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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4월 9일 부활 팔일 축제 내 월요일/양승국 스테파노 신부님.
작성자양춘식 쪽지 캡슐 작성일2007-04-09 조회수859 추천수7 반대(0) 신고

 

4월 9일 부활 팔일 축제 내 월요일-마태오 28장 8-15절


“여자들은 크게 기뻐하며 서둘러 무덤을 떠나, 제자들에게 소식을 전하러 달려갔다.”



<예수님과 함께 산행을>


부활대축일 다음 날인 오늘, 저희 수도회에서는 전통적으로 공동체 소풍을 갑니다. 그간 성삼일 행사와 부활절 준비로 바빴던 형제들이 연중 가장 큰 행사를 무사히 마친 기념 겸 자축행사로 등산을 가는데, 이름 하여 ‘엠마우스 소풍’입니다.


루카 복음 24장 13절 이하에 등장하는 ‘엠마오로 가는 제자들’의 모습을 묵상하며 기쁨과 감사의 마음으로 산행을 떠납니다.

오늘 등산 가시는 분들, 아마도 산행 중에 신부님들이나 수녀님들, 수사님들 많이 만나실 것입니다.


엠마우스 소풍을 갈 때 마다 제 개인적으로 묵상한 것 한 가지가 있습니다.


예수님께서 돌아가신 후, 완전히 낙담한 두 제자,

‘이 총체적 난국을 어떻게 받아들여야하나’

고민 중이던 두 제자가 어깨를 축 늘어트린 채 예루살렘을 떠나

‘엠마오’란 마을을 향해 터벅터벅 길을 가고 있었습니다.


그들의 침통한 대화 사이로 부활하신 예수님께서 살짝 끼어드십니다.

그러나 두 제자는 그분이 예수님이신지를 전혀 깨닫지 못합니다.


예수님께서는 아직 깨달음에 이르지 못한 제자들에게 이것저것 차근차근히 가르침을 주십니다.

성경 전체에 걸쳐 당신에 관한 기록들을 조목조목 설명하여 주십니다.


‘너무도 편안한 분위기 속에서 다정다감한 목소리로 가르침을 주시는 이 훌륭한 분이 도대체 누구신가?’ 의아해하던 제자들은 예수님 보다는 못하지만 또 다른 큰 스승을 만났다는 기쁨에 마음이 설렙니다.


마침 날이 저물자 두 제자는 더 많은 가르침을 받고 싶어서 예수님께 청합니다.


“저희와 함께 묵으십시오. 저녁때가 되어 가고 날도 이미 저물었습니다.”


집으로 들어가신 예수님께서는 두 제자와 함께 식탁에 앉으십니다. 이윽고 빵을 떼어 제자들에게 나눠주시자 그들의 눈이 열리고 그제야 예수님임을 알아봅니다.

그러나 예수님께서는 즉시 그들 눈앞에서 사라지십니다.


예수님과 함께 했던 짧은 시간, 마치도 오후의 단꿈 같던 파노라마가 너무도 아쉬웠던 두 제자는 이렇게 서로 말을 주고받습니다.


“길에서 우리에게 말씀하실 때나 성경을 풀이해 주실 때 속에서 우리 마음이 타오르지 않았던가!”


예수님께서 그들과 동행하실 때, 예수님께서 그들에게 가르침을 주실 때, 그들의 마음 안에는 뜨거운 감동이 넘쳐흘렀던 것입니다.


엠마오로 길을 가던 두 제자는 그 때 당시 받았던 그 감동, 그 뜨거운 감동으로 남은 한평생을 행복하게 살아갈 수 있었을 것입니다.

그 때 받은 황홀함으로 인해 평생토록 예수님을 위해 투신할 수 있었을 것입니다.


오늘 정녕 우리에게 필요한 것이 ‘뜨거운 감동’입니다.

‘활활 불타오르는 마음’입니다.

‘불붙는 듯한 뜨거운 신앙’입니다.


아무런 감동이 없는 신앙생활, ‘이거다’ 하는 느낌이 없는 신앙생활, 열렬함이 사라진 신앙생활은 참으로 큰 문제가 아닐 수 없습니다.


생명수 같은 그분의 말씀으로 인해, 감미로운 그분 위로의 손길로 인해, 우리의 신앙생활은 감동의 연속이어야 하는데, 그것이 지속되기란 보통 어려운 일이 아닙니다.


언젠가 한 평신도의 지적에 뜨끔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수도자들 얼굴이 왜 그렇게 다들 어두워요? 세상의 고민들은 혼자 다 지고 가시는 표정들이세요. 좀 웃으시면 좋겠어요. 좀 활기차면 좋겠어요.”


세상에 정말 견디기 힘든 것이 무감정, 무감동, 무표정, 무감각인 것 같습니다. 웬만해서는 꿈쩍도 않습니다.

‘쌩쇼’를 해도 소용없습니다.

그저 강 건너 불 바라보듯 무심한 얼굴들,

참으로 큰 벽처럼 느껴집니다.


오늘 복음에 등장하는 여인들,

예수님의 빈 무덤을 확인한 여인들은 한편으로 두려워하면서도 다른 한편으로 크게 기뻐하며 서둘러 무덤을 떠납니다.

제자들에게 이 놀라운 소식을 전하기 위해서였습니다.


예수님의 부활 사건 앞에 취해야할 우리의 자세 역시 바로 이것입니다. 두려운 마음, 설레는 마음, 크게 기뻐하는 얼굴, 서두르는 발길...


부활하신 예수님께서 우리에게 바라시는 것은 우리 각자 마음 안에 성령의 불이 활활 타오르는 그것입니다.

성령의 불이 우리의 냉담함과 완고함을 부드럽게 녹이시어 열렬한 마음으로, 뜨거운 신앙으로 하루를 살아가는 바로 그것입니다.

                 

              ♣ 살레시오회 수도원 수련원장  양승국 신부 ♣

 

 

로사리오의 마리아 - 김영희(수산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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