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미사

우리들의 묵상/체험

제목 ◆ 추 억 여 행 . . . . . . . . . . . [서웅범 신부님]
작성자김혜경 쪽지 캡슐 작성일2007-04-27 조회수1,050 추천수8 반대(0) 신고

 

 

 

 [세상에서 제일 작은 새 Hummingbird, 엄지 손가락 크기]

 

 

지난 1월 두 번이나 서울에 가서 혼배주례를 했습니다.

서울서 혼인하는 저희 본당 출신 두 젊은이를 위해서였습니다.

 

객지에 새둥지를 트는 그들에게 온 마음으로 축복의 기도를 해주면서

저 역시 그들 덕에 한국 가톨릭의 심장인 명동대성당과

성당 건물로는 우리나라에서 가장 역사가 깊은 중림동 성당에서

미사를 집전하는 은총을 누릴 수 있었습니다.

명동 대성당 미사를 집전하며 뒤편 2층 성가대를 봤습니다.

28년 전 신학교 초년생 시절...

선배 신부님의 사제수품 미사 때 성가를 불렀던 추억이 있는 곳입니다.

 

그때 멀리 제단을 내려다보며

제단에 오른다는 것의 뜻을 생각하며 가슴 벅차오름을 느꼈던 것이

엊그제 일 같은데...

그것이 실현돼 있음을 오늘 인식한다는 것 자체가

참으로 신비롭게 느껴졌습니다.

 

언젠가 하느님 나라의 완성도 이런 식으로

우리에게 체험되리라는 희망도 가져봤습니다.

그리고 다시금

마음으로 그분의 제단에 엎드려 저 자신을 봉헌했습니다.

중림동 성당에 가려고 지하철 충정로역에서 내렸습니다.

지상으로 올라온 저는 옛 자리 를 만났습니다.

그곳은 35년 전 중학교 1학년 한 학기를 그 근처에서 다닌 후로는

한 번도 가본 적이 없는 곳이었습니다.

 

길은 넓혀졌고

건물은 고층으로 높아지고

세련된 외모로 치장했지만

동서남북 위치는 그대로였고

그 안에는 많은 기억과 추억이 담겨 있었습니다.

 

무엇이 부끄러웠던지(?)

버스정류장에서 뵌 초등학교 2학년 때의 여 담임선생님께

인사도 못하고 못 본 척 얼굴을 돌렸던

까까머리의 저도 만날 수 있었습니다.

옛 초등학교에 들른 적이 있습니다.

세상에서 제일 큰 나무라 생각했던 수양버드나무는

의외로 작은 나무였습니다.

그리고 전교생이 함께 뛰어도 빈 공간이 많았던 그 큰 운동장은

말 그대로 손바닥만한 좁은 공간에 불과했습니다.

건물과 교실들은 리모델링돼 있었지만

시간을 뛰어넘어 1학년 때 교실과 제 책상자리를 찾는 일은

별로 어렵지 않았습니다.

뜻밖에 주어진 기회를 통해

가끔 생각으로만 그려보던 옛 추억들을 실제로 확인해 볼 수 있었습니다.

기억하는 과거 속 저는

그때마다 늘 나름대로의 세계를 갖고 있었습니다.

 

과거가 무조건 아름답고 행복한 것만은 아니겠지만

그래도 과거의 나 그리고 그 세계는

지금의 그것보다는 조금은 더 단순하고 순수한 모습이 아니었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한 인간의 내면이 과거로 가면 갈수록

그 영혼이 더 맑고 아름다울 것 같은 느낌!

 

그래서 내 생명의 시작이 순수 자체였다면

우리는 그 옛 친구를 언젠가 다시 만나야만 합니다.

어제도...

오늘도...

내일도...

늘 한결같으신 그리스도와 함께

 

오늘

가난한 마음으로 참 생명을 살아감으로써 말입니다.

 

 

 

                              

 

                                   - [사목일기] 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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