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사의 소프트웨어 I[제 14회]/ 정훈 베르나르도 신부님.

♣~미사 전례와 감각 기관의 관계. ~♣

미사 참례를 잘 하려면 지성적으로 미사를 파악하는 것보다 감성적인 흐름을 타고 적극적으로 참례하고자 하는 의지를 갖는 것이 더 유용합니다.

그런데 이와 반대로 미사의 한 장면 한 장면이 내 삶의 체험 순위에서 우선하지 않기 때문에 눈여겨보거나 귀가 솔깃해지거나 말에 진심이 실리지 않습니다.

이렇게 된 원인으로 우리가 그동안 미사 참례를 머리로만 해 온 것을 꼽을 수 있습니다.

미사의 특정한 부분에 집착하는 이성적 확신만으로는 지겨움을 극복할 수도, 신선함을 느낄 수고 없습니다.

미사 시간을 대부분을 딴 생각하다가 자신이 중요하다고 여겨지는 부분에서만 잠깐 집중하려고 하니까, 제대로 마음이 모아지지도 않고 정신도 산란한 상태에서 벗어나지 못합니다.

따라서 미사 참례는“이 부분에서도 집중하자.”하는 지적인 포인트도 중요하지만 감각을 활용해 미사의 흐름에 자기 삶을 함께 섞어 융화시키는 작용이 없으면 미사는 무미건조하게 됩니다.

여기서 우리가 고려해야 할 사항은 미사 참례를 하면서 주로 활용하는 감각 기관이 귀와 눈과 입이라는 사실입니다.

따라서 어떤 부분에서는 눈으로 무엇인가를 꼭 보아야 하고 또 다른 부분에서는 다른 감각은 가능하면 닫고 귀만 기우려야 하는 부분이 있고, 무슨 뜻인지 가슴깊이 새긴 다음, 앵무새처럼 하는 것이 아니라 진실하게 말해야 하는 부분이 있습니다.

앉아서 기도할 때는 주로 귀로 기도해야 하거나 전체적인 감각을 총동원해야 하기 때문에 전례적 으로 이런 배려를 한다는 것을 알아채셨으면 합니다. 어쨌든 감각을 이용한 미사의 장치[Mechanism]들이 원활히 가동될 때 미사 내용이 머리에 남고 마음을 움직여야 삶에 영향을 줄 수 있습니다. 

우리는 보고 듣고 말하며 살아갑니다.

물론 다른 삶의 요소들도 작용하지만 이런 감각의 기능들은 우리가 생각하고 행동하는데 결정적인 영향을 줍니다.

미사 참례도 마찬 가지입니다.

내 삶의 중요한 순간들은 귀에 박히고 눈에 꽂히는데, 우리가 미사 참례를 할 때에는 그런 기능들이 현저히 떨어집니다.

‘소 닭 보듯이 닭 소 보듯이’미사의 중요한 장면들은 안중에도 없고 귀중한 하느님의 말씀을 귀가 닳도록 들어도 한 귀로는 계속 빠져나가기만 하며 책임지지도 못할 거룩한 말들을 함부로 내뱉고 있습니다.

이처럼 내 미사의 현실은 주목하거나 경청하지 않고 책임질 수 있는 말을 가려 하지도 않습니다.

이런 상황에서는 백가지 약도 효과가 없습니다.

솔직히 이야기 하라고 하면 내 삶에서 미사를 인상적인 사건으로 꼽는 사람이 얼마나 되겠습니까?

또 표피적으로 짜릿함을 주는 자극도 없습니다.

미사가 아무리 천하의 영약일지라도 이런 현실에서는 무용지물이 됩니다.

만약에 미사가 내 삶에서 중요한 각성이 있다면 미사의 한 장면 한 장면이 예사롭지 않게 눈과 귀나 입을 통해 내 안에 들어와서 삶의 일부로 각인될 텐데,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습니다.

삶의 특별한 사건이나 이벤트보다 일상이 중요하다는 것을 굳이 들먹이지 않더라도 미사가 내 삶에서 차지해야 하는 위치나 중요성에 비추어 볼 때 내 감각 능력을 동원하는 수준은 정말로 형편이 없습니다.

한 마디로 미사는 어떤 매력도 없습니다.

이것은 단순히 집중력의 문제가 아닙니다.

내가 미사에서 신선함을 느끼지 못하고 있고 미사를 주관해야 한다는 생각도 못하기 때문에 너무나 소극적인 태도로 미사에 참례하고 있고 그것이 감각의 효율성에 나쁜 영향을 끼치고 있습니다..............♣†

                       [감각 기관의 특징으로 이어집니다]

천주교 서울 대교구 중림동[약현]성당 주임 정훈 베르나르도 신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