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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4월 13일 부활 팔일 축제 내 금요일/양승국 스테파노 신부님.
작성자양춘식 쪽지 캡슐 작성일2007-04-13 조회수912 추천수10 반대(0) 신고

 

4월 13일 부활 팔일 축제 내 금요일-요한 21장 1-14절


“와서 아침을 먹어라.”



<손수 밥상을 차리시는 예수님>


존경하는 한 형제가 사경을 헤맨다는 소식을 듣고 병문안을 간적이 있었습니다.

아니나 다를까 상황은 최악이었습니다.

다들 장례절차에 대해 논의를 하고 있었습니다.

그간 자주 찾아뵙지 못한 것에 대해 가슴을 치며, 안타까워하며, 그렇게 돌아왔

습니다.


사람이란 게 알고 보면 참 무심하지요.

한 며칠 몹시 안타까워하며, 간절히 기도하며, 그렇게 지냈지만,

다시 일상으로 돌아온 저는 ‘내 코가 석자’인 관계로 한 몇 달 까마득히 그

분의 존재를 잊고 지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이었습니다.

한 행사에 참석하고 있을 때, 누군가가 뒤에서 저를 툭 쳤습니다.

‘누굴까?’하며 뒤를 돌아다보았는데, 저는 너무나 깜짝 놀란 나머지 그 자리

에 주저앉을 뻔했습니다.


예정대로라면 이제 천국에 계셔야 할 분이었는데,

그 형제께서 거기 떡 하니 나타나신 것입니다.

제대로 앉지도 못하던 분이셨는데 당당히 두발로 서셔서, 건강한 얼굴로 제게

인사를 건네신 것이었습니다.


소스라치게 놀란 저는 잠시 공황상태에 빠졌습니다.

그러나 그 놀라움은 공포와는 질이 다른 놀라움이었습니다.

기쁨과 환희, 감사와 찬미의 놀라움이었습니다.

너무나 반가웠던 저는 그분을 얼싸안고 펄쩍펄쩍 같이 뛰었습니다.


부활하신 예수님을 자신들의 눈으로 직접 목격한 제자들의 체험 역시 별반 다를

바 없었으리라 생각합니다. 상상을 초월하는 특별한 기쁨, 더 이상 행복할 수

없는 희열의 극한, 그것이 바로 예수님 부활체험의 결과리라 저는 믿습니다.


오늘도 부활하신 예수님께서는 다시금 제자들 앞에 당신의 모습을 드러내십니다.


제자들은 “갈릴래아로 돌아가라. 거기서 나를 만나게 될 것이다”는 예수님의

권고에 따라 한때 자신들 삶의 터전이었던 갈릴래아로 돌아왔습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예수님과 함께 신명나게 복음 선포에 앞장섰던 제자들이었

습니다.

그러나 지난 주간 벌어진 일련의 사건들 때문에 그들의 머릿속은 공황상태에 빠

져있었습니다. 텅 비어있었습니다. 아무 일도 손에 잡히지 않았습니다.

뭘 해야 할지를 몰랐습니다.

 

뿐만 아니라 제자들은 예수님께 대한 크나큰 죄책감과 부끄러움, 송구스러움의 감정에 휩싸여 있었습니다.

‘예수님을 만나 뵈면 뭐라고 변명의 말씀을 드리지?’ 하는 생각에 걱정도 컸

습니다.

이런 저런 감정과 생각들이 뒤엉켜 그들의 내면 상태는 복잡했습니다.

그냥 방문을 닫아걸고, 넋을 잃은 상태에서 그렇게 시간을 죽이고 있었습니다.


그렇다고 잠시 접어두었던 그들의 본업인 복음 선포를 다시 시작할 수도 없었습

니다.

분위기상 부담 없는 ‘농담’을 나눌 수도 없었습니다.

고스톱이나 카드놀이를 할 수도 없었습니다.

그저 하릴 없이 마주 보고 앉아서 ‘시간을 죽이고’ 있었습니다.


이런 무거운 분위기를 견디다 못한 베드로 사도가 먼저 일어서십니다.


“이렇게 무작정 앉아만 있는 다고 돈이 나와 밥이 나와? 나는 나가서 고기라도

잡아봐야겠네. 같이 갈 사람 있는가?”


그러나 결과는 참담했습니다.

밤새 그물을 쳤지만 치욕적이게도 단 한 마리도 잡지 못했습니다.


“뭐 하나 제대로 되는 일이 없네. 정말 인생, 꼬인다 꼬여!”


제자들은 또 다른 형태의 좌절감에 치를 떨어야만 했습니다.

그 순간 예수님께서는 물가에 서계셨습니다.

그들이 기를 쓰고 그물을 던지지만 허탕만 치고 있는 광경을 물끄러미 바라보고

계시던 예수님께서 드디어 그들 사이로 다가서십니다.


“애들아, 뭘 좀 잡았느냐?”


어부나 사냥꾼에게 ‘뭘 좀 잡았느냐?’는 말은 예나 지금이나, 지나가는 누구

라도 한 번씩 부담 없이 건네는 인사말입니다.

그러나 이런 상황에서의 ‘뭘 좀 잡았느냐?’는 인사는 불난데 부채질하는 격이

될 수도 있겠습니다.

볼멘 목소리로 제자들은 대답합니다.


“못 잡았습니다.”


부활하신 예수님께서 여러모로 상심한 제자들의 삶 안으로 서서히 개입하십니다.

“그물을 배 오른쪽에 던져라”고 조언을 주십니다.

제자들의 상상을 깨고 엄청난 고기를 잡게 하심으로 부활하신 당신의 존재를 인

식시켜주십니다.


뭍으로 올라선 제자들을 위해 예수님께서는 특별한 이벤트를 마련해두셨습니다.

손수 조반을 준비해 오신 것입니다.


밤새워 그물을 던지는 일, 보통 힘든 일이 아닙니다.

밤새 있는 힘을 다해 그물을 쳤으나 완전히 허탕 친 제자들, 그들이 느꼈던 허

기는 이만저만 심한 것이 아니었을 것입니다.

공복에 속도 엄청 쓰려왔겠지요.


예수님께서는 미리 준비해 오신 빵과 구운 물고기로 한 상 차려놓으셨습니다.

그리고는 제자들을 초대하십니다.


“와서 아침을 먹어라.”


어떻게 행동해야 좋을지 몰라 어정쩡하게 둘러있던 제자들이었기에 예수님께서

는 손수 빵과 고기를 들어 제자들에게 나누어주셨습니다.


제자들의 필요성에 신속히 움직이시는 겸손하고도 자상한 스승으로서의 예수님

모습이 무척이나 돋보입니다.

참으로 세심한 배려가 아닐 수 없습니다.

제자들을 향한 예수님의 속 깊은 정을 제대로 확인할 수 있는 광경이었습니다.


굶주린 우리를 위해 친히 식사를 준비하시는 예수님, 그것도 모자라 수저도 놓

아주시고, 일일이 공기 밥을 퍼주시고, 국까지 퍼서 건네시는 예수님이 바로 부

활하신 예수님이셨습니다.

 

                  ♣ 살레시오회 수도원 수련원장  양승국 신부 ♣

 

                                                                                    

                  

 

                 

                     

                     [주님 저 하늘 펼치시고:가톨릭 성가 472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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