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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3월 17일 야곱의 우물- 루카 18, 9-14 묵상/ 자기를 비우는 기도
작성자권수현 쪽지 캡슐 작성일2007-03-17 조회수436 추천수4 반대(0) 신고

자기를 비우는 기도

그때에 예수님께서는 또 스스로 의롭다고 자신하며 다른 사람들을 업신여기는 자들에게 이 비유를 말씀하셨다. “두 사람이 기도하러 성전에 올라갔다. 한 사람은 바리사이였고 다른 사람은 세리였다. 바리사이는 꼿꼿이 서서 혼잣말로 이렇게 기도하였다.

 

‘오, 하느님! 제가 다른 사람들, 강도짓을 하는 자나 불의를 저지르는 자나 간음을 하는 자와 같지 않고 저 세리와도 같지 않으니, 하느님께 감사드립니다. 저는 일주일에 두 번 단식하고 모든 소득의 십일조를 바칩니다.’ 그러나 세리는 멀찍이 서서 하늘을 향하여 눈을 들 엄두도 내지 못하고 가슴을 치며 말하였다.

 

‘오, 하느님! 이 죄인을 불쌍히 여겨주십시오.’ 내가 너희에게 말한다. 그 바리사이가 아니라 이 세리가 의롭게 되어 집으로 돌아갔다. 누구든지 자신을 높이는 이는 낮아지고 자신을 낮추는 이는 높아질 것이다.”
(루카 18,9-­14)

◆사람한테는 자신을 긍정적으로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심리학자들은 이런 현상을 자아증진(self―enhancement)이라는 말로 설명한다. 곧 대부분의 사람한테는 자아 존중감을 유지하고 보호하고 증진시키려는 욕구가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사람들은 잘된 것은 자기가 잘해서이고, 나쁜 것은 환경이나 다른 사람 탓으로 생각한다(self serving attribution). 다른 사람을 평가할 때보다 자신을 평가할 때 더 관대하고, 자신과 연관된 장소·물건 사람을 다른 사람이 연관된 것보다 더 높게 평가하고, 다른 사람보다 자기 자신이 선입관이나 편견에서 더 자유롭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는 것이다.

 

오늘 복음의 바리사이는 험난한 세상에서 자신을 지키기 위해 모든 것을 갖춘 사람같이 보인다. 하느님께 감사할 줄도 알고, 자기 자신의 장점이 무엇인지도 안다. 또 자신이 다른 사람보다 어떤 면에서 더 나은지도 안다. 자신이 바리사이파에 속한 게 자랑스럽고, 자기 자신에게 요구되는 규칙도 잘 지키는 사람이다. 이만하면 자아 존중감으로 충만한 사람이다. 그렇다면 그런 자아 존중감이 그를 행복하게 만들고 충만하게 만들었을까?

 

예수께서는 기도를 가르치시면서 자아 존중을 지나치게 강조하는 우리 시대의 인간상에 도전장을 내미신다. 자신감에 가득 찬 사람한테서는 의로움을 발견할 수 없다는 것이다. 바리사이와 별반 다르지 않은, 그리고 심리학자들이 묘사하는 인간의 특성에서 별로 벗어나지 못하는 신앙인에 대한 따가운 일침이다.

 

기도는 왜 하는 것일까? 세리의 기도처럼 하느님 앞에서 자아를 덜어내기 위해서다. 적어도 하느님 앞에서는 자신의 모습을 제대로 볼 수 있는 사람이 되기 위해서다. 하느님 앞에서 자신을 드러내기 위해 사용하는 모든 책략을 포기하고, 하느님 앞에 온전히 선 나의 모습을 보기 위해서다. 하느님 앞에서조차 나를 방어하고 자아를 보호하려는 모든 시도를 중단하기 위해서다.
우리의 기도가 세리의 기도처럼 진솔한 기도가 되기를 청하자. 적어도 하느님 앞에서는 우리를 내세우려는 시도를 포기할 수 있는 마음을 주시도록 기도하자.

최성기 신부(서울대교구 수궁동 천주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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