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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주님과의 일치
작성자윤경재 쪽지 캡슐 작성일2007-05-09 조회수747 추천수4 반대(0) 신고

 

 

<주님과의 일치>


“나는 참포도나무요 나의 아버지는 농부이시다. 나에게 붙어 있으면서 열매를 맺지 않는 가지는 아버지께서 다 쳐내시고, 열매를 맺는 가지는 모두 깨끗이 손질하시어 더 많은 열매를 맺게 하신다.”

“나는 포도나무요 너희는 가지다. 내 안에 머무르고 나도 그 안에 머무르는 사람은 많은 열매를 맺는다. 너희는 나 없이 아무것도 하지 못한다.”

“너희가 내 안에 머무르고 내 말이 너희 안에 머무르면, 너희가 원하는 것은 무엇이든지 청하여라. 너희에게 그대로 이루어질 것이다. 너희가 많은 열매를 맺고 내 제자가 되면, 그것으로 내 아버지께서 영광스럽게 되실 것이다.” (요한 15,1-8)



  요한복음에서 주요 주제로 쓰인 ‘머물다’를 뜻하는 메노(meno)동사는 이 대목에서 집중적으로 사용됩니다. 이미 성체성사를 표징 하는 빵을 먹는 담화문에서 이 메노동사가 쓰였습니다. “내 살을 먹고 내 피를 마시는 사람은 내 안에 머무르고, 나도 그 사람 안에 머무른다.” (6,56)


  이제 이 대목에서는 비유를 통하여 ‘그리스도께 머무는 효과’가 어떤 것인지 설명해 보이십니다.


  아버지와 그 아드님 그리고 제자들 사이의 관계는 이제 참포도나무라는 상징을 통해 하나로 연결되어 있습니다. 아버지는 나무를 심고 가꾸시며 가지치기를 하시는 농부이시며, 아드님은 아버지께 굳건히 뿌리를 박고 서 있는 참포도나무이십니다. 제자들은 가지로서 나무에 머물러 있어야만 열매를 맺을 수 있습니다. 그나마도 열매 맺지 못하면 잘려나가게 됩니다.


  요한복음에서 말하는 열매(카르포스)는 우리가 문득 떠올리는 것처럼 어떤 결과물을 뜻하지 않고, ‘그리스도와 인격적 일치’를 뜻합니다. 6,29절에서 “하느님의 일은 하느님께서 보내신 그분을 믿는 것”이라고 하셨을 정도로 하느님의 일마저도 실적이 아니라 ‘머무는 그 자체’가 강조되는 것입니다.


  신앙이란 무엇인가 눈에 보이는 실적을 내는 일이 아니라는 것은 바로 앞 장인 14,22절에서 다른 유다의 질문을 통해서도 다시 밝혀졌습니다. 눈에 보이는 실적 그것보다는 주님께 떠나지 않고 머무는 일치가 더욱 강조 되는 것입니다. 


  아드님과 인격적 일치를 통해 그분의 제자가 되는 것이 바로 아버지께 영광을 돌리는 것입니다. 15,8절에서 다만 무엇인가 눈에 보이는 결실은 아드님 안에 머물고, 그 말씀이 우리 안에 머물러 계실 때 청하면 그대로 이루어지는 것입니다. 우리가 나서서 무엇인가를 이루는 것이 아닙니다. 그저 청할 뿐입니다.


  이른 봄에 꽃씨를 뿌렸더라도 그 꽃이 피는 것은 우리가 이룩한 것이 아닙니다. 아름다운 꽃을 볼 것이라는 우리의 간절한 기도에 하느님께서 응답해 주신 것입니다.


  어느 부부가 1박2일 동안 수도회로 피정을 가게 되었습니다. 주일날 저녁에 꼭 참석해야하는 선약 때문에 예정보다 미리 나와야 되었습니다. 주일날 파견미사를 참례하기 어렵게 되어 안절부절못하고 있었습니다. 근처 다른 성당에서 거행하는 새벽미사라도 참례해야지 하고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토요일 저녁 수도회 측에서 혹시 차량 봉사를 해 줄 수 있는 분이 있는지 알아보고 있었습니다. 마침 자기들만 차를 가져왔기에 당연히 기쁘게 차량봉사를 하고 돌아 왔습니다. 사무실에 들른 김에 미사시간을 여쭈어 보려고 하였으나 사무실은 아무도 없었습니다. 다만 게시판에 미사 시간이 적혀 있는데 피정 진행시간과 겹쳐 어려울 듯 생각되었습니다.

 

  잠시 뒤에 어떤 남자 직원이 들어오기에 자초지종을 여쭙고 좋은 방안이 없는지 의논했더니, 그 직원은 이렇게 물었습니다.

“그럼 아침 7시에는 가능하겠습니까? 그때가 아침 식사시간인데요.”

“물론이죠. 한 끼쯤이야 굶어도 되죠.”

“그럼, 저기 보이는 경당으로 내일 아침 7시까지 나오세요.”


  부부는 오랜만에 차량봉사도 하고, 저녁 후 좋은 강의도 듣고, 미사도 해결되어 아주 기쁜 마음으로 잠자리에 들었습니다. 침묵 묵상 중에 감사기도가 저절로 나왔습니다.


  주일 아침 일찍 일어나 경당에 도착해 보니 아무도 나와 있지 않았습니다. 미사에 같이 참례할 수도자들이 나와 있으려니 생각했는데 뜻밖이었습니다. 잠시 후 7시5분 전이 되니 어제 그 직원분이 오셨는데, 바로 그분이 사제이셨습니다. 어제는 일과가 다 끝난 시간이고 마침 작업복 차림이셨던 것이라 사제인줄 몰라본 것입니다.


  주일미사를 궐하게 될까 걱정하고 있는 교우가 안쓰러우셨는지 아침 식사도 거르시면서 예정에도 없는 미사를 집전해 주신 것입니다. 사제와 단 한 부부, 이렇게 세 사람이서 주일 미사를 거행하였습니다. 이 부부는 그때 너무나 큰 감동과 기쁨을 받으면서 미사에 집중할 수 있었습니다. 또 그 사제님도 얼마나 진지하게 미사를 거행하시던지 바로 예수님께서 직접 빵을 떼어 주시고 포도주를 주시는 것처럼 여겨졌습니다.

 

  “두 사람이나 세 사람이라도 내 이름으로 모인 곳에는 나도 함께 있기 때문이다.”(마태 18,20)라는 말씀대로 주님께서 함께하신다는 것을 미사 시간 내내 온 몸으로 느낄 수 있었습니다.


  얼마나 큰 은총 속에 미사를 지내고, 감동했던지 미사가 끝났는데도 얼이 빠져서 그 사제의 성함조차 묻지 못하고 말았다고 합니다. 다만 그 사제의 마지막 인사말이 언제나 귓가에서 울린다고 합니다.

  “주님께서는 언제나 형제자매님과 함께하시고 계십니다. 매사에 감사하며 행복하게 사십시오.”


  이 부부는 그 후에 자신들의 신앙이 더 성숙해 졌다고 언제나 말합니다. 또 실제로 기도와 봉사를 정말 열심히 하고 계십니다. 주님께 머물고자 하는 열망이 한 사제를 움직였고, 또 한 사제가 보인 넓은 사랑의 마음으로 인해 모두가 주님과 일치하는 체험을 한 것입니다. 아멘.


 

I love you for a hundred thousand reasons
But, most of all
I love you cause you're yo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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