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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소중한 사랑의 기억
작성자윤경재 쪽지 캡슐 작성일2007-05-13 조회수693 추천수9 반대(0) 신고

 

 

<소중한 사랑의 기억>

 

 

“누구든지 나를 사랑하면 내 말을 지킬 것이다. 그러면 내 아버지께서 그를 사랑하시고, 우리가 그에게 가서 그와 함께 살 것이다.”(요한 14,23)

 

 

 

  언젠가 읽은 미국 여류작가의 글이 생각납니다. 자기가 간직하고 있는 어머니의 유품 중에서 아주 보잘것없는 사금파리 한 조각을 바라보며 이야기 하고 있습니다.

 

  자기 어머니는 늘 사랑이 넘치는 분이셨는데, 어느 날 이웃 집 부인이 저녁 식사 시간에 놀러 왔습니다. 마침 부엌에 들른 그녀는 깜짝 놀라서 묻습니다.

 

“오늘 손님을 초대 했어요? 이렇게 좋고 멋진 접시들이 나와 있네요. 아주 고급제품이군요.”

“아닙니다. 저는 늘 우리가족이 함께 식사할 때 제일 멋진 식기를 꺼내 놓고 쓰지요. 제게 가족은 누구보다 특별하니까요.”

“듣고 보니까, 일리가 있네요. 하지만 이 귀한 접시가 깨지면 어떻게 하죠?”

“그럴 수도 있겠죠. 하지만 온 가족이 식탁에 앉아 즐겁게 식사를 할 수 있다면 이가 빠진들 무슨 대수겠어요?”

“더군다나 이 빠진 접시는 모두 나름대로 사연을 담고서 추억하게 해주죠.”

 

  그 아주머니는 어머니의 속 마음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표정이었습니다. 그래서 어머니는 이 빠진 접시 하나를 들어 보이며 사랑스런 표정으로 말을 이어갑니다.

 

“이 접시에 이가 빠진 게 보이죠? 내가 열일곱 먹었을 때 일입니다.”

“어느 가을 날 오빠가 어느 청년을 일꾼으로 채용했는데 아주 남자답고 잘 생긴 사람이었죠. 그가 일하는 모습을 언뜻 보았는데 그만 첫 눈에 반하고 말았습니다. 오빠도 마음에 들었는지 그를 식사에 초대를 했습니다. 식사 시간이 되자 오빠가 내 옆 자리에 그 건장한 청년을 앉게 했죠. 저는 얼마나 가슴이 뛰었는지 모릅니다. 숨이 다 막힐 정도였습니다.”

“어쨌거나 그 사람이 나한테 음식을 덜어 달라고 접시를 내밀었는데 난 너무 긴장되고 떨리고 손에 땀까지 나는 바람에 그만 접시를 떨어뜨리고 말았습니다.제 얼굴이 홍당무처럼 발갛게 되어 버렸죠. 그러나 그 남자는 오히려 저더러 어디 다친 데 없느냐고 물어 왔답니다.”

“접시는 찜 냄비에 부딪쳤는데 그만 한쪽 이가 빠지고 말았죠.”

 

  엄마의 이야기에 무덤덤하게 듣던 아줌마가 반문합니다.

“나 같으면 잊어버리고 싶은 기억이군요. 그런 큰 실수를 했으니,”

 

“오히려 그 반대죠. 일 년 뒤에 나는 그 멋진 남자와 결혼 했으니까요. 그리고 이 접시를 볼 때마다 난 그이를 처음 만났던 그날 숨막히던 생각이 생생히 난답니다. 우리 그이도 이 접시를 아주 좋아하죠.”

 

  그런 이야기를 들었는데도 그 아줌마는 아무런 감명을 받지 못하는 것 같아 내가 그릇장에서 접착제로 붙인 접시를 꺼내 보였습니다.

 

“아! 이 접시는 말이죠. 우리 아들 마크가 병원에서 막 태어나고 집으로 돌아오던 날 깨진 것이랍니다. 그 날은 어찌나 춥고 바람이 세게 불던지. 여섯 살짜리 여자아이가 글쎄 힘들어하는 나를 도와주려고 싱크대로 나르다가 그만 바닥에 떨어뜨렸죠. 처음엔 무척 당황했지만, 곧 저에게 말했죠.”

“저건 깨진 접시에 불과해. 깨진 접시 하나 때문에 우리아이에게 상처 줄 수 없어. 또 새 식구가 들어 온 날 아닌가? 이 행복을 망쳐 놓을 수 없어. 했죠.”

“사실 그 후에 그 깨진 접시 조각을 맞추느라고 몇 번이나 즐거운 시간을 보냈는지 모릅니다.”

 

  그렇게 그 어머니는 모든 것에 추억을 담아 소중하게 간직하고 있었습니다. 그날 저자는 어머니 화장대 서랍 안에 있던 낡은 보석함의 비밀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 보석함은 자신이 가끔 엄마처럼 손가락에 반지도 끼어 보고, 목걸이도 해보던 엄마의 보물이 담겨 있던 것입니다.

 

  그 안, 아래 칸에 사금파리가 곱게 종이에 싸여 있었는데 그것이 바로 아빠와 첫 대면에서 떨어져 나온 접시의 조각이었던 것입니다. 그때까지 그것이 무엇일까 무척 궁금했는데 그날 비로소 그렇게 멋진 사연이 담겨있는 보물인줄 알았다고 합니다.

 

  이 작가는 어머니께서 돌아가시고 남은 자매들이 어머니의 추억 어린 보잘것없는 보물들을 나누어 가졌는데 자기는 기꺼이 그 사금파리 조각을 택했다고 합니다.

 

  그 사금파리 조각은 어머니의 사랑이 고스란히 담겨있는 것이며, 어머니께서 인생을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가르쳐 주시는 시금석이었다고 합니다. 인생에서 어렵고 고통스런 순간이 오면 그 사금파리 조각을 꺼내어 보고 힘을 얻었다고 합니다. 엄마와 아빠의 사랑이 고스란히 담겨서 자기에게까지 전해 오는 온기를 느꼈다고 합니다. 그녀도 언제나 어머니에게서 받은 그 사랑을 자식들에게 그리고 이웃에게 전해 주려고 노력했다고 합니다. 그녀에겐 이 세상 그 어떤 보물보다도 값 비싼 보물이었습니다.

 

  제자들에게도 스승이신 예수의 사랑이 몸 깊숙이 각인되어 있었습니다. 그래서 제자들은 아주 사소한 기억을 통해서도 예수의 사랑을 기억하며 그 말씀을 지켜나갈 수 있었습니다. 그러면서 그 사랑의 힘이 제자들 안에서 살아나 형제들과 이웃에게 전달될 수 있었습니다.

 

  우리들도 아주 사소한 사랑의 기억마저 소중히 기억하고 지킨다면 그 사랑이 우리 안에서 되살아날 것입니다. 하물며 주님께서 우리에게 주신 은총의 선물은 너무나 커 도저히 잊을 수 없는 것입니다. 먼저 첫 세례때나, 묵상 중에 그리고 성령 체험과 같은 그 사랑의 기억부터 잊지 말고 지킨다면 아버지와 그 아드님 그리고 성령께서 우리 안에 오셔서 사실 것입니다.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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