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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4월 24일 부활 제3주간 화요일 /양승국 스테파노 신부님.
작성자양춘식 쪽지 캡슐 작성일2007-04-24 조회수952 추천수8 반대(0) 신고
 

4월 24일 부활 제3주간 화요일-요한 6장 30-35절


“내가 생명의 빵이다.”



<대책 없는 예수님>


가끔씩 대책 없는 어르신들을 뵙니다. 아직도 ‘꽤 많이 남은 날들’을 생각해서 당신

들 몫을 잘 챙겨놓으셔야 하는데, 이 자식, 저 자식 다 마음에 걸립니다. 여기 조금,

저기 조금 다 나누어 주다보니 이제 남은 재산이라곤 거의 없습니다. 그럼에도 불구

하고 더 못줘서 안달이십니다. 나중에 어떡하려고 하시는지 정말 대책이 안섭니다.


이리 떼이고 저리 뺏겨서 아무것도 남은 것이 없는 상태, 더 이상 줄 것이 없습니다.

마지막 남은 것은 이제 몸뚱아리 하나뿐입니다.


예수님은 더 대책 없는 분이십니다. 예수님께서도 있는 것 없는 것 다 나눠주고 이제

그분께 남은 것은 몸뚱아리 하나뿐입니다. 그런데 예수님은 그 남은 마지막 몸뚱아

리조차도 우리에게 주시려고 합니다.


“내가 생명의 빵이다. 나에게 오는 사람은 결코 배고프지 않을 것이며, 나를 믿는 사

람은 결코 목마르지 않을 것이다.”


당신 자신을 가리켜 ‘생명의 빵’이라시며 우리에게 내어놓으시는 예수님의 말씀을

묵상하면서 무엇 하나라도 더 주지 못해 애가 타시는, 정말 해도 해도 너무한 하느님

의 마음이 손에 잡힐 듯 가까이 느껴졌습니다.


예수님은 당신 생애 내내 음식과 무척이나 관련이 있었습니다.


‘빵집’ 베들레헴에서 탄생하신 예수님이셨습니다. 말들이 쉴 새 없이 입을 들이대던

곳, 건초가 가득담긴 말구유에 뉘어지신 예수님이셨습니다. 공생활 기간 내내 허기

진 백성들의 해결사이셨던 예수님이셨습니다.


그런 예수님께서 이제는 우리들의 배고픔을 영원히 해결해주시기 위해 생명의 빵이

되십니다.


흔들리는 우리를 보다 강건하게 만들어주시기 위해, 나약한 인간에게 당신의 신성

(神性)을 공유시키기 위해 예수님께서는 당신의 몸까지 우리에게 내어주십니다.


죄인인 우리이지만 예수님께서 내어놓으신 생명의 빵으로 인해 하느님의 영광에 참

여하게 되었습니다. 죽을 목숨인 우리들이었지만 예수님께서 나눠주신 생명의 빵으

로 인해 생명의 땅으로 건너오게 되었습니다.


이토록 과분한 축제가 성체성사입니다. 그 큰 사랑, 측량할 길 없는 감사의 축제가

성체성사입니다.


부활하신 주님, 살아계신 주님을 만나 뵈올 수 있는 주님 현존의 장(場)이 어디 있을

까요?


의외로, 또 은혜롭게도 그 장은 우리와 너무나 가까이 있습니다. 바로 성체성사입니

다. 매일의 성체성사 안에 예수님께서는 파스카의 신비를 되풀이하십니다. 매 미사

안에서 예수님께서는 수난당하시고, 죽으시는가 하면 영광스럽게 부활하십니다.


성체성사에 참석하는 우리는 그 안에서 이루어지는 파스카의 신비에 깊이 침잠할

필요가 있습니다. 그 옛날 홍해를 통해 죽음의 땅을 건너온 이스라엘 백성처럼, 매일

의 미사를 통해서 우리도 지금까지의 삶을 일단락 지을 필요가 있겠습니다.


미사 안에서 우리는 또 한 번 어제의 나와 결별할 필요가 있겠습니다. 미사를 통해서

우리는 죄와 악습으로 물든 지난 삶을 정리할 필요가 있겠습니다. 미사 때 마다 우리

는 낡은 옷을 과감히 벗어버리고 새 옷으로 갈아입는 절차를 반복해야 합니다.


성체성사가 거행되는 순간 우리는 과감하게 아래쪽을 포기하고 위쪽으로 올라서야

합니다. 죄와 암흑이 지배하는 죽음의 나라를 통과해서 은총과 빛이 흘러넘치는 생

명의 나라로 부단히 넘어와야 할 것입니다.


예수님의 부활로 인해 이제 하느님과의 만남을 위한 별도의 특별한 장소가 필요하

지 않게 되었습니다. 예수님을 만나 뵙기 위해서 굳이 비행기 삯을 들여서 최후의 만

찬이 거행되었던 예루살렘의 다락방 순례를 하지 않아도 됩니다.


부활은 이제 깨끗한 몸과 마음으로 성체성사에 참여하는 모든 그리스도인들에게 매

일 주어지는 선물이 된 것입니다.


예수님께서 주시는 생명의 빵은 동물들이 하루하루 연명하는데 필요한 사료가 아니

라, 이 세상에서 가장 존귀하고, 가장 가치 있고, 가장 아름다운 우리 인간의 영혼들

을 영생의 창공으로 비상하게 할 참된 양식입니다.

 

                         ● 살레시오회 수도원 수련원장  양승국 신부 ●

 

        

               

                                     

                                             [ 생명의 성체여: 카톨릭 성가 163 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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