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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들의 묵상/체험

제목 함께 걸으셨다.
작성자윤경재 쪽지 캡슐 작성일2007-04-11 조회수942 추천수9 반대(0) 신고

 

<함께 걸으셨다>  - 실제적인 일치를 위한 성사 생활


바로 그날 제자들 가운데 두 사람이 예루살렘에서 예순 스타디온 떨어진 엠마오라는 마을로 가고 있었다. 바로 예수님께서 가까이 가시어 그들과 함께 걸으셨다. “아, 어리석은 자들아! 예언자들이 말한 모든 것을 믿는 데에 마음이 어찌 이리 굼뜨냐? 그리스도는 그러한 고난을 겪고서 자기의 영광 속에 들어가야 하는 것이 아니냐?”

그들이 찾아가던 마을에 가까이 이르렀을 때, 예수님께서는 더 멀리 가려고 하시는 듯하였다. 그러자 그들은 “저희와 함께 묵으십시오. 저녁때가 되어 가고 날도 이미 저물었습니다.” 하며 그분을 붙들었다. 그들과 함께 식탁에 앉으셨을 때, 예수님께서는 빵을 들고 찬미를 드리신 다음 그것을 떼어 그들에게 나누어 주셨다. 그러자 그들의 눈이 열려 예수님을 알아보았다. 그러나 그분께서는 그들에게서 사라지셨다.

“길에서 우리에게 말씀하실 때나 성경을 풀이해 주실 때 속에서 우리 마음이 타오르지 않았던가!” 그들이 곧바로 일어나 예루살렘으로 돌아갔다.(루카 24,13-35)



  요한복음에서 막달라 마리아가 부활하신 예수님을 한눈에 알아보지 못한 것보다 더 심하게, 엠마오로 내려가던 두 제자들은 예수님께서 한참을 같이 걸어가시고, 성경을 풀이해 주셔도 예수님의 현존을 알아채지 못합니다.

  그들이 예수님을 올바로 깨닫게 되는 것은 성체성사를 재현할 때입니다. 그제야 비로소 눈이 열려 주님을 알아보게 됩니다.


  “모세와 모든 예언자로부터 시작하여 성경 전체에 걸쳐 당신에 관한 기록들을 그들에게 설명해 주셨다.”고 했을 때도 예수님을 알아보지 못했습니다.

  “뜨거운 마음이 타 오르지 않았던가!”하고 고백하였어도 예수님을 알아채는 데는 부족했습니다.


  우리는 흔히 어떤 감동적인 체험을 통해서 하느님을 알아볼 수 있다는 주장에 현혹됩니다. 특히 일부 열광주의자들은 그런 체험만이 전부인양 주장합니다. 그러나 더 중요한 것은 성사 생활입니다. 예수님께서 제정하신 성사를 통한 내적일치를 이루지 않는다면 올바로 깨닫기 어렵습니다.

  루카복음 저자가 성령을 매우 강조하는 분이라는 사실은 루카복음서와 사도행전을 통해서 잘 살펴 볼 수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길에서 우리에게 말씀하실 때나 성경을 풀이해 주실 때 느꼈던 감동”보다 “성사를 통한 눈의 열림”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그 열림도 저절로 생기는 것이 아닙니다. 그저 지나가는 나그네처럼 다가오신 예수님을 집으로 모시는 행위를 실천하고 나서야 눈이 열린 것입니다. 그분이 예수님이시라는 것을 알고 나면 누군들 집으로 모시지 않겠습니까? 예수님이 아닌데도 집으로 초대하였기 때문에 예수님을 알아보게 된 것입니다.


  물론 도망치듯 흩어지는 제자들을 찾아 나서시는 예수님의 사랑이 우선합니다. 그분은 뿔뿔이 흩어졌다고 벌을 주시는 분이 아니라 용서하러 일일이 찾아 나서시는 분입니다. 주님은 아흔 아홉 마리 양을 놔두고 한 마리 길 잃어버린 양을 찾아 헤매는 목자이십니다. 돌아온 아들의 목을 껴안고 입을 맞추시며 잔치를 베푸시는 아버지이십니다.


  그와 동시에 우리의 입장에서 주님을 초대하려는 노력도 절실히 필요합니다. 원하지 않는 자에게 억지로 밥을 떠먹여 주시지는 않습니다.


“그러나 그분께서는 그들에게서 사라지셨다.”(루카 24,31)


  예수님께서 사라지신 것은 성체의 모습으로 오셨다가 빵이 되시어 제자들의 몸 안에 들어가신 것입니다. 제자들의 몸 안에 들어가신 예수님의 성체는 그들과 한 몸이 되셨습니다. 그리하여 낙담하고 겁내어 예루살렘을 도망치듯 떠나와 엠마오에 도착했던 제자들이 죽음을 무릅쓰고 곧바로 일어나 예루살렘으로 향하게 됩니다. 그리고 제자들 공동체에 합류하였습니다. 그리고 자신들이 체험한 것을 나누었습니다. 그들이 변화된 것입니다. 이렇게 믿음으로 부활하신 주님을 제 몸에 모신 사람은 그들처럼 변화될 수 있습니다.


  우리도 부활하신 예수님을 알아보는 체험을 할 수 있습니다. 가장 올바른 길은 바로 주님께서 제정하시고, 기억하여 기념하라고 이르신 대로 성사 생활에 참례하는 것입니다. 그 성사 생활은 거룩한 교회 공동체에서 사제의 주례로 매일 같이 거행되고 있습니다. 그 공동체를 떠난다면 우리는 부활하신 예수님을 참되게 아는 것이 아닙니다.


  예수님의 수제자 베드로로부터 내려오는 교회 공동체가 예수님 부활 이후 지금껏 성사를 맡아 지켜오고 있습니다. 이천 년을 지켜 내려오는 동안 잠시나마 인간적 실수로 저질러진 잘못을 범하여온 교회일지라도 성사를 이어오고 있는 한에는 우리는 교회에 절대 순명하여야 합니다. 교회를 떠나는 어리석음을 범해서는 안 됩니다. 교회를 떠나는 것은 곧 주님께서 제정하신 성사를 어기는 것이 되며, 결국 주님으로부터 멀어지는 결과를 초래하는 것입니다.


  성사를 통한 변화 체험이야말로 우리가 추구해야할 올바른 신앙생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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