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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5월 5일 부활 제4주간 토요일/ 양승국 스테파노 신부님.
작성자양춘식 쪽지 캡슐 작성일2007-05-05 조회수647 추천수9 반대(0) 신고

 

5월 5일 부활 제4주간 토요일-요한 14장 7-14절


“주님, 저희가 아버지를 뵙게 해주십시오.”



<화안한 자작나무 같은 사람>


얼마 전 복스럽게 생긴 강아지 한 마리와 같이 지낸 적이 있었습니다. 지금은 바닷가

에 두고 왔지만, 얼굴 못 본지 얼마 지나지 않았는데도 머릿속에 그 녀석 얼굴이 자

주 떠오릅니다. 빨리 보러 가야겠습니다.


태어난 지 두 달 정도 되는 흰색 진돗개 순종입니다. 얼마나 귀엽게 생겼는지 모릅니

다. 눈에 쌍꺼풀까지 있습니다. 하는 행동이 얼마나 예쁜지, 또 얼마나 에너지가 넘

치는지 잠시도 가만있지 못합니다. 그 녀석을 가만히 바라보고 있노라면 시간가는

줄 모릅니다.


미물인 강아지 한 마리에게도 이렇게 애정이 가는데, 어린 자녀들을 둔 부모님들 마

음은 얼마나 더 각별하겠습니까?


우리 어린이들, 옆에서 바라보고 있노라면 정말 존재 그 자체로 기쁨이요 행복입니

다. 그야말로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습니다. 행동 하나 하나가 다들 예쁩니다.


거짓말 하나 안 보태 새싹 같습니다. 새순 같습니다. 갓 태어난 새끼 강아지 같습니

다. 정말 사랑스럽습니다.


가끔씩 신나게 노는 아이들의 꼴을 옆에서 지켜보고 있노라면 신기할 때가 있습니

다. 제가 보기에는 너무도 시시한 놀이인데도 정말 재미있게, 신나게, 괴성까지 질러

가면서 열심히 놀이에 몰두합니다.


그들 삶의 모습에서 배울 것도 많습니다. 제가 볼 때 별것도 아닌 것인데 엄청 기뻐

합니다. 특별한 것도 아닌데 펄쩍 펄쩍 뛰면서 행복해합니다. 정말 작은 것인데도 크

게 감사합니다. 그러다보니 아이들의 얼굴이 그렇게 뽀얗고 통통하고, 빛깔이 좋은

가봅니다.


확실히 아이들은 어른들보다 삶이 행복해보입니다. 그 이유가 무엇인가 생각해보았

습니다.


어린이들이 공통적으로 지닌 삶과 관련된 특징 한 가지가 있더군요.


어린이들은 인생에 대한 기대치가 어른들보다 훨씬 낮았습니다. 그래서 그렇게 행

복한 것입니다. 어린이들은 자신의 삶에 대한 기대치가 기성세대보다 훨씬 낮았습

니다. 그래서 그렇게 얼굴이 피어있는 것입니다. 어린이들은 타인에 대한 기대치 역

시 우리보다 훨씬 낮습니다. 그 이유로 그들의 삶이 그렇게 빛나는 것입니다.


오늘 어린이날을 맞아 세상의 모든 어린이들이 너무 영악하게 살아가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가져봅니다. 어른들의 기대에 부응하느라, 시대의 흐름에 따라가

느라, 그들 특유의 해맑음과 순수함을 잃지 말았으면 좋겠습니다.


그들이 새롭고 아름다운 대상을 바라보며 가슴 뛸 줄 아는 사람, 균형 잡힌 시선으로

세상을 바라볼 줄 아는 사람, 따뜻한 피가 흐르는 사람다운 사람이 되면 좋겠습니다.


‘깊은 산 속 키 큰 나무 곁에 혼자 서 있어도 화안한 자작나무’같은 사람이 되면 좋겠

습니다.


요즘 계속되는 요한복음에서 제자들은 구세주를 자신의 목전에 두고 “구세주를 뵙

게 해 달라”고 청합니다. 예수님 입장에서 참으로 답답한 노릇이 아닐 수 없었습니

다.


제자들이 자신들의 코앞에 메시아를 두고 그분을 알아보지 못한 이유가 무엇일까

요? 그들이 어린이의 마음, 어린이의 순수성, 어린이의 겸손함, 어린이의 단순함을

상실했기 때문이라도 생각합니다.


하느님을 한번 제대로 뵙고 싶습니까? 방법이 그리 어렵지 않습니다. 자만심의 키를

낮추십시오. 무거운 죄의 짐을 떨쳐버리십시오. 선입견의 색안경을 벗어버리십시

오. 마음의 때를 씻고 또 씻으십시오. 고정관념과 집착의 틀을 깨고 또 깨십시오.


지금은 비록 모든 것이 희미하게 보이지만 이런 노력을 반복하다보면 언젠가 우리

의 눈이 맑아져 지존하신 하느님의 얼굴을 명료하게 바라 뵐 날이 있을 것입니다.

 

                          ▣ 살레시오회 수도원 수련원장  양승국 신부 ▣

          

 

 

주님께서 우리 맘 속에 밝히시던
그 믿음이 우리를 살리게 하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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