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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차모로인의 아침
작성자김창선 쪽지 캡슐 작성일2007-04-25 조회수708 추천수5 반대(0) 신고
차모로인의 아침  




 새벽미사에 참례하려고 집을 나서니 동녘에 뜬 그믐달이 여명에 졸고 있고 해변 숲속 어디에선가 산닭 울음소리가 정적을 깨우고 있다.  맑은 아침 공기를 가르며 해안도로를 따라서 주교좌성당(Dulce Nombre De Maria Cathedral-Basilica)에 도착하고 보니 벌써부터 많은 교우들이 고요 속에 기도를 바치고 있었다.

 그들이 한 시간 전부터 성전에 나와 로사리오기도를 바친 후 성모호칭기도와 성모찬송, 성 미카엘 대천사께 바치는 기도, 성인기도, 위령기도 등을 매일 바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된 것은 오랜 뒤였다.  기도시간에 고해성사를 보는 이도 가끔 눈에 띈다.  사제께서 입당하시면 모두 주님의 종으로서 하나 되어 하느님이 우리의 삶의 중심이 되기를 청하는 삼종기도와 성무일도를 바친다.

 기도와 미사전례가 차모로어로 진행되기에 처음에는 어리둥절할 수밖에 없었다.  미사에 참례하는 형제자매들에게 귀에 익은 차모로 말의 뜻을 수시로 묻다보니 이제야 따딴 마미(Tatan Mami, 우리 아버지), 싼타 마리아(Santa Maria, 성 마리아), 싼토스(Santos, 거룩하시다), 끼니론 주우수(Kinilion Yu'us, 하느님의 어린양), 따따 주띠엠(Tata Yu'diem, 저희의 기도를 들어주소서), 가이세 누 하미(gai'ase nu hami, 저희에게 자비를 베푸소서), 나이 함 파스(na'i ham pas, 평화를 주소서), 시 주우스 마세(Si Yu'us ma'ase, 하느님 감사합니다)와 같은 말들에 익숙하다.

 로사리오 기도와 삼종기도는 알고 있기에 그들이 차모로어로 바치더라도 나 혼자서 우리말로 따라 바칠 수 있었지만 다른 기도들은 나 혼자 마음속으로 따따 주띠엠, 따따 주띠엠(저희의 기도를 들어주소서).......하고 반복 할 수밖에 없었다.  차모로 말을 몰라 내가 기도를 우리말로 바치다보니 처음에는 기도의 리듬을 맞추기가 힘들었다.  차모로 말이 길어서인지 우리말이 짧아서인지는 알 수 없지만 나는 기도를 벌써 마쳤는데 그들의 기도소리는 여전히 계속되기 일쑤다.

 성무일도는 찬미성가를 부른 후에 바치는 그날의 아침기도이다.  이 기도는 주로 시편의 말씀을 세편 읽고 묵상하는데 주례사제께서 선창하면 교우들은 한 문단씩 교송을 하며 바친다.  하느님은 거룩하시고 당신 백성을 진실과 사랑으로 돌보시며 당신백성들과 늘 함께 하시기에 그들은 그분을 신뢰하고 희망찬 미래를 바라보며 찬미의 노래를 부르고 있다.

 차모로인들이 바치는 아침기도 중에 안토니오성인(St. Antonio)을 통한 중재기도(화요일에 바침)와 파우스티나 성녀(St. Faustina)를 통한 중재기도(금요일), 마리아 공경기도(토요일)를 바치는 모습만 보게 되면 그들의 신심을 가히 짐작할 수 있다.  사제, 수도자, 평신도가 함께 제단 앞에서 무릎을 꿇고  모두가 하나 되어 주님의 자비와 은총을 구하며 천상음악을 노래한다.

 말씀 전례 시간에는 그날의 독서와 복음 말씀을 듣게 된다.  창세기, 탈출기, 이사야 예언서 등 구약이나 사도행전, 바울로 서간, 묵시록과 같은 신약의 독서말씀을 듣고 시편의 화답송을 노래하고 나면 주님을 찬양하는 그들의 알렐루야 소리는 우렁차다.  주님의 복음이 선포되고 말씀에 입맞춤을 하고 나면 사제의 간결한 강론이 있다. ‘길이요 진리요 생명'이신 그리스도께서는 말씀 안에 현존하시기에 그 분의 소리에 모두 귀를 기울인다.  복음말씀과 강론을 듣고 나면 그들은 마음에 새긴 듯 새롭게 생기 돋아난다.   예수 그리스도께서 수난 전날 최후의 만찬석상에서 제정하신 파스카의 신비는 매일 미사 중에 재현되고 있다.  파스카의 어린양으로 희생제물이 되신 예수님께서 빵과 포도주의 형상으로 오시니 이 성찬에 초대받은 이는 얼마나 행복한가!  그러기에 차모로인은 한 식탁에서 이를 받아 모시고 영혼을 깨끗이 치유하며 구원의 기쁨과 영원한 생명을 노래하는가 보다.

 미사를 마칠 무렵이면 모두가 ‘생명존중’(Respect Life)을 위한 성모마리아의 전구를 청하는 기도를 바친다.  우리 모두가 성실한 사랑으로 생명의 말씀을 믿고 따름으로서 낙태, 빈곤, 폭력, 살인을 예방하고 좋은 문명사회를 이룩하여 주님께 영광을 돌리자는 간절한 소망을 담은 이 기도는 ‘새 하늘 새 땅’을 가꾸어 나가는 차모로인의 결의에 찬 함성 같기만 하다.  

 한 제단에서 주님을 찬미하고 그분의 생생한 목소리를 들으며 한 식탁에서 생명의 빵과 참 음료를 마시는 차모로인은 참 행복해 보인다. 그들은 어둠에 빛을 밝히고 주님음성에 귀를 기울이며 생명을 사랑하고 있다. 빛과 소리와 생명을 사랑하는 교회는 거룩하다. 영원한 생명을 사랑하기에 기도와 미사로 하루를 시작하는 그들의 아침은 평화롭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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