드러내고자 행동하는 약점을 인식하게 만들고, 어느 정도 고통을 느끼도록 만드는 방법입니다. 그리고 자신이  감추고 싶어 하는 곳에 계속 머물러 있게 되면 앞으로 더 큰 고통만 얻게 될 뿐이라는 것을 자각하게 만드는 것입니다.


  융은 “인간의 모든 정신적 진보나 창조성은 정신적 고통 속에서 나온다.”라고 말했습니다. 고통은 인간이 자기의 인격을 변형시키는 에너지로 이용되기 때문에 사람들은 고통을 피하려고 할 것이 아니라 오히려 기뻐해야 한다고 합니다.


  오늘 복음에서 요한과 야고보의 어머니가 예수님께 두 아들을 높은 자리에 앉게 해달라고 요청합니다. 예수님께서 수난과 죽음을 앞두셨는데 고작 말하는 소리가 높은 자리 청탁이니 한심하고 안타까우셨을 것입니다. 그러나 그 한심한 요청에도 심한 꾸지람을 하시지 않고, 제자로서 겪어야할 ‘수난의 잔’을 마시게 될 것을 예언하십니다.


  어느 자매님이 레지오 마리애 활동으로 기부 받은 물건을 판매하는 나눔터에서 봉사를 하고 있었습니다. 마침 봉사자라는 띠가 없어 띠를 차지 않고 손님을 대하게 되었습니다. 그러자 많은 손님들이 자기를 종업원쯤으로 여기고 말투나 자세가 무시하는 듯했습니다. 그런 느낌을 받자 속으로 얼굴이 화끈대어 견딜 수 없었습니다. 그렇다고 화를 낼 수도 없는 노릇이라 어서 이 고통의 시간이 빨리 지나가기만을 기다렸습니다. 자신의 얼굴이 굳어지며 상냥하게 대할 수도 없게 된 자신을 바라보며 여러 가지 생각들이 교차하였습니다. 물과 섞이지 않는 기름처럼 겉도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봉사를 나온 것인지 갈등을 하러 나온 것인지 모르게 되었습니다.


  다음부터는 봉사자 표시를 확실히 해야 하겠구나 여겼습니다. 옷도 화려하게 입고 공주처럼 우아하게 있어야하는 것은 아닌지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그러다 다른 매장에서 판매하고 있던 M 자매에게 눈길이 가게 되었습니다.  그녀는 평소보다 옷을 더 수수하게 입고 나왔으며 정말 종업원처럼 행동하였습니다. 그러니 그쪽에는 손님이 바글바글하고 매상도 많이 올리는 것 같았습니다.

  봉사가 다 끝나고 결산모임 시간에 M 자매는 오늘 하루가 무척 신나고 즐겁고 보람찼다고 발표하였습니다. 그리고 매상도 자기보다 세배나 올렸습니다. 그러자 다들 장사꾼으로 나서도 되겠다며 추켜 줍니다.


  그녀는 모든 면에서 자기보다 앞서가는 M 자매가 부러웠습니다. 솔직히 속이 쓰렸습니다. 기도 생활이나 봉사나 대인관계에서 여러 사람들에게 인정받고 있었습니다. 그렇다고 학벌이 좋은 것도, 얼굴이 미인인 것도 아니었습니다. 하지만 M 자매는 모든 행동이 자연스러웠으며, 진실해 보였습니다. 그러면서도 그녀만의 독특한 매력이 풍겨나고 있었습니다.

  그 모든 것이 궁금했는데 오늘 이 판매소에서 이야기 나누어 보니 분명해졌습니다. M자매는 이렇게 말해주었습니다. “저도 처음엔 힘들었어요. 이젠 깨달았어요. 남들이 나를 어떻게 보든 무슨 상관이 있어요? 나는 그저 나일뿐이에요.” M자매는 판매원처럼 낮아지는 것에 두려워하지 않고 용기를 내었습니다. 그리고 그것을 즐겼습니다. 그러자 기쁨이 저절로 생겨난 것입니다. 그러자 점차로 모든 생활에서 자유를 느끼게 되었습니다.

  그 자매도 그날 아픔을 통해서 자신을 돌아보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앞으로 어떻게 행동해야 되는지 깨닫게 되었습니다.


  우리는 남을 섬기는 자리를 자기를 없애야 하는 것으로만 알아듣기 때문에 막연한 두려움을 갖고 꺼린다고 합니다. 그런데 실은 그런 자리에서 우리는 자유를 체험한다고 합니다. 가식으로 처신했던 무거운 마음이 사라지게 되고, 자기가 본래 하느님께 부여받은 본성이 전혀 훼손되지 않았다고 깨닫게 되어 떳떳한 마음이 더 생겨난다고 합니다.


  어느 자리에 있던지 하느님께서 주신 은총이 내게 기쁨으로 다가올 때 우리는 참으로 남을 섬기는 자가 될 수 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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