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미사

우리들의 묵상/체험

제목 십일조 헌금을 하니 마음이 편하네요
작성자지요하 쪽지 캡슐 작성일2007-03-12 조회수687 추천수12 반대(0) 신고

 

             십일조 헌금을 하니 마음이 편하네요





아기 시절 영세한 날로부터 60년 가까이 올곧게 신앙생활을 해오면서 일찍이 '십일조' 헌금 경험을 가져보지 못했습니다. 올해 들어서야 처음으로 그 소중한 경험을 갖게 되었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2007년은 제게(우리 가족 모두에게) 매우 특별한 해일 것 같습니다.

우리 (충남) 태안 신앙공동체의 '뿌리'와 같은 신자로서, 또 천주교 신자로서의 자긍심을 한껏 곧추세우고 사는 사람으로서 일찍이 십일조 헌금 경험을 갖지 못했다는 것은 사실 부끄러운 일입니다.

갈라진 형제들인 개신교 신자들을 알게 모르게 의식하며 살 수밖에 없는 처지에서 개신교 신자들의 십일조 헌금을 생각하면 알게 모르게 야코죽는 기분이기도 했습니다. 더욱이 처녀 시절 독실한 개신교 신자였던 아내가 개신교 신자 시절의 십일조 헌금을 그리워하며 우리 천주교의 '삼십일조' 헌금 관행을 비판할 때는 꿀 먹은 벙어리가 될 수밖에 없었습니다.

과거에 십일조 헌금을 전혀 생각하지 않은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오랜 세월 빚잔치를 하며 살아온 처지에서는 실로 어려운 일이었습니다. 그러나 장장 13년에 걸쳐 1억5천만 원의 '보증 빚'을 갚아온 눈물겹던 세월도 어느덧 지나고, 거짓말같이 새 집도 장만하고 보니, 오히려 우리 신부님의 표현처럼 '인생 별거 아니다'라는 생각이 더욱 강하게 들고, 나이와 더불어 인생무상을 체감하는 가운데서 '무욕(無慾)의 배포'도 커지는 것 같더군요.

우리 성당이 전국에 자랑할 만한 하느님의 성전을 멋지게 지었는데도, 빚이 10억도 넘는다는 말을 듣는 순간 '속 빈 강정' 꼴이 되는 게 아닌가 하는 묘한 위기감이 들더군요. 그 빚을 갚기 위한 방법으로 올 일년만 우리도 개신교 신자들을 본받아 십일조 헌금을 해보자는 신부님의 호소를 들을 때는 신부님이 무슨 죈가 싶고, 애처로운 느낌마저 들더군요.

솔직히 말해 저 나름으로는 하느님의 성전을 짓는 일에 최선을 다했습니다. 제가 성전 건축과 관련하여 하느님께 봉헌한 금액은 도합 3천만 원쯤 되는 것 같습니다. 비록 평생 동안 땅 한 평도 가져보지 못하고, 이룬 것도 없고 가진 것도 없지만, 세상에는 부끄러울지언정 하느님 앞에서는 조금이라도 떳떳해야 한다는 생각이었지요.

몇 년 동안 적금 부어 모은 1천만 원을 대리석 기둥 값으로 봉헌하고, 딸아이 교육보험의 대입 관련 지급금에다가 내 소설·잡문 원고료와 초등학교 논술 강사료를 다 긁어모아 선친과 모친의 수호 성인상 값 600만원을 봉헌한 다음 한숨 돌리는가 했더니 십일조 헌금 얘기가 나와서 처음에는 적이 당혹스러웠지요.

그러나 처음으로 십일조 헌금을 해볼 수 있는 기회다 싶어 과감히 소매 걷어붙이기로 했고, 이왕이면 다홍치마라고 온 가족이 개별적으로 십일조 헌금을 하기로 했습니다.

도합 다섯 개의 통장을 구비하고, 우리 부부는 물론이고 올해 84세이신 모친도, 대학생인 딸아이도, 고등학생인 아들녀석도 십일조 헌금을 하게 되었습니다. 결국 온 가족의 모든 수입에 대해 십일조 헌금을 하게 되니, 아이들의 설날 세뱃돈까지 해당이 되더군요.

그런데 모든 소소한 수입에 대해서도 종목 별로 일일이 십일조 헌금을 시작하니 금액은 작아도 종목이 늘어나는 묘한 현상도 생기더군요. 무엇보다도 기분 좋은 일은 고등학생 아들녀석이 계속 장학금을 타서 그 장학금에 대해서도 십일조 헌금을 한 것이었지요.

하지만 저는 "하느님께 바치는 것만큼 하느님께서 채워주신다"는 믿음은 별로 중요하게 여기지 않습니다. 그것은 개신교 신자들 쪽에 좀더 많은 '기복신앙'과 연결될 소지가 있습니다. 신앙의 궁극적인 목적은 하늘나라에 있는 것이지 현세의 복에 있는 것이 아닙니다.

그러므로 내가 오늘 십일조 헌금에 최선을 다하는 것은 하느님 앞에 가서 조금이라도 부끄럽지 않으려는 뜻입니다. 이 티끌세상의 티끌 같은 돈에 너무 집착하거나 연연하며 산다면 그만큼 하느님 앞에 섰을 때는 때늦은 후회와 부끄러움이 많을 것인즉….



덧붙이는 글

이 글은 대전교구 태안 성당 2007년 3월 11일(사순 제3주일)치 '주보'에 실린 글입니다. 글 내용이 자못 '스스로 나팔을 부는' 격이지만, 본당 사무장님의 요청으로 썼습니다. '스스로 나팔을 부는' 제 부끄러운 소치를 부디 너그럽게 이해해 주시기 바랍니다.

태그
COMMENTS※ 500자 이내로 작성 가능합니다. (26/500)
[ Total 27 ] 기도고침 기도지움
등록하기
※ 로그인 후 등록 가능합니다. 파일 찾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