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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마지막 관문.
작성자윤경재 쪽지 캡슐 작성일2007-05-05 조회수757 추천수3 반대(0) 신고

 

<마지막 관문>


“주님, 저희가 아버지를 뵙게 해 주십시오. 저희에게는 그것으로 충분하겠습니다.” “나를 본 사람은 곧 아버지를 뵌 것이다.”

“나를 믿는 사람은 내가 하는 일을 할 뿐만 아니라, 그보다 더 큰 일도 하게 될 것이다. 내가 아버지께 가기 때문이다. 너희가 내 이름으로 청하는 것은 무엇이든지 내가 다 이루어 주겠다. 그리하여 아버지께서 아들을 통하여 영광스럽게 되시도록 하겠다. 너희가 내 이름으로 청하면 내가 다 이루어 주겠다.” (요한 14,7-14)


  


  예수님과 제자들 사이에서 오가는 대화는 유대인들과의 대화가 논쟁으로 치달아 어긋나기만 하는 것과 달리 신뢰와 사랑으로 오가고 있었습니다. 이제 그 대화가 화기애애하게 무르익어가고 있습니다.

  

  제자들에게 마지막 남은 관문마저 주님께서 꿰뚫어 주시려고 하고 계십니다. 지금까지 제자들이 인간이었기에 어쩔 수 없이 하느님의 신비를 다 이해할 수는 없었습니다.  그러나 신뢰와 사랑에서 출발한 진리로 하느님의 비밀을 열어 보이시려합니다. 이 마지막 완성은 먼저 그분께서 이끄심이 필요합니다. 또 이끄시는 대로 순명하려는 제자들의 믿음이 필요합니다.


  제자들의 신앙이 이제 어느 정도 성숙해져 예수님의 아버지를 자신들의 아버지로 부르기 시작했습니다. 아버지를 뵙겠다는 열망이 타 올랐습니다.  예수님과 한 형제간이 되었다는 의식이 자라났습니다. 그들이 곧 하느님의 양자가 되었습니다.


  그러나 아직 아드님 안에 아버지께서 계시다는 사실을 믿기까지 이르지는 못했습니다. 아드님을 하느님께서 보내신 분으로 이해하고 있었지만 하느님과 동등하신 분으로까지는 미치지 못했습니다.


  신앙의 눈은 아직 일치의 진리를 꿰뚫어 볼 정도로 성숙하지 못했습니다. 그 일치는 천지가 개벽하는 소리보다 더 큰 소리이며, 빛으로 우주가 생겨난 것보다 더 밝은 빛입니다. 진리 중의 진리입니다. 그 일치의 진리를 보여주시기 위해 주님께서는 제자들이 올리는 청원을 당신께서 직접 들어 주시는 것으로 설명하십니다.


  믿음으로 하느님께 간구하면 그 기도를 언제나 들어주신다는 것은 제자들 모두 알고 있었습니다. 예수님과 함께 공생활을 수행하면서 누누이 보아왔습니다. 마귀를 쫒을 때나, 병자를 치유할 때, 빵을 많게 하실 때 모두 아버지께 기도하여 이루어 졌습니다. 그리고 제자들 자신도 실제로 그런 기도의 힘을 경험하였습니다.


  그러나 이제부터는 그 청원기도마저 예수님의 이름으로 올려져야 한다고 말씀하십니다. 그럼으로써 아버지께서 영광스럽게 되는 것이고, 곧 아드님도 영광스럽게 되는 것입니다. 아버지와 아드님이 서로 안에 계시고, 하나이시기 때문입니다.


  우리도 아버지와 주님께서 한분이시라는 것을 믿고 그분들의 영광을 위한 일을 수행하려 청원한다면 모두 다 이루어질 것입니다.

  우리에게 남은 마지막 관문은 첫 제자들이 겪어야 했던 것과는 다릅니다. 오히려 하느님과 예수님이 같으신 분이라는 것은 잘 알고 있습니다. 그러나 하느님께 기도하면 다 이루어 진다는 체험은 그분들에 비해서 턱없이 모자랍니다. 그 부족한 점을 채울려면 주님께서 마련한 계산법을 제대로 이해해야 합니다. 그것이 지금 우리들에게 남아 있는 마지막 관문입니다. 

 

“청하여라, 너희에게 주실 것이다. 찾아라, 너희가 얻을 것이다. 문을 두드려라 , 너희에게 열릴 것이다.” (마태 7,7)

“밀알 하나가 땅에 떨어져 죽지 않으면 한 알 그대로 남고, 죽으면 많은 열매를 맺는다.”(요한 12,24)

“좋은 땅에 뿌려진 씨는 이러한 사람이다. 그는 말씀을 듣고 깨닫는다. 그런 사람은 열매를 맺는데, 어떤 사람은 백 배, 어떤 사람은 예순 배, 어떤 사람은 서른 배를 낸다.”(마태 13,23)


 우리는 이 주님의 계산법을 올바로 알아듣지 못하고 있지나 않은지 모르겠습니다. 청하면 주시고, 찾으면 얻을 것이고, 두드리면 열릴 것이지만 그 전에 우리가 명심해야할 일이 있습니다. 만약 내가 좋은 땅이라면 내게 뿌려진 씨앗이 그대로 남아 있지 못하도록 썩게 만들어야 합니다. 그래야 백 배, 예순 배, 서른 배의 소출을 냅니다.

 

  그런데도 가끔씩 우리는 우리가 청한 대로 주시지 않는다고 불평하고 있습니다. 주님께서 준비하고 계신 소출 계획을 가로막고 있는 것은 다름 아닌 내가 그 씨앗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푹푹 썩게끔 포기해야 되는데 생생하게 간직하고 싶어 합니다.


  주님께서 나를 위해 준비하시고 계신 백 배, 예순 배의 선물을 포기하면서 까지 내가 버리지 못하고, 쥐고만 있는 이 세상의 것이 도대체 무엇일까요? 하느님 나라에 들어가기 위해서 반드시 깨어버려야 할 마지막 관문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망설이며 놓치기 싫어하는 것, 그것마저 외면하지 말고 정면으로 돌파해야하겠습니다. 실상 우리들은 그것이 무엇인지 잘 알고 있습니다. 구태여 말하지 않아도 잘 알고 있습니다. 다만 숨기거나 외면하고 있을 뿐입니다. 알면서도 실천하지 못하는 것을 꼭 실행하도록 해야하겠습니다.

  

  *돌파-엑카르트의 용어. 잡다한 피조물의 세계에 사로잡혀 있던 자신을 철저히 끊어 버리고 나와 세계와 신이 하나였던 경지로 환원해야하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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