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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356) 그 집에 가면 / 하청호 신부님
작성자유정자 쪽지 캡슐 작성일2007-04-22 조회수760 추천수5 반대(0) 신고

 

 

4월 넷째주 부활 제3주일

"그물을 배 오른쪽에 던져보아라. 그러면 고기가 잡힐 것이다."(요한 21,1-19)

 

 

 

               그  집에 가면

 

 

                                        글쓴이 : 하청호(대전 가톨릭대학교 영성관 보좌신부)

 

 

"아들이세요?"

"예! 아들이유. 호호~"

 

중풍으로 쓰러져 말도 못하고 눈만 깜빡이는 남편을 두고 간호사들이 건성으로 물으면 자매는 농담으로 대꾸한다.

 

"예? 남편이라구요?"

"그럼유! 내가 이 양반한테 얼마나 신경을 쓰는디유!

 물도 괜찮다지만 난 꼭 사골국물을 우려내유.

 거기다 찹쌀가루로 죽을 쒀서 베지밀, 우유, 당근쥬스. 계란두 노른자만

 넣어유. 입을 못 움직이니께 배에다 구멍을 내고 넣어드려유.

 남들이 이젠 떠나시게 그만 잘해 먹여라 해두, 난 먼저 가란 생각은 못해유."

 

쉰다섯에 쓰러져 올해로 십 년이 되었다는데, 어찌된 건지 젊은 나보다도 피부가 더 뽀얗다. 연신 싱글대는 자매를 보며 '그래도 웃음이 나올까?' 궁금하다.

 

"힘들 때가 있으시잖아요?'

"생활보호 대상자여서 몇십만 원 받는 돈으로 한 달 살만은 해유.

 뱃줄 가는 것이 40만 원 드는데 보험이 안돼서 좀 어려울 때가 있어유."

"제일 좋을 땐 언제세요?"

"잠깐 나갔다 들어올 때 이 양반이 눈뜨고 누워있는 것을 보면 그렇게 반가울 수가

 없어유! 호호호~"

 

매월 환자방문을 다니면서 만나는 풍경 중 하나다.

 

 

주님께서는 수고하여도 고기 한 마리 못 잡는 실패와 헛수고, 좌절의 현장으로 제자들을 찾아 오신다.

 

"그물을 배 오른편에 던져라. 그러면 고기가 잡힐 것이다."

 

어떤 분인지도 모르면서 시키는 대로 한 제자들은 엄청난 물고기를 끌어올렸고 주님의 식탁에 초대받았다.

만일 이리저리 핑계를 대고 귀를 막았더라면 부활하신 주님을 알아뵈올 수 있었을까?

 

 

"그물을 오른편에 안 던져 본 줄 아세요?

 대소변을 흥건히 누워 싸니 기저귀를 종일 갈아대고,

 욕창이 날까 굳은 몸을 돌려 뉘고 수시로 씻고.... 벌써 10년이에요.

 서로 고생인데 언제 가려나.

 내 인생은 이렇게 시들어 가나!"

 똑같은 처지라도 이렇게 한풀이만 늘어놓는 사람이 있다.

 

그러나 이 자매는 불평할 줄 모른다.

씻어놓은 남편 얼굴이 뽀얗다며 두드려주고, 대소변 냄새도 향수가 되니,

오히려 집 바깥으로 "호호호!" 웃음소리가 들려온다.

 

그 집에 가면 어두웠던 내 마음도 밝아지며 한참씩 잊고 지내왔던 내 인생의 오른쪽은 무엇일까? 하고 반문해보곤 한다.

 

 

내가 밤을 새워 그물질을 한 곳에서 아무것도 얻지 못했다면,

돈이나 행복이 있어 보이는 곳에 그물을 던져도 일생 돌아오는 것이 없다면

참으로 딱한 일이다.

 

내가 '여긴 아닐 거야.' 라고 피하고 싶은 그 자리,

바로 그쪽으로 그물을 치라는 말씀이 아닐까?

 

 

     ㅡ출처 : 가톨릭 다이제스트 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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