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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작은 씨앗/옮겨온 글
작성자양춘식 쪽지 캡슐 작성일2007-03-14 조회수652 추천수6 반대(0) 신고
                                         

                                        작은 씨앗/옮겨온 글


               독실한 가톨릭 가정에서 자란 경숙이 언니는

               혼자 된 어머니와 함께 사는 제 어린 시절 한동네 언니였습니다.


               저보다 나이가 세살 위인 언니는 짓궂은 아이들로부터

               늘 저를 지켜주고 친동생처럼 돌봐주곤 하여

               외동딸인 저도 언니를 친언니처럼 따랐지요.


               어느 날, 언니는 제 손을 잡고

               아주 허름하고 좁은 가건물로 데려갔었는데

               그곳에서 저는 처음으로 로만칼라 아저씨를 만났습니다.

               그 이후로 왜 그곳에 가는지 알지도 못한 채,

               일요일이면 언니 손에 이끌려 그 아저씨를 보러 가곤 했지만

               사실 노래하다 일어섰다, 앉았다하는 이상한 형식엔 별 관심이 없었고

               끝나면 하나씩 주는 빵이 맛있어서 언니를 따라 더 열심히 다녔었습니다.


               주기도문을 다 외우면, 영세를 받을 수 있다했지만

               그걸 왜 외워야 하는지 이해를 못하는 초등학교 1학년이었던 저는

               그저 언니가 외워라하니 열심히 외웠지요.


               그렇게 얼마간 성당을 다니던 어느 토요일, 경숙이 언니는

               삼촌네 갔다가 다음날 아침 일찍 데리러 올 테니 다른 곳에 가지 말고

               깨끗한 옷을 입고 자기를 꼭 기다려달라며 신신당부를 하며 떠났습니다.

               세례를 받는 날이라 하였습니다.


               세례를 받는다는 뜻이 뭔지 몰랐지만,

               두 갈래 머리 예쁘게 땋아 리본까지 맨 어린 소녀는

               하루 종일 대문만 바라보며 언니가 올 때까지 열심히 기다렸습니다.

               하지만 해가 뉘엿뉘엿 서산으로 넘어갈 때 까지

               웬일인지 그녀는 오지 않았지요.


              그리고 며칠이 지나고….

              어머니께서 하시는 말씀을 들었지요.


              일요일 아침 일찍 삼촌 집에서 버스를 타고 집으로 돌아오다

              교통사고로 머리를 크게 다쳐

             그만 하늘나라로 떠나 버렸다는 것이었습니다.


              그 이후로 저는 성당에 갈 일이 없었습니다.

              아무도 제 손을 잡고 성당에 데려다 줄 사람이 없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20년이 지난 어느 겨울

              저는 명동성당에서 주님의 자녀로 새로 태어났습니다.


              그때는 몰랐지요.….

              아무것도 몰랐지요.….


              그녀가 제 가슴에 무엇을 심고 떠났는지를….


             두 갈래 머리 나풀대며 잘 웃던 어린 소녀 가슴에

             소녀가 미처 느끼지도 못한 사이, 작은 씨앗 하나가 심어져

             조금씩 자라고 있었다는 것을 그때는 알지 못했습니다.


             그 신비한 씨앗은 훗날 아름다운 꽃으로

             이곳저곳 아주 많이 피어났습니다.

             소녀의 부모님을 비롯하여 가족 모두, 삼촌 가족

             숙모의 친정가족, 친구들, 이웃들…. 헤아릴 수 없이

             수많은 꽃이 되어 소녀의 주변 사람들에게 피어났습니다.


             우리의 사랑이 작은 씨앗이 되어

             누군가의 마음에 사랑으로 심어진다면

             먼 훗날 아주 큰 행복으로 꽃을 피울 것입니다.


             그것이 꼭 선교의 목적이 아니라 할지라도

             어떤 이에게는 삶을 살아가는 희망이 될 수도 있고

             어떤 이에게는 평생 잊지 못할 감사의 마음이 될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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