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미사

우리들의 묵상/체험

제목 † 미사의 소프트웨어 I[제 46회]/ 정훈 베르나르도 신부님.
작성자양춘식 쪽지 캡슐 작성일2007-04-29 조회수675 추천수5 반대(0) 신고

 

미사의 소프트웨어 I[제 46회]/ 정훈 베르나르도 신부님.


- 성경은 내 삶의 소프트웨어.-

말씀 전례에서 독서와 복음의 형태로 하느님의 말씀을 듣는 것은 그분 말씀이 그대로 남아 있는 것을 뜻하지 않습니다.

하느님 말씀이 나에게 선포되는 순간, 그 말씀은 그분 것이 아니라 내 것이기 때문입니다.  

성경 말씀이 전혀 이질감을 느낄 수 없는 상태로 내 인격 안에서 녹아 흡수되고 내 삶으로 정돈되는 단계에 이르러야 합니다.

감정이입을 넘어 자기와 성경이 하나가 되는 수준까지 진도를 나가야 합니다.


말씀 전례가 내 안에서 작동하는 시스템은 독서와 복음이 단순히 귀로 기도하고 끝나는 것이  아니라 자기 삶과 섞이는 과정이며, 화답송과 복음 환호송도 입으로 응답하는 대화의 방식으로 내 삶을 성경과 합치는 기능을 해야  합니다.

그리고 효율적인 말씀 전례 참례를 위해서는 더 적극적인 방법으로 우리가 말씀 전례에 참례하면서 어떤 소프트웨어를 만들 것인지 생각해야 합니다.


말씀의 전례에 참례할 때 우리가 경계해야 하는 대표적인 잘못은 독서나 화답송이나 복음환호송, 복음을 싸잡아서 그냥 대충 모든 게 다 하느님 말씀이라고 뭉뚱그려 생각하는 무분별한 성향입니다.

우리가 음식을 준비할 때도 음식 궁합이나 영양소를 참고하여 식단을 짭니다.

비빔밥 하나를 만들더라도 취향에 따라 산채 종류에 신경을 쓰거나 장맛을 중시하여 고추장이나 간장을 선택하기도 합니다.

비비는 방법도 맛에 영향을 주기도 하기 때문에 이런 저런 방법을 써 보기도 합니다.


말씀 전례는 하느님의 말씀과 나를 비빔밥으로 만드는 것입니다.

그런데 우리가 말씀 전례에 참례하는 소프트웨어는 이 수준도 안 됩니다.

하느님 말씀의 각 요소가 지니고 있는 고유의 가치나 맛을 고려하지 않기 때문에 내 삶과 제대로 버무려지지 않습니다.

잘못 비빈 비빔밥이 안 비빈 것만도 못한 것처럼 독서와 복음, 화답송과 복음 환호송이 나와 알맞게 비벼지지 않으면 맛이 없습니다.

이런 중상을 개선하는 것은 전적으로 본인의 몫입니다.


그냥 대충 한 끼 때우듯이 하느님께서 떡 벌어지게 차려주신 말씀의 식탁에 앉아서도 맨 날 그 말이 그 말 같고, 다 좋은 이야기이지만 지루하기 그지없는 남의 잔치로 만들어 버려서는 안 됩니다.

말씀 전례에 적용할 수 있는 소프트웨어는,

‘신자수X독서X화답송X복음 환호송X복음...........’만큼 무궁무진합니다.

그 중에 한 가지만 맛 뵈기로 소개해 드린다면,

제1독서는 내 삶의 과거를 돌아보고 신앙 안에서 시비를 가리고 정리 정돈하도록 이끌어 줄 수 있습니다.

과거의 삶은 선행이건 죄악이건 간에, 미래를 위한 현재 선택의 거울이 됩니다.

따라서 우리가 이미 배운 대로 나를 만들어 주신 하느님을 묵상하면서 지나간 죄악이 내 본래 모습이 아니라는 사실을 확인하게 합니다.

제2독서는 내 삶의 미래를 구체적으로 생각하게 합니다.

아무 것도 결정된 것이 없고 불안할 수밖에 없는 앞날 이지만 그래도 저만치 앞에서 나를 이끌고 계신 하느님을 만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제2독서에는, 내가 살아가야 하는 실천적인 내용이 기다리고 있습니다.

이것을 맛볼 수 있어야 합니다.

 

그리고 복음은 내 삶의 현실을 드러내고 있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나를 구원하시는 예수님을 현실에서 직접 대면하도록 배려하고 있습니다.

제1독서로 내가 어디에서 어떻게 왔는지, 제2독서로 어디로 어떻게 갈 것인지 분명해지면 복음은 예수님과 마주칠 수밖에 없는 단 하나의 길목이 됩니다. 

‘운명의 외나무다리’라는 표현이 적절할지는 모르겠지만, 그 현실은 회피할 수 없습니다.

따라서 우리는 복음에서 영원한 생명을 주시는 말씀이신 예수님과 일치감을 느끼는 수준에 도달할 수 있어야 합니다.


지금 소개드린 방법은 말씀 전례에 참례할 수 있는 무궁무진한 소프트웨어 중에 하나일 뿐입니다.

몇 가지 다른 방법을 주마간산[走馬看山]격으로 소개한다면 말씀 전례 구성 요소들을 그냥 연결하여 원재료 그대로 즐길 수도 있고 독서나 복음에 똑같은 낱말이나 문장이 나오면 그 개념을 묵상의 축으로 삼아도 됩니다.

또 눈을 씻고 봐도 연결고리가 없을 때에는‘숨은그림찾기’하듯이 감추어진 묵상거리를 탐색해도 좋습니다.

어쨌든 중요한 것은 스스로 시행착오를 겪으면서 신앙적 지식과 감성, 의지로 소프트웨어를 새롭게 만들고 수정하는 일입니다.


이런 작업이 성과를 거두기 시작하면 들려오는 성경은 하느님 말씀이 아니라 내 삶으로 들립니다.

내가 말하는 것도 내 이야기가 아니라 하느님 말씀이 나옵니다.

이렇게 그분 말씀을 모시고 살면 어떤 경우에는 술주정이나 욕설을 해도 복음 선포가 됩니다........♣†    


                     [ 몸으로 기도하는 소 성호 로 이어집니다.]

    

      천주교 서울 대교구 중림동[약현]성당 주임 정훈 베르나르도 신부.

 

 

    

                                                                        [단대동 성당 성가 방에서]


태그
COMMENTS※ 500자 이내로 작성 가능합니다. (26/500)
[ Total 27 ] 기도고침 기도지움
등록하기
※ 로그인 후 등록 가능합니다. 파일 찾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