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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주간 첫날 새벽에 일어난 일
작성자윤경재 쪽지 캡슐 작성일2007-04-07 조회수770 추천수3 반대(0) 신고

 

<주간 첫날 새벽에 일어난 일>


주간 첫날 새벽 일찍이 그 여자들은 준비한 향료를 가지고 무덤으로 갔다. 안으로 들어가 보니 주 예수님의 시신이 없었다.

“어찌하여 살아 계신 분을 죽은 이들 가운데에서 찾고 있느냐? 그분께서는 여기에 계시지 않는다. 되살아나셨다. 사람의 아들은 죄인들의 손에 넘겨져 십자가에 못 박히셨다가 사흘 만에 다시 살아나셔야 한다고 말씀하셨다.”

베드로는 일어나 무덤으로 달려가서 몸을 굽혀 들여다보았다. 그곳에는 아마포만 놓여 있었다. 그는 놀라워하며 돌아갔다. (루카 24,1-12)



  사랑하는 이를 불귀의 객으로 보내버린 여인들은 남자들이 예수의 시신을 아마포로만 감싸고 무덤에 묻는 것을 유심히 보았습니다. 마지막 가시는 주님의 몸을 모시는 것이 너무 소홀하여 못마땅하였습니다. 사랑하는 이를 이렇게 무력하게 보내는 것이 너무나 안타까웠습니다.

 

  남정네들은 그저 예수님의 시신을 자기들이 추스르고 무덤에 모실 수 있었던 것만으로도 다행인양 여기고 다들 숨어 지내기 바빴습니다.  그래서 그녀들은 누가 먼저라고 말하지도 않았지만 집으로 돌아가 향료와 향유를 정성껏 준비하였습니다. 한시라도 급히 존경하고 서로 사랑을 나누었던 예수님을 깨끗하게 닦아드리고, 하느님께 보내드리겠다는 열망만 가득하였습니다. 어떤 어려움이 닥치더라도 그분을 정성껏 모시고 싶었습니다. 그분은 목숨까지 내어 놓으셨는데 이까짓 일이 뭐 어려움이 있겠느냐고 생각했습니다.


  안식일에 아무 일도 못하고 얼마 떨어지지 않은 장소로 움직이는 것조차 못하게 만든 율법이 원망스럽기만 했습니다. 일각이 여삼추 같았습니다. 안식일이 끝나는 새벽까지 그녀들은 뜬눈으로 새웠습니다. 갈바리아 언덕에서 벌어졌던 무시무시했던 기억을 떨쳐버리고 싶었습니다. 무수한 채찍질로 만신창이가 된 예수님의 몸과 가시관이 박혀 선혈이 낭자한 얼굴이 계속 눈앞에 어른 거렸습니다. 가슴이 메어왔습니다. 그 괴로움을 잊고자 그녀들은 예수님과 지내며 행복했던 순간들을 이야기 하면서 서로를 위로하였습니다.

 

  그러면서 그분의 가르침을 되새겨 보았습니다. 무엇인지 기대감으로 가득 찼던 때이었습니다. 병들고 마귀 들린 사람들을 고쳐주실 때, 예수님의 주위에 몰려든 수많은 군중들에게 알기 쉽고 가슴을 찡하게 만드는 말씀을 들려주실 때, 바리사이들과 율법학자들의 코를 납작하게 만드셨을 때 얼마나 감격하고 뿌듯했는지 모릅니다. 오천 명이나 되는 사람들을 빵 다섯 개와 두 마리 물고기로 배불리 먹이셨을 때 그들은 곧 하늘나라가 올 것을 믿어 의심치 않았습니다.

 

  예수님 주위에 모여 지내면서 하루하루가 꿈만 같았습니다. 서로 낯설고 서먹했던 사이였지만 한순간에 친 형제 자매보다 더 가깝게 느껴지게 되었습니다. 각자 집에서 가져온 음식을 예수님과 모인 사람들에게 대접할 때는 정말 신바람이 났습니다. 때로는 여행 중에 가진 것이 다 떨어져 몇 끼니를 굶었지만 그래도 배고픈 줄 모르고 지냈습니다. 그저 예수님의 얼굴을 가까이서 볼 수 있다는 자체만으로도 행복하였습니다.


  저 멀리 뿌옇게 동이 트기 시작했습니다. 주님이 떠나신 마당에 햇살은 여전히 밝게 떠오릅니다. 아직 한기가 느껴지는 이른 새벽이었지만 그녀들은 준비한 향료를 가지고 한걸음에 무덤에 이르렀습니다.


  도착해 보니 무덤 앞을 막고 있던 커다란 돌이 옆으로 굴려져 있었습니다. 그 큰 돌이 어떻게 굴려져 있었는지 궁금했습니다. 아마 자기들보다 먼저 다다른 사람들이 있었나하고 생각했습니다. 그녀들은 그 큰 돌을 움직일 것을 걱정했는데 다행이다 싶어 아무 생각 없이 무덤 안으로 들어갔습니다. 그런데 놀랍게도 예수님의 시신이 보이질 않았습니다.


  모두들 당황하고 있던 차에 눈부시게 차려입은 두 남자가 나타났습니다. 그녀들은 놀랍고 두려워 머리를 조아렸습니다. 그리고 부드러우나 힘찬 목소리로 자신들에게 하시는 말씀을 들었습니다.

 

  “어찌하여 살아 계신 분을 죽은 이들 가운데에서 찾고 있느냐? 그분께서는 여기에 계시지 않는다. 되살아나셨다. 그분께서 갈릴래아에 계실 때에 너희에게 무엇이라고 말씀하셨는지 기억해 보아라. 사람의 아들은 죄인들의 손에 넘겨져 십자가에 못 박히셨다가 사흘 만에 다시 살아나셔야 한다고 말씀하셨다.”


  그녀들은 예수님께서 다시 살아나셨다는 말씀에 놀랍고 당황스러웠지만 너무나 감격스러운 나머지 열한 제자들이 모여 있는 곳으로 달려가 이 사실을 모두 알려주었습니다. 사도들은 그 이야기에 믿기지 않는 표정이었지만, 베드로는 수제자답게 용기를 내어 확인하겠다고 길을 나셨습니다. 그리고 무덤에 도착하여 들어가 보니 정말 여인들의 말대로 무덤은 비어 있었고 예수님을 싸고 있었던 아마포만 한편에 가지런히 개어 있었습니다.


  베드로는 예수님께서 생전에 하신 말씀들이 모두 실제로 일어나고 있는데 정말로 놀랍고 두려운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리고 한시 빨리 이 사실을 사도들에게 알리고 의논해야 하겠다고 생각하였습니다.



  아멘. 아멘. 주님께서 부활하셨도다. 할렐루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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