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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 하느님과 함께 사는 것 . . . . . . . . [최혁순 신부님]
작성자김혜경 쪽지 캡슐 작성일2007-05-01 조회수1,383 추천수11 반대(0) 신고

 

 

 

 

 

 

사제가 홀로 산다는 것은 절대 외로운 것이 아니다.

오히려 신앙 안에서는 자유롭고 충만해질 수 있다.

 

그런데 신자분들은

홀로 살아가는 신부를 애처롭게 바라본다.

힘들지 않느냐고.. 혹은 외롭지 않느냐고.. 묻는다.

 

항상 씩씩하게(?) 살아가는데도

신자분들 눈에는 외롭고 힘들게 보이는가 보다.

어제는 필요한 물건을 살 일이 있어 오랜 만에 외출을 했다.

이것저것 사다가 양말이 필요해서 양말 파는 가게에 들어갔다.

양말을 이것저것 보고 있는데 주인 아주머니 하시는 말씀이

 

마누라가 양말을 안 챙겨줘요?“

 

하시는 것이 아닌가?
내가 그냥 씨익 웃자 주인 아주머니는

 

"아! 아직 결혼을 못하셨구만!" 한다

 

내가 어이없어 쳐다보자

아주머니는 오히려 나를 측은해 하는 눈빛으로 쳐다보시는 것이

아닌가!

 

결혼할 나이가 지나서 혼자 살아가는 것이

이상하게 보였던 모양이다.

그날 그 아주머니께서는 덤으로 양말 하나를 더 주셨다.

혼자 살아가는 내가 측은해서 주신 선물이었다.


사제 수품 때

하느님께 드렸던 그 약속과 받은 은총은 참으로 큰 것이었고,

신부들은 그 사랑으로하여 아쉬울 것이 없는데...

 

신부를 바라보는 눈은 신앙의 눈이 아니라

세속의 눈일 때가 더 많다.

 

종교에 귀의한 많은 사람들은 자신의 삶을 절대자에게

온전히 바치고자 한다.

그래서 세속의 외로움과 어려움들은 더 이상 방해가 되질 않는다.


신부로 살아가면서 인간적 집착이 가끔은

하느님과 거리를 멀게 만들지만

그것은 혼자 산다는 이유에서 나오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홀로 지내면서 많은 사람을 사랑할 수있고

더 많은 사랑을 받을 수 있다.

 

하느님과 결합된 사제 직분은

일방적 짝사랑이 아니기에

늘 그분과 함께 숨쉬고 함께 지낼 수 있다.

 

아마 신자분들은 이런 감동과 설렘을 잘 모르실 것이다.


오늘도 조용한 사제관 책상에 홀로 앉아

자연의 소리를 들으며

책을 읽고 있는 내 모습을...

하느님께서는 기특하게 보실 것이라는 생각을 해본다.

 

내가 행복하고 또 사랑을 실천할 수 있는 것은

바로 그런 하느님께서 나에게 주신 선물이다.


어제 양말가게 아주머니께서 나를 측은하게 바라보던 그 모습이

아직도 떠오른다.

하지만 하느님과 결혼한 이유로

양말 한짝을 얻어 신을 수 있었으니 이것도 감사하게 생각한다.

 

신부로 홀로 산다는 것은

바로 하느님과 함께 산다는 것임을

다시금 생각해 본다......,

 

           

 

                    - [사목일기] 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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