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미사

우리들의 묵상/체험

제목 '사랑의 눈' - [배광하 신부님]
작성자정복순 쪽지 캡슐 작성일2007-05-05 조회수701 추천수7 반대(0) 신고

5월 5일 부활 제4주간 토요일

 

 사랑의 눈...(요한 14,7-14) 

-배광하 신부-


 어느 날 탈주병이 적의 눈을 피해 작은 마을로 숨어들었습니다. 탈주병을 찾는 적들은 동트기 전에 탈주병을 내어 놓지 않으면 마을을 불사르고 주민들을 처형 시키겠다고 협박했습니다.

마을 사람들은 본당 주임 신부를 찾아가 의논을 합니다. 마침 사제관에 피해있던 탈주병을 놓고 주임 신부는 큰 고민에 빠집니다. 그러다 성경에서 이 같은 말씀을 읽게 됩니다.

“온 민족이 멸망하는 것보다 한 사람이 백성을 위하여 죽는 것이 여러분에게 더 낫다는 사실을 여러분은 헤아리지 못하고 있소”(요한 11, 50).

주임 신부는 성경을 덮고 적들에게 가서 탈주병이 숨은 곳을 알려 줍니다.

그날 밤 천사가 나타나 주임 신부에게 “당신은 오늘 무엇을 하였소?” 라고 묻습니다. 주임 신부는, “저는 탈주병을 적의 손에 넘겨주었습니다.” 라고 대답합니다.

그러자 천사는, “당신은 오늘 예수 그리스도를 십자가형에 넘겨준 사실을 모르오?” 하자 주임 신부는, “제가 어떻게 그것을 알 수 있었겠습니까?” 하고 항변합니다.

그러자 천사는 “당신은 성경을 읽는 대신 단 한 번이라도 그 가련한 병사의 눈을 바라보았소? 그의 눈을 한 번이라도 사랑으로 응시했더라면 그것을 알 수 있었을 텐데…”라고 말합니다.

신학교 시절, 상담 심리학 시간에 들었던 이야기입니다. 누구를 만나던, 어떤 이야기를 하던, 늘 아픈 사연을 가지고 찾아오는 이가 있으면, 우선 사랑의 마음을 가지고 그의 눈을 바라보라는 가르침이었습니다.

눈은 마음의 창이라 하였습니다. 눈을 통해 상대방의 마음을 읽을 수 있는 것입니다. 그가 어떤 고민을 하는지, 무엇을 가장 필요로 하는지, 어떤 해결 방법이 필요한지를 알 수 있게 된다는 뜻입니다.

그리하여 사랑을, 도움을, 관심을 필요로 하는 상대방의 눈을 읽게 되면, 그 때에는 예수님의 다음 말씀을 실천해야 합니다.

“남이 너희에게 해 주기를 바라는 그대로 너희도 남에게 해 주어라. 이것이 율법과 예언서의 정신이다”(마태 7, 12).

이것이 사랑의 시작이며 완성인 것입니다.

주님의 눈



인도의 위대한 정신적 지도자였던 ‘비노바 바베’는 인도가 독립을 얻자 20년이 넘는 긴 세월 동안 인도 전역을 걸어 다니며 지주들에게 땅을 나누어주라는 ‘토지헌납운동’을 시작해 스코틀랜드 만한 거대한 토지를 헌납 받아 사랑을 실천한 분이십니다.

그는 자주 자신의 정신적 스승이셨던 어머니에 대한 기억을 이야기하였는데, 부유했던 어린 시절 그의 집을 찾는 걸인들을 어머니는 한 번도 빈손으로 돌려보내는 법이 없으셨다고 합니다.

어느 날 비노바 바베의 집에 체격이 건장한 걸인이 찾아와 구걸해 가는 모습을 본 그는 어머니에게 적선하는 것은 옳지 않은 일이라 항변합니다. 그러자 어머니께서는 어린 비노바 바베에게 이같이 말씀하십니다.

“우리가 무엇인데 누가 받을 만한 사람이고 누가 그렇지 못한 사람인지 판단한단 말이냐?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그저 문간에 찾아오는 사람이면 누구든 다 하느님처럼 존중하고 힘이 닿는 대로 베푸는 거란다. 내가 어떻게 그 사람을 판단할 수 있겠니?”

우리는 자주 나름대로의 판단으로 고통받는 이웃을, 사랑을 필요로 하는 이들을 돌려보냅니다. 만약 하느님께서도 인간을 그같이 대하신다면 우리 중 어느 누구도 그분 사랑 안에 머물러 있을 수 없으며, 그것은 구원받을 수 없음을 의미하는 것입니다.

십자가에서 구원을 완성하신 예수님께서는 우리가 그 엄청난 희생을 받을 자격을 갖추었기 때문에 십자가를 지신 것이 아닙니다. 천만 번도 더 죄를 지었음에도, 절대 구원받을 수 없는 불의와 배신에 빠졌어도 인간에게 사랑의 눈길을 보이신 분이셨습니다.

사랑은 인간의 편협한 판단의 눈이 아니라 조건 없는 사랑인 측은지심, 즉 주님의 눈길을 닮아야 합니다. 우리가 무엇을 특별히 잘하였기 때문이 아니어도 그저 가여운 마음이 드셨던 그분의 뜨거운 사랑의 눈길이 우리 인생살이의 고달픈 눈물을 닦아주시는 것입니다.

“하느님께서 사람들과 함께 거처하시고, 하느님의 백성이 될 것이다. 하느님 친히 그들의 하느님으로서 그들과 함께 계시고, 그들의 눈에서 모든 눈물을 닦아 주실것이다. 다시는 죽음이 없고, 다시는 슬픔도 울부짖음도 괴로움도 없을 것이다. 이전 것들이 사라져 버렸기 때문이다”(묵시 21, 3~4).

이 같은 사랑과 은총의 확답과 희망을 우리는 분명 거저 받았습니다. 그 놀라운 은총에 우리 역시 사랑으로 응답하는 것이 새 계명의 완성된 삶인 것입니다.

태그
COMMENTS※ 500자 이내로 작성 가능합니다. (26/500)
[ Total 27 ] 기도고침 기도지움
등록하기
※ 로그인 후 등록 가능합니다. 파일 찾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