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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너무나 서운해서..
작성자이인옥 쪽지 캡슐 작성일2007-04-16 조회수791 추천수11 반대(0) 신고

 


복음: 요한 20,19-31

왜 하필 자기가 없었을 때 
예수님은 나타나셨을까?

너무나 허전하고 너무나 샘이 나고
너무나 서운하여 종일 화가 나고 서러웠던 토마스.

그렇게 보고싶은 분.
그렇게 그리운 분.

왜 자신을 빼놓으셨을까?
죽어도 같이 죽고, 살아도 같이 살겠다고 
누구보다 먼저 앞에 나서서 당찬 소리를 했지만
군사들 앞에서, 십자가 앞에서 
뒤도 안보고 도망쳤던 자신을 끝내 용서하지 못하셨을까? 

토마스는 별별 생각이 다 들었다.
생각할 때마다 너무 너무 부끄러워서 
죽고 싶었던 때도 한 두 번이 아니었다.

그렇다 해도, 정말 그렇다 해도,
자신만 빠졌다는 그 생각만 하면
서운한 마음, 속상한 마음 또한 불 일듯 일어나서 
애꿎은 소리만 잔뜩 늘어놓고 있었다.

‘나는 못 믿어. 
그분의 손에 있는 못 자국을 직접 보고 내 손가락을 넣어 볼테야.
그분 옆구리에도 내 손을 넣어보지 않고는 결코 믿지 못하겠어.‘

그들 중 어느 누구도 떳떳할 것 하나 없는 사람들인데
그분을 다시 만났다고 신이 나서 떠드는 소리도 듣기 싫었고
그분을 만나 두려움이 가셔지고 평화를 얻었다며 기뻐하는 모습도 보기 싫었다. 

괴롭고 힘든 이레가 그렇게 흘렀다. 
여드레 날에 드디어 예수님이 오셨다. 

문이 다 잠겨있는데도 정말 그들 한 가운데 불쑥 서시며. 
듣던 바와 똑같은 말씀을 하셨다. 
“평화가 너희와 함께!”


여드레 날의 평화는 온전히 토마스를 위한 것 같았다.
굳게 잠긴 토마스의 마음은 그제야 스르르 풀렸다.

예수님이 그의 이름을 불렀을 때,
그의 응어리진 마음은 눈녹듯 녹아내리고
토마스는 그저 엎드려 울 수밖에 없었다.
‘오, 주님, 오 하느님’ 

‘그리운 당신을 뵐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행복에 겨운 일인데
그 상처를 살펴보다니요?
그 아픈 상처에 손가락을 넣어보다니요?‘

‘보고싶던 당신이 저 하나를 위해 또다시 와 주셨다니 
제 아픈 상처는 그것으로 말끔히 나았습니다.
제 못난 과거는 그것으로 깨끗이 용서받았습니다.‘

“저의 주님, 저의 하느님”
간신히 목으로 기어나온 소리는
주님이 자신에게도 주님이 되어 주셨고
자신에게도 하느님이 되어 주셨음을 깊이 체험하였다는 고백이다.

토마스의 고백을 기쁘게 받아들여주시는 예수님께서는 
이 감격적 상봉에서도 한마디 덧붙이시는 것을 잊지 않으신다.
.
.
.

여기저기서 당신을 봤다고, 목소리를 들었다고 떠드는 사람들 곁에서
공연히 풀죽어 자신을 힐책하고 있을 토마스와 같은 후대의 제자들을 위해.

“너는 나를 보고서야 믿느냐? 
보지 않고도 믿는 사람은 행복하다.” ^^*

그러니 누구도 풀죽어 있을 이유가 없다.
그러니 누구도 행복하지 못할 이유가 없다.
보지 않고서도 그분을 믿기만 한다면... 
만지지 않고서도 그분을 느낄 수만 있다면...


주님, 저는 당신을 본 적은 없지만 당신이 다시 살아나셨음을 믿습니다.
주님, 저는 당신을 만져본 적은 없지만 당신이 제 곁에 계심을 느낄 수 있습니다. 
그것을 생각할 때면 아무리 힘들어도 행복합니다.
그것을 느낄 때면 아무리 어려워도 힘이 납니다.

"오 나의 주님, 오 나의 하느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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