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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생활 묵상] 하나만 알고 둘은 모르니 야단맞아 싸다 싸!!!
작성자유낙양 쪽지 캡슐 작성일2007-04-08 조회수662 추천수8 반대(0) 신고

+ 우리 모두 평화.

 

하느님과 좀 더 가까워져야 하는 사순시기를 난 또 망쳐버렸다고

생각했다.

시간이 흐르면 흐를 수록 나의 각오는 온데간데 없어지지만,

늘 이 맘 때면 어김없이 나를 뒤돌아 보면서 마음의 정리를 하면서

변치 않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새로운 각오를하곤 한다.

 

그러나 이 번 사순시기에는 좀 어수선 했다.

'다시는 보지 않을꺼야.. 용서할 수 없어..'

한 달 동안 나는 거룩한 마음으로 보내야 하는 사순시기를

엉망으로 보내기만 하였다.

 

지금으로 부터 한 달 하루 전 안드레아랑 기분 좋게 드라이브를

하다가 멀리 LA에 떨어져 사는 조카의 전화를 받았다.

"이모, 오늘 할머니가 양로원으로  가셨다는 소식 들으셨어요?"

 

하늘이 노래지고 구토증도 일어났다.

소리소리 내어 울컥 내 뱉어지는 속앓이 울음이 그칠 줄을 몰랐다.

 

췌장에 새로운 혹덩이가 생겼다고 이틀 후 MRI를 찍어야

한다는 나는 단걸음에 LA로 달려가려 했으나 조카가

이모대신 다 알아서 해 주겠노라고 하면서 나를 안심시켰다.

 

유방암 후유증으로 팔이 많이 부어올라 비행기를 타면 안 된다니

어쩔 도리가 없다.

7시간 정도 운전을 해야하니 내 힘으로는 더더욱 어쩔 도리가 없다.

 

양로원 측에서 한 달 동안은 우리 귀여운 엄마를 내어줄 수

없다고 하였고, 나는 급한 마음에 거금에 속하는 한달 비용을

내고라도 할머니를 당장 모시고 나와야 한다고 조카에게 지시를 한

다음 양로원으로 엄마를 보내버린 오빠와 언니가 원망스러웠다.

 

심한 몸부림이 쳐진다.

1분이 몇십 년처럼 느껴지도록 기다림에 지쳐 울고 있을 때

조카로 부터 몇 시간 후에야 다시 전화를 받았다.

 

"이모, 양로원에 갔더니 할머니가 침대에 꽁꽁 묶여있었어요.

할머니를 보는 순간 눈물이 나서 양로원 메니저한테 막 따지고

할머니를 모시고 나왔는데 할머니는 내가 누군지도 모르고 그냥

쫒아나오신거예요."

 

조카는 그 때까지 펑펑 울고 있었다.

양로원측에서 할머니를 묶어놓은 것은 자기들이 잘못한 것이라고

인정을 하였다지만 벌써 몇 시간째 묶여있던 우리 귀여운 엄마의

두려웠던 마음은 어디서 보상을 받아야 하는지 화가 무척이나 났다.

 

우리 귀여운 엄마는 이때부터 불안에 떨게 되어  아는 것도

잊어버리셨다.

똑바로 누워 몇 시간을 묶임으로 고통을 당하셨기에 허리 뿐

아니라 온 몸을 많이 아파하신다.

 

마음은 더더욱 아프셨는지, 양로원에서 나오신 날 밤에

우리 귀여운 엄마는 손녀 딸이 찍어놓은 동영상 속에서 

인생은 짧은 것이라면서 나에게 잘못하는 것은 참을 수가 있지만

사람들은 사소한 일로 다툼을 한다면서 그렇게 살면 못쓰는

것이라고 심각하게 말씀하셨다.

 

언니, 오빠들이 너무 미웠다.

언니 오빠들이 내 건강을 걱정하느라 나에게 말 안하고

귀여운 엄마를 양로원에 보낸 것은 절대 아니었다.

 

단지 엄마가 늙었다고, 때때로 속옷에 똥 오줌을 싸 댄다고,

엄마 때문에 맘대로  돌아다니지 못한다고 소리소리 지르며

귀찮아하더니 기여코 양로원이란 곳으로 나 몰래 버려진 것이었다.

 

물론 내가 양로원의 개념을 모르는 것은 아니지만 그 옛날

세대의 엄마들은 양로원에 보내질 때 버려진다는

생각을 갖게 되는 것이다.

 

양로원을 탈출하듯 빠져나오신 귀여운 엄마께 잘못했다는 말대신

죽어도 모시지 못하겠다는 다른 형제들의 말이 나를 화나게 했다.

누가 모시라고 했던가? 또 모신다고 해도 내가 다시는

언니 오빠한테 귀여운 엄마를 맡길 수가 없다

 

이제는 심지어 할 말들이 없으니까, 오빠 언니는 없는 말을

만들어 내며 우리 집에 계시게 된 엄마를 나 때문에 보러

오지도 않는다고 한다. 

 

나와 나의 남편 바오로가 아팠던 기간에 2년 정도만 빼고

난 늘 엄마랑 같이 살아왔다.

우리 귀여운 엄마는 치매가 걸렸더라도 아주 얌전하신 분이시다.

가만히 우리 옆에 앉아 계시면 모든 것은 만사 오케이다..

 

내가 아프지만 않았더라면 이런 일은 있을 수도 없는 것인데..

겨우 2년 동안에 귀여운 엄마를 그렇게 버리다니..

엄마가 우리 어려서 2 -3년 똥 오줌을 받아주셨으니

엄마 말년 2-3년을 똥 오줌 받아드리는 품앗이 사랑이라도 드리지..

차라리 나한테 미리 연락이라도 해 주지..

 

이런 저런 원망의 늪에서 헤어나지 못하게 되니까 자연 나는

거룩하게 보내야 하는 사순시기에 원망만을 해야했고,

 용서와 회개를 해야하는 사순시기에 용서할 수 없다며

주님의 사랑과는 저 멀리 동떨어진 생각에 시달려야만 했다.

 

사랑을 나눈다고 열심히 사랑을 외치고 다녔지만 어느 순간

나의 모자람은 나를 슬프게 만든다.

그리곤 견딜 수 없을 만큼 고통이 뒤따랐다.

 

잠시 묵상을 해 본다.

 

사실은 속으로 나도 때론 엄마가 귀찮을 때도 있었다.

왜 이렇게 쫒아다니기만 하냐면서 나 역시 짜증을 낼 때도 있었다.

 

이랬던 나는 엄마를 모시고 왔다는 마음에 의기양양하게

하느님께 이렇게 고백했다.

 

"저는 절대로 우리 언니 오빠를 용서할 수 없어요..

마음이 편안한 것만은 아니지만 절대로 용서가 안 되요.."

 

참으로 끔찍한 고백이었다.

 

엄마가 살아계실 동안 잘 모셔야 겠다는 생각을 했으면서도

내심 나는 내 자신만을 합리화 시키려고 무진 애를 쓴 꼴이었다.

내 잘못은 모른채 잘난 척하며 하느님께 위로 받기만을

바라고 있었다.

 

나는 하느님께 야단을 맞아 싸다. 물론 하느님께서는 야단을

치시는 분이 아니시지만  내 안에 모셔진 하느님은 나를

야단치시고 있다.

 

나 자신도 엄마한테 완벽한 사랑을 드리지 못했으면서

누가 누구를 용서하지 못한다는 것인지 참 한심하기 짝이 없다.

 

하나만 알고 둘은 모르니 야단을 맞아 싸다.

 

내 머리에 주님처럼 가시관을 쓰기라도 했단 말인가?

십자가에 묶여 손과 발에 대 못이라도 박혔단 말인가?

 

주님께서는 누구를 위해서 피를 흘리시며 고통을 당하시고

돌아가셨단 말인가?

정말이지 난 야단맞아 싸다..

 

부끄럽기 짝이 없다.

그러면서도 나는 아직도 나의 형제들이 먼저 나를 찾아오기

전에는 절대로 내가 먼저 찾아 나서지는 않으리라고

생각하고 있다.

 

단지 난 우리 오빠 언니들이 나 때문에 엄마를 보지 않겠다고

하는 말에 고마워하고 있다.

나 때문에 엄마를 보지 않겠다고 하는 말은 나를 엄마라는

존재만큼  귀중한 사람으로 생각하기 때문이다.

 

내일은 (미국시간으로) 기쁜 부활주일이다.

과연 나는 기쁨으로 주님을 맞이할 수 있으려나 하는 의문을

뒤로한 채 부끄럽지만 하룻밤 남은 기다림의 부활의 기쁨을

느껴야겠기에 여기 이렇게 나의 마음을 적어본다.

 

주님.

이 죄인을 용서하소서.

주님의 발아래 무릎 꿇을 수  있도록 사랑으로 이끌어 주소서.

 

주님,

이 죄인에게 너그러운 마음을 갖게 하시고,

원망과 잘난 척하는 마음을 버리게 해 주소서.

 

주님,

언제까지 나의 귀여운 엄마를 지금의 마음으로 변함 없이

잘 돌보아 드릴 수 있도록 지혜를 주소서..

 

부끄러운 이야기지만 주님을 바라보고 싶은 마음에

그대로 나의 마음을 적어봅니다.

 

읽어주셔서 고맙습니다.

 

주님 사랑 안에서 사랑메세지 보내드립니다.

사랑해요~

행복하세요*^^* '

신명나게 삽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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