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미사

우리들의 묵상/체험

제목 빠다킹 신부와 새벽을 열며 [Fr.조명연 마태오]
작성자이미경 쪽지 캡슐 작성일2007-04-05 조회수914 추천수5 반대(0) 신고
2007년 4월 5일 주님 만찬 성목요일
 

"No," said Peter, "you shall never wash my feet."

Jesus answered, "Unless I wash you, you have no part with me."

(Jn.13.8)
 
제1독서 탈출기 12,1-8.11-14
제2독서 코린토 1서 11,23-26
복음 요한 13,1-15
 
어제는 제 컴퓨터에 있는 자료들을 정리했습니다. 정리를 해놓아야 나중에 그 자료가 필요할 때 쉽게 찾을 수가 있거든요. 그래서 이곳저곳에 흩어져 있는 자료들을 정리하던 중에, 이제까지 써왔던 새벽 묵상 글을 보게 되었습니다. 2001년 6월 14일에 썼던 첫 번째 글입니다.

우선 제 소개부터 하지요. 저는 가톨릭 신부입니다. 보통 사람들은 아마 제가 신부이기 때문에 성당을 지키고 있을 것이라 생각하시겠지요. 하지만 저는 지금 컴퓨터를 공부하고 있답니다. 프로그램……. 올해 제 소임이 컴퓨터 프로그램 공부하는 것으로 결정되었거든요. 5개월 째 공부를 하고 있는데 잘 되지 않네요. 머리가 나쁘다는 것을 여실히 느끼면서…….

그런데 저에게는 잘 되지 않는 공부보다도 더 큰 고민이 생겼답니다. 다름이 아니라, 이렇게 프로그램을 공부하다보니 제가 신부인지, 프로그래머인지를 모르겠더군요. 분명히 신부가 맞기는 맞는 것 같은데, 항상 컴퓨터 앞을 지키고 있는 제 자신을 보면 신부가 아닌 것 같기도 하고……. 아무튼 저에 대한 정체성이 조금씩 사라집니다.

그래서 이 글을 쓰게 되었습니다. 매일의 묵상을 통해 제 정체성을 찾기 위해서……. 그래야 제가 살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아무튼 이 글은 새벽을 좋아하는 사람들과 함께 하기 위한 글입니다. 언제까지 계속될지는 모르겠지만, 제 능력이 될 때까지 해보려고 합니다.

앞으로 여러분들의 많은 격려와 사랑을 부탁드립니다.

얼마 못가서 멈출 것이라고 스스로 예상했던 이 새벽 묵상 글이 바로 오늘 2007년 4월 5일까지도 멈추지 않고 있습니다. 그러다보니 그 양이 어마어마하네요. 한 해에 400페이지 이상의 분량이니, 지금까지 총 2,400페이지가 넘습니다.

요즘 제가 읽고 있는 책의 두께가 상당합니다. 총 450페이지입니다. 두껍지요? 그런데 제가 이제까지 쓴 양은 이렇게 두꺼운 책의 5배가 넘습니다. 깜짝 놀랍니다. 하지만 제가 한 번에 그렇게 많은 글을 쓸 수 있을까요? 아닙니다. 하루에 한두 장씩 썼던 것이 모아져서 지금의 숫자가 나올 수가 있는 것이지요.

어쩌면 우리들의 신앙도 이렇지 않을까요? 단번에 얻는 신앙이란 없습니다. 제가 매일 조금씩 써서 그렇게 많은 양의 글을 쓸 수 있었던 것처럼, 조금씩 주님 앞으로 나아가기 위해 노력하다보면 언젠가 주님 앞에 나와 있는 자기 자신을 발견할 수 있는 것입니다. 그런데 우리들은 한 번에 모든 것을 얻고자 하는 욕심 가득한 신앙만을 주님께 요구하고 있습니다.

오늘 복음에 등장하는 베드로도 그렇습니다. 처음에는 자기 발은 못 씻는다고 했지만, “내가 너를 씻어 주지 않으면 너는 나와 함께 아무런 몫도 나누어 받지 못한다.”라고 말씀하시자 발만이 아니라 손과 머리도 씻어달라고 요구합니다. 즉, 단번에 모든 것을 얻으려는 욕심 가득한 신앙을 베드로도 보여주고 있는 것입니다.

예수님의 사랑은 단번에 깨달을 수 있는 것이 아닙니다. 제자들 역시 예수님의 수난과 죽음 그리고 부활을 체험한 뒤에야 그 사랑을 깨닫고 예수님의 사랑을 세상에 증거하게 되었던 것을 잊지 마십시오.

지금 나의 모습 역시 욕심 가득한 신앙만을 추구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요? 그래서 주님과 점점 멀어지는 것은 아닐까요?


예수님처럼 사랑하는 사람의 발을 씻어 주세요.



지금이라는 시간에 충실하기(박성철, '느리게 그리고 인간답게' 중에서)

한 남자가 젊은 나이에 죽어서 저승으로 갔습니다. 그곳에는 염라대왕이 떡하니 앉아서 그를 노려보고 있었습니다. 한참 동안 침묵이 흐른 후 염라대왕이 물었습니다.

"너는 살아 있는 동안 무엇을 했느냐?"

남자는 곰곰이 생각한 후 대답했습니다.

"저는 남들과 똑같이 살아왔습니다. 어린 시절엔 신나게 뛰어놀았고, 학교에 들어가서는 열심히 공부했고, 청년이 되어서는 살기 위해 열심히 일했습니다. 그리고 결혼해서는 가족들을 위해 일했고, 아이를 훌륭하게 키우기 위해 노력했습니다. 남들처럼 그냥 그렇게 살아왔습니다."

염라대왕은 그 말을 가만히 듣고 있더니 말했습니다.

"그래, 그럼 너는 이제부터 여기서 살거라."

남자는 갑자기 삶을 다시 한 번 살아보고 싶다는 욕망이 생겼습니다.

"저에게 한 번만 더 기회를 주십시오. 그러면 진짜 삶다운 삶을 살아보겠습니다. 제발 부탁입니다."

염라대왕은 버럭 화를 내었습니다.

"무슨 소리를 하느냐! 그건 절대 안된다."

남자는 다시 애걸복걸 하였습니다.

"염라대왕님, 저는 제가 이렇게 일찍 올 줄을 몰랐습니다. 세상에 많은 것을 남겨두고 이렇게 갑자기 죽게 될 줄은 미처 몰랐습니다. 왜 저에게 미리 알려주지 않으셨습니까?"

염라대왕은 한심하다는 듯이 말했습니다.

『나는 늘 너에게 그 사실을 알려주었다. 일을 마치고 나면 하루가 저무는 것도 나의 메시지였고, 너의 이마에 주름살이 조금씩 조금씩 늘어나는 것도 나의 메시지였다. 머리에 흰머리가 하나씩 늘고, 조금만 뛰어도 숨이 가빠지는 것 역시 나의 메시지였다. 하지만 너는 너의 삶이 줄어들어 감에도 아무런 반응이 없었다. 인간들은 왜 그런지 모르겠구나. 평소에는 대충대충 살다가 막상 삶을 잃어 버릴 때가 되면 땅을 치며 후회하는지를…….』

에디스 쉐퍼의 글을 읽을 때면 삶은 화살처럼 빠르게 날아가 버린다는 사실을 새삼 실감하게 됩니다.

삶은 매 단계마다 너무 빨리 지나가 버리고, 순식간에 사라져 버리고 만다. 후회하고, 말다툼하고, 화를 내다보니 얼마 안 있어 사라져 버릴 '지금'이라는 귀중한 시간을 허비하고 말았다. '지금'은 그리 오래 지속되지 않는다. '지금은 그리 오래 지속되지 않는다.'

그 말은 한동안 내 마음의 기슭에서 메아리쳤습니다. 지금이라는 이 시간은 좀처럼 나의 사정을 봐주지 않고 자신의 길로만 가는 특징을 가지고 있으니 지금 이 시간, 좀 더 내 삶에 분발해야겠습니다.

 

 

"Master, are you going to wash my feet?

If I, therefore, the master and teacher, have washed your feet,
you ought to wash one another's feet.
I have given you a model to follow,

(Jn.13,6,14,)

 

 

[성 필립스 소년 합창단] Libera 

밑의 곡 stop 하고 클릭해서 들으세요

 

 

keren ann - notgoinganywhe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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