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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3월 20일 야곱의 우물- 요한 5, 1-3ㄱ. 5-6 묵상/구원을 주는 만남
작성자권수현 쪽지 캡슐 작성일2007-03-20 조회수478 추천수2 반대(0) 신고

구원을 주는 만남

유다인들의 축제 때가 되어 예수님께서 예루살렘에 올라가셨다. 예루살렘의 ‘양 문’ 곁에는 히브리 말로 벳자타라고 불리는 못이 있었다. 그 못에는 주랑이 다섯 채 딸렸는데, 그 안에는 눈먼 이, 다리 저는 이, 팔다리가 말라비틀어진 이 같은 병자들이 많이 누워 있었다. 거기에는 서른여덟 해나 앓는 사람도 있었다. 예수님께서 그가 누워 있는 것을 보시고 또 이미 오래 그렇게 지낸다는 것을 아시고는, “건강해지고 싶으냐?” 하고 그에게 물으셨다.

 

그 병자가 예수님께 대답하였다. “선생님, 물이 출렁거릴 때에 저를 못 속에 넣어줄 사람이 없습니다. 그래서 제가 가는 동안에 다른 이가 저보다 먼저 내려갑니다.” 예수님께서 그에게 말씀하셨다. “일어나 네 들것을 들고 걸어가거라.” 그러자 그 사람은 곧 건강하게 되어 자기 들것을 들고 걸어갔다. 그날은 안식일이었다. 그래서 유다인들이 병이 나은 그 사람에게, “오늘은 안식일이오. 들것을 들고 다니는 것은 합당하지 않소” 하고 말하였다.

 

그가 “나를 건강하게 해주신 그분께서 나에게, ‘네 들것을 들고 걸어가라’ 하셨습니다” 하고 대답하자, 그들이 물었다. “당신에게 ‘그것을 들고 걸어가라’ 한 사람이 누구요?” 그러나 병이 나은 이는 그분이 누구이신지 알지 못하였다. 그곳에 군중이 몰려 있어 예수님께서 몰래 자리를 뜨셨기 때문이다.

 

그뒤에 예수님께서 그 사람을 성전에서 만나시자 그에게 이르셨다. “자, 너는 건강하게 되었다. 더 나쁜 일이 너에게 일어나지 않도록 다시는 죄를 짓지 마라.” 그 사람은 물러가서 자기를 건강하게 만들어 주신 분은 예수님이시라고 유다인들에게 알렸다. 그리하여 유다인들은 예수님께서 안식일에 그러한 일을 하셨다고 하여, 그분을 박해하기 시작하였다.
(요한 5,1­-3ㄱ.5­-6)

◆많은 사람들이 사는 도시에서 외로움을 더 깊이 느낀다고 한다. 어디를 가든 사람에 둘러싸여 외로움을 느낄 틈이 없어 보이지만 도시인들의 외로움은 우리 사회에서 쉽게 발견되는 우울증과 관련이 있고, 자살·약물 중독·알코올 중독과 같은 다양한 형태의 반사회적 행동에 영향을 준다. 외로움을 많이 느끼는 남자들이 심장질환에 걸릴 확률이 높고, 혈압이 약 30mmHg 높아진다는 연구도 발표되었다. 만남이 많다고 해서 외로움을 덜 느끼는 것은 아니다. 얼마나 많은 사람을 만나는가보다 어떤 수준의 만남을 갖는가가 우리 삶에 더 영향을 미친다는 이야기다.

 

축제를 준비하는 예루살렘도 사람들로 북적거렸다. 벳자타의 소경이 누워 있는 주랑에도 많은 사람이 드나들었다. 수없이 많은 만남이 이루어지고 있었고, 수없이 많은 말이 오고 갔다. 하지만 그곳에 누워 있던 사람들도 우리 시대 사람들만큼이나 외로운 이들이었다. 자신들이 앓고 있는 병에서 오는 소외감, 늘 그 자리에서 기적을 기다리는 풍경 같은 사람으로 여겨지는 데서 오는 외로움, 무엇보다도 자신의 고통을 함께 나누지 않는 사람들에 대한 섭섭함은 벳자타 못가에 무리지어 있던 병자들이 공통적으로 느꼈던 것이다. 그래서 더욱더 벳자타 못에 집착하게 되었다.

 

함께하는 사람들에게 의지할 수 없었기에 기적이나 신기한 현상에 마음을 더 주게 되었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기적은 그들이 바라는 곳에서 오지 않았다. 기적은 예수님과 만남으로 이루어진다. 벳자타의 소경은 마침내 자신을 알아주는 사람, 자신의 존재를 알아주는 사람, 고통의 시간을 인정해 주는 사람, 나에게 구원을 주는 사람을 만난 것이다. 이런 만남이 있었기에 ‘일어나 들것을 들고 걸어갈 힘’을 받게 된다. 이런 만남이 내 문제를 직접 해결해 주는 경우는 드물지만 적어도 내 문제를 안고 살아갈 힘을 준다. 세상을 살아갈 건강을 되찾은 것이다.

내게 세상을 살아갈 힘을 주는 사람들이 있다. 많은 관계 속에서 나의 마음을 받아주고 알아주고, 내 삶을 존중해 주는 그런 사람들이 분명히 우리 주변에 있다. 내 들것까지 들어주지는 않더라도 내가 들것을 들고 이 세상으로 나아가도록 힘을 주는 사람들이 있다. 그런 친구들, 그런 지인들이 많아지기를 기도하자. 나 역시 다른 이에게 구원을 주는 만남을 가꾸어 갈 수 있는 사람이 되기를 청하자.

최성기 신부(서울대교구 수궁동 천주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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