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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회개를 위해 주어지는 나날들" --- 2007.3.11 사순 제3주일
작성자김명준 쪽지 캡슐 작성일2007-03-11 조회수545 추천수3 반대(0) 신고

(이수철 프란치스코 성 요셉 수도원 원장신부님 강론 말씀)

 

 

 

2007.3.11 사순 제3주일                                

탈출3,1-8ㄱㄷ.13-15 1코린10,1-6.10-12 루카13,1-9

                                                  

 

 

 

 

 

 

"회개를 위해 주어지는 나날들"

 



어제 마침

어느 자매님이 갑작스럽게 방문하셔서 면담을 청했습니다.


“남편의 죽음을 지켜보기가 너무 힘듭니다.”


한 달 동안 중환자실에 입원해 있는

남편의 죽음을 어느 정도는 각오는 하고 있지만

40여년 이상 사랑하며 살아 온 남편의 죽음을 받아들이기가

참으로 힘들다는 말씀이었습니다.

 

한참 동안 할 말을 잊고 있다 말씀 드렸습니다.


“저는 죽음을 생각할 때 히브리서에

‘그들은 모두 믿음으로 살다가 죽었습니다.” 라는 대목에서,

또 ’예수님께서도 죽으셨다.’라는 사실에서

큰 위로를 받곤 합니다.

 

저는 성인들의 삶을 볼 때

먼저 몇 년에 태어나 몇 년에 죽었는지 봅니다.

 

죽지 않은 분이 하나도 없다는 사실 역시 위로가 되면서

죽음을 받아들이게 됩니다.

 

누구에게나 불안하고 두려운 죽음이지만

삶을 재정비 하는 계기도 될 것이며,

삶은 당연한 권리가 아니라

하느님의 선물임을 깨닫기도 할 것입니다.

 

이래서 사막교부들은 이구동성으로

“죽음을 날마다 눈앞에 환히 두고 살라”고 권고하며,

저희 수도자들은 매일 끝기도 시

‘전능하시고 자비하신 천주 성부와 성자와 성령은

이 밤을 편히 쉬게 하시고 거룩한 죽음을 맞게 하소서.’

마지막 기도 후 잠자리에 들곤 합니다.”


요지의 말씀을 드렸습니다.


이어 “도대체 구원은 무엇입니까?”라는 질문에

대한 저의 다음 답변입니다.


“하느님의 구원은 모두에게 열려있습니다.

  하느님은 모두가 구원 받기를 바라십니다.

  진정 회개하여 하느님께 돌아오는 것이 구원입니다.

  하느님께 돌아오는 이 사순시기의 지금이 바로

  자비의 때이며 구원의 날입니다.

  하느님께 고의적으로 등을 돌림이 지옥의 심판이요,

  하느님을 향해 활짝 마음을 열 때 구원의 천국입니다.

  어찌 보면 심판의 지옥,

  하느님이 내리시는 가혹한 처벌이 아니라

  우리가 자초한 재앙일 수 있습니다.”

하느님은 자비로우신 분이며 어디에나 계신 분입니다.

어제에 이어 오늘의 화답송도 똑 같습니다.


“주님께서는 자비하시고 너그러우시도다.”


죽음 앞에 우리가 기댈 것은 하느님의 자비뿐입니다.


“하느님의 아드님, 주 예수 그리스도님,

  죄 많은 저에게 자비를 베푸소서.”


우리가 바칠 기도도

주님의 이름을 부르는 기도 하나 뿐입니다.

 

진정 하느님을 알고 자기를 아는

겸손하고 가난한 자의 기도입니다.


어디에나 계신 하느님이기에

굳이 성지를 찾아 나설 것도 없습니다.

 

하느님을 찾아야지

하느님 계신 곳을 찾지 말라는 말씀입니다.

 

법정 스님의 동안거 해제 법문의 요지인

“우리 삶의 현장이 곧 도량이며,

도량은 장소가 아니라 마음”이라는 말씀도

바로 우리의 깨달음과 일맥상통하고 있습니다.


모세가 하느님을 만난 곳도 화려한 성전이 아니라,

양 떼를 몰고 가던 광야를 지나 호렙산 근처에서였습니다.

 

이집트인을 살해한 후 도망 중이던

모세의 고단한 여정 중에 나타난 하느님이셨습니다.

 

모세와의 대화중에도

하느님의 자비로운 면모가 환히 드러나고 있습니다.


“정녕 나는 그들의 고통을 알고 있다.

  그래서 내가 그들을 이집트인들의 손에서 구하여,

  그 땅에서 저 좋고 넓은 땅, 젖과 꿀이 흐르는 땅으로

  데리고 올라가려고 내려왔다.”


파라오의 압제로 고난을 겪고 있는 백성들을 똑똑히 보고,

울부짖는 그들의 소리를 들으신 후,

마침내 그들 삶의 현장에 개입하시는 하느님이십니다.

 

이어 하느님은 모세에게 자신의 신원을 밝히십니다.


“나는 있는 나다(I am who am).”


있음 자체의 하느님이시라는 것입니다.

 

존재하는 모든 것들을 받쳐주시는

‘있음 자체’의 자비로우신 하느님이시라는 이야기입니다.

 

우리가 죄가 없어서 이렇게 살고 있는 게 아니라

하느님의 자비 덕분에 살고 있는 것입니다.


“너희도 회개하지 하지 않으면 모두 그처럼 멸망할 것이다.”


끊임없이 인내하시며

우리의 회개를 기다리시는 하느님입니다.

 

우리의 생명이 연장 되는 그만큼

회개의 기회를 주시는 하느님으로 생각하면 됩니다.


“주인님, 이 나무를 올해만 그냥 두시지요.

  그동안에 제가 그 둘레를 파서 거름을 주겠습니다.

  그러면 내년에는 열매를 맺겠지요.

  그러지 않으면 잘라 버리십시오,”


오늘 복음 말씀처럼,

한 해만이 아니라,

다음 해, 또 다음 해.... 계속 연장하시며

우리의 회개의 열매를 기다리시는 하느님입니다.

 

그러나 끝까지 연장 될 수는 없고

언젠가 예고 없이 죽음이 오면 모든 것은 끝입니다.


그러니

늘 깨어 겸손히 사는 것이 유비무환의 지혜입니다.


빛에 그림자 따르듯,

좀 괜찮다 싶으면 방심과 더불어 악이 스며들기 마련입니다.


광야에서 만나를 먹으며

바위에서 샘솟는 물로 갈증을 축이던 광야의 이스라엘 백성들,

불평과 악을 탐내다 광야에서 죽어 널브러졌습니다.

 

그리스도의 말씀과

성체의 만나와

성혈의 생명수를 모시고

광야 여정 중인 우리들에게 좋은 교훈이 됩니다.


“그러므로 서 있다고 생각하는 이는

  넘어지지 않도록 조심하십시오.”


늘 깨어 겸손히 살라는 말씀입니다.

새삼 바오로 사도의 다음 말씀이

최고의 처방임을 깨닫게 됩니다.


“언제나 기뻐하십시오.

  끊임없이 기도하십시오.

  모든 일에 감사하십시오.

  이것이 그리스도 예수님 안에서 살아가는

  여러분에게 바라시는 하느님의 뜻입니다.”


끊임없이 회개하는

깨끗한 마음에서 샘솟는 기쁨이요, 기도요, 감사입니다.

 

아무쪼록 남은 은총의 사순시기,

성령의 즐거움으로,

영적 갈망의 즐거움으로

부활하실 주님을 기다리며 잘 보내시기 바랍니다.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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