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도 유다인들은 오늘 복음에 인용된 신명 6,`49의 말씀을 하루에 두 번씩 기도한다고 한다. 아침 잠자리에 일어나 한 번, 밤에 잠자기 전에 한 번. 그리스도인 어린이들이 주님의 기도를 배우듯이 유다인 어린이들이 처음 배우는 기도가 ‘쉐마 이스라엘’이고, 삶을 마감하기 전에 하는 기도가 ‘쉐마 이스라엘’이라고 한다. 그만큼 이 기도는 한 분이신 하느님께 대한 신앙고백을 담고 있고, 유다인이 가지고 있는 하느님께 대한 신앙을 잘 드러내 주는 기도문이다.
‘쉐마 이스라엘’ 기도가 다른 사람들에게 알려진 건 제2차세계대전 때 유다인 학살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우리가 알고 있는 엘리 위젤·빅터 프랭클·프리모 레비 등에 의해 유다인 수용소 생활에서 ‘쉐마 이스라엘’을 외웠던 신앙인들의 모습을 보게 된다. 엄청난 폭압 속에서 빵 한 덩어리 때문에 아버지를 죽이고, 그 빵 때문에 아버지를 죽인 아들이 다른 사람에게 죽어가는 가운데 적은 수이기는 하지만 이 기도를 끊임없이 바치던 사람들. 하느님이 죽고, 나 자신이 죽고, 인간에 대한 믿음이 사라지는 그 순간에 사람들은 ‘쉐마 이스라엘’을 외쳤다고 한다.
우리 신앙도 극단에 이르면 더 명료해지지 않을까? 자신에게 닥친 무수한 고통을 의아해하면서 하느님께 매달렸던 욥처럼, 내가 무너지고 갈기갈기 찢기는 고통을 겪고 나면 우리 신앙도 단순해지지 않을까? 번제와 친교제로 상징되는 내 신앙의 외양을 벗고 나면 우리도 단순하게 하느님을 사랑하고 사람을 사랑하는 일이 이 세상 어떤 것보다 소중한 것이라고 고백할 수 있지 않을까? 수난당하시는 예수님을 묵상하면서 우리 신앙을 다시 한번 돌아보자. 우리 안에 ‘쉐마 이스라엘’의 기도가 살아 숨쉬는 강한 믿음을 주시기를 기도하자.
최성기 신부(서울대교구 수궁동 천주교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