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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354) 찐빵 한 개
작성자유정자 쪽지 캡슐 작성일2007-04-19 조회수722 추천수5 반대(0) 신고

 

지난 일요일이었습니다.

그날은 모처럼 남편이 등산을 가지 않아 점심때쯤 함께 외출을 했죠.

점심으로 칼국수를 사먹고 전철을 타고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있는 공원에 갔습니다.

벚꽃이 만발하고 산에는 진달래가 흐드러지게 피어 있었어요.

그런데 그렇게 보기좋은 꽃구경을 하면서도 마음 한구석이 영 편하지가 않았답니다.

 

공원에 들어가기 전에  입구에 있는 포장마차에서 만난 아이들 때문이었습니다. 

라면도 끓여주고 찐빵도 팔고 각종 음료수에 커피까지 파는 포장마차였습니다.

커피 한잔 마시고 가자고 해서 잠깐 앉아 있었는데 아홉살쯤 되어보이는 남자 아이 두 명이 들어오더군요.

 

5백원짜리 동전 한개를 내놓으며 찐빵 하나만 달라고 했습니다.

그 아이는 천원에는 빵 몇개냐고 물으니 아줌마가 두 개라고 하더군요.

아이는 또 속에 팥 넣었냐고 묻더군요.

아줌마는 덤덤하게 그렇다고 대답하면서 솥에서 뜨거운 빵 한 개를 꺼내다 줍니다.

난 아이에게 "왜 한 개만 사?" 하고 물으니 아이는 '나눠먹을거예요." 하고 말합니다.

 

난 속으로 별로 생각이 없어 나눠먹으려나 보다고 생각하는데 빵을 받아든 아이 둘은 쏜살같이 길을 건너 사라집니다.

그런데 아줌마가 묻지도 않는 말을 합니다.

쟤들 조 위 고아원에 사는 아이들이라고, 방과 후에 지나가면서 가끔 빵을 사러 오기에 측은한 마음에 한 개씩 더 주었더니, 그 후로는 5백원 가지고  세 명이 오더라는 거였어요. 그래도 몇번은 아이들 수 대로 주었는데 이젠 안되겠다 싶어 요즘은 돈 내는 만큼만 준다고....

지금도 괜히 이말저말 말을 붙이는거라고,

천원에 두 개인 거 빤히 알면서도 그러는 거라고,

팥 넣은 거 뻔히 알면서 괜히 말붙이는거라고 하는 거였습니다.

그렇다면 그 아이는 아줌마가 전처럼 혹 빵을 더 주지 않을까 기대하고 그랬을지도 모르는 데.....

 

 

순간 너무나 마음이 아팠습니다.

부모와 떨어져 살고 있는 아이들인 줄은 상상도 못했습니다.

그런 줄도 모르고 그 아이들이 별로 빵이 안 땡겨서 나눠먹으려나 보다 생각했으니 자신의 무심함이 얼마나 원망스럽던지.....

엄마 정에 굶주리고 사는 아이들이 먹고 싶은 것인들 오죽 많을 것이며 가고싶은 곳, 하고 싶은 것인들 오죽 많을 것인가.

 

 

정녕 알았더라면 빵을 한봉지 사주었을텐데 너무나 안타까웠습니다.

살찔까봐 빵을 잘 안먹는 내 생각만 하고 그 아이가 나눠먹을거라고 했을 때 아마 그 아이들도 나눠먹을만큼만 빵생각이 있을거라고 짐작했으니....

고층 아파트가 즐비하게 서있는 동네라서, 더욱이 요즘 아이들은 찐빵 같은 거 그리 좋아하지도 않을 거라는  생각만 했는데....

 

이래서 배가 고파보지 않은 사람은 남 배고픈 걸 알 수 없고, 정에 굶주려보지 않은 사람은  정에 목마른 사람 심정을 알 수 없을거라는  사실을 다시 한번 상기하게 되었습니다.

산을 오르며 여기저기 무더기로 피어있는 진달래꽃이 그날 따라  참 애잔한 느낌으로 다가왔습니다.

 

부모의 손을 잡고 공원에 놀러온 아이들, 광장에서 신나게 장난감 차를 타는 아이들,

자전거 타는 아이들, 엄마 아빠 할머니와 잔디밭에 자리 깔고 앉아 맛있게 먹고 있는 아이들, 꽃구경 하는 아이들을 보며 더 그 꼬마들이 눈에 밟히는 거였습니다.

 

그까짓 찐빵 한 개가 뭐라고, 두 개 살 돈도 없어 한 개를 나눠먹어야 하는 아이들...

고아원에 사는 아이들에게 누가 용돈을 그리 넉넉하게 줄 것인가.

엄마 정이 몹시도 그리울 나이에 더 마음이 헛헛하고 그래서 더 배고프지는  않을까!

 

그러나 빵집 아줌마의 입장도 충분히 알 것 같았죠.

그 사람도 장사인데 언제까지나 마냥 거저 줄 수만은 없을 터....

 

그래서 오는 길에 만원쯤 돈을 주고 그 아이들이 다시 들르면 몇 번에 나누어 공짜로 빵을 주라고 부탁할까도 싶었지만 차마 그러지 못했습니다.

장사를 생업으로 하는그 아줌마의 입장이 분명 있을 터이므로 섣불리 그런 부탁을 할 수가 없더군요.

시간이 나면 그 포장마차에 가끔 가봐야겠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운이 좋아 그 아이들을 다시 만나면 푸짐하게 빵을 사주고 싶습니다.

라면도 사주고 음료수도 사주고 싶습니다.

그 꼬마들을 생각하면 왜 이리도 마음이 짠해 오는지, 찐빵 한 개가 사람 마음을 참 아프게 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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