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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5월 4일 야곱의 우물- 요한 14, 1-6 묵상/ 흘러가는 돌맹이
작성자권수현 쪽지 캡슐 작성일2007-05-04 조회수528 추천수2 반대(0) 신고

흘러가는 돌멩이

그때에 예수님께서 제자들에게 말씀하셨다. "너희 마음이 산란해지는 일이 없도록 하여라. 하느님을 믿고 또 나를 믿어라. 내 아버지의 집에는 거처할 곳이 많다. 그렇지 않으면 내가 너희를 위하여 자리를 마련하러 간다고 말하였겠느냐? 내가 가서 너희를 위하여 자리를 마련하면 다시 와서 너희를 데려다가 내가 있는 곳에 너희도 같이 있게 하겠다. 너희는 내가 어디로 가는지 그 길을 알고 있다."

 

그러자 토마스가 예수님께 말하였다. "주님, 저희는 주님께서 어디로 가시는지 알지도 못하는데 어떻게 그 길을 알 수 있겠습니까?" 예수님께서 그에게 말씀하셨다. "나는 길이요 진리요 생명이다. 나를 통하지 않고서는 아무도 아버지께 갈 수 없다."
(요한 14,1-­6)

◆'내가 가야 할 길은 어디인가? 나의 종착지는 어디인가?' 유기서원 기간을 마감하면서 종신서원을 준비하는 피정을 했습니다. 종신서원 후 어떤 삶을 살아야 할 것인가를 고심했습니다. 그리고 결론을 내렸습니다. '냇가의 작은 돌멩이'로 살아가자.

 

냇가 한귀퉁이에 그리 크지도 않고 잘생기지도 않은 돌멩이가 있었습니다. 햇빛이 비칠 때면 뜨거워졌고, 어둠이 깔려 기온이 내려가면 추위에 떨었습니다. 어느 날 서쪽 하늘에서 먹구름이 흘러와 주위를 덮더니 소나기를 퍼붓기 시작했습니다. 금방 그칠 것 같던 소나기가 바람을 타고 더 거세게 퍼붓더니만 냇물은 금세 물이 불어 급류가 되었습니다. 그러자 그 돌멩이도 급류에 휩쓸렸습니다. 자기 의지와 상관없이 하느님의 은총이라는 급류에 몸을 맡기고 흘러가기 시작했습니다.

 

급류를 타고 굴러가는 돌멩이는 커다란 바위에 부딪혀 튀어나온 모서리가 깨어지고 이리 구르고 저리 구르면서 함께 흘러가는 돌멩이들과 부딪치는 아픔을 겪기도 했습니다. 돌멩이는 그 물과 함께 자신이 가야 할 길을 알고 있듯이 낮은 곳을 향해 하루 한순간도 쉬지 않고 계속 굴러갔습니다. 그곳은 더 이상 부딪치지 않아도 되고 더 이상 깨어지지 않아도 되는 저 넓고 깊은 바다였습니다. 그 넓고 깊은 바닷속은 수많은 물고기가 헤엄쳐 다니고 형언할 수 없이 아름답습니다. 어떤 폭풍우에도 끄떡없는, 그야말로 아늑하고 평화로운 더 이상 바랄 것이 없는 곳, 이 세상 것이 아닌 우리 모두가 꿈꾸며 염원하는 천상나라였습니다. 돌멩이가 가고 싶어했던 바로 그곳입니다.

 

그리스도께서는 말씀하십니다. "내가 가서 너희를 위하여 자리를 마련하면 다시 와서 너희를 데려다가 내가 있는 곳에 너희도 같이 있게 하겠다." 우리가 그리스도와 함께 있고자 하는 자리는 우리가 염원하는 자리입니다. 내가 가야 할 자리이며 우리가 가야 할 자리입니다. 그 길은 부딪치는 아픔이 있고, 깨어지는 슬픔과 서러움이 있습니다. 하지만 아늑하고 평화스러우며 행복한 자리입니다. 누가 그 자리를 마다하겠습니까?

고진배 수사(마리아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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