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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 미사의 소프트웨어 I[제 34회]/ 정훈 베르나르도 신부님.
작성자양춘식 쪽지 캡슐 작성일2007-04-17 조회수665 추천수6 반대(0) 신고

 

미사의 소프트웨어 I[제 34회]/ 정훈 베르나르도 신부님.


-자 비 송-

 

☞우리가 여태까지 온전히 미사에 참례했다면, 예수께서 게쎄마니 동산에서 수난의 고통을 미리 겪으신 것처럼 용서의 은총과 함께 우리가 일상에서 겪어야 하는 고통이 바로 턱 밑까지 밀물처럼 닥쳐오기도 합니다.

내가 짊어져야 할 십자가의 고통이 예감됩니다.

죄악과 싸우거나 죄를 용서받았다는 확신의 과정이 그렇게 간단하지 않습니다.

현세에서, 그 싸움의 현장에서, 내 삶 안에서 죄악과 싸움을 이제 막 시작하려는데, 십자가를 진적이 없기 때문에 벌써 뒷목이 뻣뻣해지고 숨도 차고 힘이 부칩니다.

이러면 안 되는데 자꾸만 밀릴 것만 같은 중압감에서 자신감이 없는 자기 모습을 느낄 수도 있습니다.

이 때 나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바로 하느님의 자비와 도움을 청하는 일이라는 것을 깨달아야합니다.


♣~ 하느님 자비를 청하는 이유 ~♣  

이 부분에는 보통 신자들이 함께 자비송을 성가로 부르면서 분위기를 상승시키려는 전례적 배려가 깔려 있습니다.

하느님 자비에 대한 확신과 죄악과 싸우겠다는 의지를 단순히 입으로 말하여 기도하는 것이 아니라, 아예 노래를 함께 부르는‘네트워크’형태로 끌어올린 것입니다.

여담이지만 미사곡은 미사 통상문을 우리 인격이 흡수하도록 도와주는 소화제나 마찬가지입니다.

따라서 성가에서 중심이 되는 것은 기도문이지, 가락이나 장단이 아닙니다.

그리고 멜로디나 리듬이 기도문의 흐름을 방해하는 것은 참 곤란한 일입니다.

그런데 요즘은 미사의 흐름을 깨뜨리는 미사곡들이 너무 난무하는 것 같아 가슴이 아픕니다.

전례음악에서 음악적인 조화는 신자들의 미사 참례를 돕기 위해 있는 것입니다.

그래서 하느님께 자비를 청하는‘자비송’도 잘못하면 자비를 베풀어 달라는 것이 아니라, 배 째라고 힘차게 소리를 지르는 것처럼 됩니다.

그럴 바에야 차라리‘뽕짝’처럼 감성적인 것이 낫습니다.

국악과 같은 가락을 미사곡에 채용하는 것도 마찬가지입니다.

신선해서 좋다고 하시는 분들도 많습니다.

그러나 미사곡은 맨 날 똑같다는, 그래서 지겨우니까 자꾸 새 것만 찾는 것은 여태까지 제대로‘자비송’을 바치지 못했다는 증거가 됩니다.

중고등부 미사가 한 때 드럼 없이 성가를 못하던 시절도 있었습니다.

그러나 그렇게 자극적인 큰 소리가 나는 타악기로 우리 신앙심을 올바르게 자극할 수 있는지 의문입니다.

이런 풍조를 제가 애용하는 나쁜 예로 든다면, 마누라한테 신물이 나서 바람을 피운 것 과 마찬 가지입니다.

어떻게 한 사람만 사랑하면서 평생을 사느냐고 항변할지도 모르겠지만, 이런 인간은 진정한 사랑이 무엇인지 몰라서 그러합니다.

자신이 미사에 제대로 참례하지 않고 미사곡이나 탓하면 안 됩니다.

옛날에 세속 사람들은 우리 순교자들이 이런 성가를 부르거나 기도를 바치면서 죽어 가는 것을 보고 예수 귀신이 뒤집어 씌웠다고 했습니다.

지금도 신앙이 없는 사람들은 하느님께 자비를 바라는 우리의 이러한 행동을 이해할 수가 없습니다.

광신자들의‘히스테리’이거나 집단최면으로 정신이 나간 것처럼 비칠 수도 있습니다.

세속 사람들은 가톨릭신자들이 한데 모여서 심각한 표정으로 자비를 베풀어 달라고 합창하는 것을 보면“저건 제정신이 아니야. 돈 거야. 아니면 뽕을 맞았거나...이 썩은 세상에서 버티려면 대충 대충 살면서 눈 가리고 아옹하고, 편법과 부정, 비리를 저질러도 모자란 판에, 아 뭐 있을 지도 없을 지도 모르는 하느님한테 기적도 아니고 자비만 베풀어 달라고...그럼 세상과 타협하지 않고 살 수 있다고? 츳츳츳! 안 됐다. 성당 좀 다니더니 완전히 맛이 갔구나!”하기 쉽습니다.

그러나 하느님의 자비는 그렇게 간단한 것이 아닙니다.

우리가 다 함께“주님, 자비를 베푸소서.”하고 기도할 때 일어나는 진짜 현실은 이렇게 비유할 수 있습니다.

도둑이 칼 하나를 달랑 들고 살금살금 담을 넘어 오는데, 아닌 밤중에 홍두깨처럼, 자동경보장치가 작동을 하면서 사이렌이 울리고, 전조등이 켜지고 주인이 발칸포에 떡하니 앉아서“너를 위해 준비 했어.”한다면, 도둑은 혼비백산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이런 일이 우리가 하느님께 자비를 청할 때, 죄악에게 일어납니다.

하느님께서 베푸시는 무한한 자비의 힘은 우리 모든 인간, 이 우주에 존재하는 어떤 죄악도 한 순간에 없애버릴 수 있습니다.

우리가 자비를 청하기만 하면 언제든지 영원한 생명은 보이기 시작합니다.

그러므로 참된 신앙인이 되려면, 죄악과 싸우겠다고 결심한 후에 나에게 가장 필요한 것이 바로 하느님의 자비라는 것을 깨달아야 합니다...♣†

 

                  [자비송 을 새롭게 바치려면 으로 이어집니다.]

    

       천주교 서울 대교구 중림동[약현]성당 주임 정훈 베르나르도 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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