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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빠다킹 신부와 새벽을 열며 [Fr.조명연 마태오]
작성자이미경 쪽지 캡슐 작성일2007-03-08 조회수779 추천수7 반대(0) 신고
2007년 3월 8일 사순 제2주간 목요일
 
 
‘My child,
remember that you received what was good during your lifetime
while Lazarus likewise received what was bad;
but now he is comforted here, whereas you are tormented.
Moreover, between us and you a great chasm is established
to prevent anyone from crossing
who might wish to go from our side to yours
or from your side to ours.’
(Lk.16,25-26)
 
제1독서 예레미야서 17,5-10
복음 루카 16,19-31
 
신학생 때에는 영성지도 신부님이 계셔서 한 달에 한번 영성면담을 받습니다. 그런데 영성지도 신부님 중에서 아직까지도 잊지 못하는 분이 계십니다. 왜냐하면 지금 이렇게 사제로 살아가는데 많은 도움을 얻었기 때문이지요. 사실 영성면담을 하면서 이 신부님으로부터 어떤 이야기를 들은 것은 하나도 없습니다. 그때 영성 면담하는 방식을 말씀드려 볼게요.

우선 신부님 방에 들어갑니다. 그러면 신부님께서 시작기도로 주님의 기도를 하십니다. 그리고는 이렇게 딱 세 글자만 말씀하시지요.

“말 해 봐.”

그러면 저는 한 시간 동안 이야기하기 시작합니다. 영성적인 면들 또한 생활적인 면들... 기타 아무 이야기나 한 시간 동안 해야 합니다. 생각해보세요. 말이 한 시간이지, 상대방은 고개만 끄덕이고 있고 저만 한 시간 동안 말을 한다는 것이 쉬울지……. 저는 지금의 고민을 신부님께서 좋은 방향으로 제시 좀 해 주셨으면 했는데, 신부님께서는 단 한 마디의 말씀도 하시지 않습니다. 그저 들어주실 뿐이었지요.

이렇게 아무 말도 하지 않는 신부님에 대해서 처음에는 불만이 많았습니다.

‘이건 직무유기다. 어떻게 아무런 지도도 하지 않고 나만 말을 하게 하는가?’

그런데 시간이 지나면서 이 신부님이야말로 가장 좋은 상담을 하고 계신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글쎄 제가 1시간 동안 있는 이야기 없는 이야기를 하다보면, 제가 가지고 있는 문제에 대해서 스스로 해결할 수 있게 되더라는 것입니다. 사실 나의 문제는 나만 해결할 수 있는 것입니다. 따라서 내가 안고 있는 문제를 1시간 동안 신부님께 이야기하는 과정 안에서 정리를 하고, 그 해결책까지도 스스로 얻을 수가 있었지요.

나는 한 마디도 하지 않고, 남의 이야기만 한 시간 동안 듣기만 하는 것이 얼마나 힘든지 모릅니다. 그런데 그 신부님은 한 번도 상대방의 말을 끊지 않고 모두 들어주셨던 것입니다.

사실 이 세상은 듣는데 많이 인색한 것 같습니다. 자신의 말을 하는 데에는 온 힘을 기울이면서도, 남의 말을 들을 때에는 외면하는 것이 우리들의 일반적인 모습입니다. 그런데 나에 대한 관심보다는 내 이웃에 대한 관심에 집중하라고 말씀하신 주님을 떠올릴 때, 우리들의 이러한 모습은 분명히 잘못되었음을 깨닫게 됩니다.

오늘 복음에 등장하는 그 부자를 떠올려 보세요. 그 부자가 어떤 잘못을 했기 때문에 저승에서 고통을 받게 되었을까요? 복음의 후반부에 자기 가족에 대한 사랑을 보여주는 것을 볼 때 분명히 악한 사람은 아닌 것 같습니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저승에서의 고통 안으로 들어갑니다. 바로 들어주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라자로라는 가난한 이가 힘들게 자기 집 앞에 왔으나 아무런 관심도 기울이지 않았고, 자기만 드러내는 즐겁고 호화로운 생활만 했기 때문입니다.

나는 나의 이웃의 말을 얼마나 듣고 있었을까요? 즉, 얼마나 큰 관심을 가지고 그들을 대하고 있었을까요? 그러한 무관심이 나를 저승의 고통 안으로 인도할 수 있다는 것을 기억하면서 오늘 제1독서의 하느님 말씀을 다시금 마음에 새겨 봅시다.

“나는 사람마다 제 길에 따라, 제 행실의 결과에 따라 갚는다.”


이웃의 말을 끊지 말고 들읍시다.



사랑을 만드는 것(박성철, '느리게 그리고 인간답게' 중에서)

아이를 바라보며 엄마가 말했습니다.

"얘야, 엄마는 너를 너무나 사랑한단다."

아이는 씩 웃으며 대답했습니다.

"나도 잘 알고 있어. 엄마가 날 사랑한다는 걸."

엄마가 궁금해하며 물었습니다.

"너 어떻게 그걸 아니?"

"엄마는 내가 말할 때마다 항상 하던 일을 멈추고 나와 눈을 맞춰주고, 고개를 끄떡이면서 내 말을 들어주잖아."

사랑받는다는 것은 세상 어딘가에서 누군가가 나를 따스한 시선으로 바라봐 준다는 것입니다.

내가 말할 때 머릿속에 전자계산기를 두고 이리저리 두드려보는 것이 아니라, 그 말을 가슴 아래로 끌어내려 귀 기울여주는 것입니다. 사랑은 생각보다 많은 것을 필요로 하지 않습니다.

이해심 있는 경청, 따스함 가득한 눈길로 바라보기, 상대방의 배경이 되어 그를 빛내주는 일, 이런 것들 속에 사랑은 살아 숨쉬고 있습니다. 사랑은 입 속에만, 말 속에만 담겨 있는 것이 결코 아닙니다.

「인간은 혼자서 살아갈 수 없는 유일한 동물이다. 단 한 통의 전화, 단 10분의 방문, 따스한 말 한 마디가 어떤 간호사보다 큰 힘을 준다. 우리는 돈으로 간호사를 살 수는 있지만 사랑을 살 수는 없다.」

심리학자 레너드 캐머의 말처럼 우리는 사랑을 살 수는 없지만 사랑을 베풀 수는 있습니다.

시간을 내어 친구와 가족에게 전화를 거십시오. '잘 지내지?'라는 짧은 인사만 남기고 통화를 끝내야 하는 상황일지라도.

시간을 내어 친구와 가족을 만나십시오. 10분이라는 짧은 만남이라 할지라도.

시간을 내어 친구와 가족에게 말하십시오. 쑥스럽지만 '사랑해요'라는 가장 크고 위대한 힘을 가진 말을…….

지금 사랑이 없다고 말하는 당신에게 부족한 것은 경제적인 여유가 아니라 시간을 내려고 하는 작은 노력과 정성입니다.
 
 
‘If they will not listen to Moses and the prophets,
neither will they be persuaded
if someone should rise from the dead.’
(Lk.16,31)
 
          
 Waiting Forev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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