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미사

우리들의 묵상/체험

제목 빠다킹 신부의 자전거 여행기 4
작성자이미경 쪽지 캡슐 작성일2007-05-14 조회수865 추천수10 반대(0) 신고
230Km, 4명의 사제가 함께 떠난 제주도 자전거 여행

 

 

1871년도에 만든 자전거(앞 뒤 바퀴 사이즈가 다르다)

 

 

 

2007년 5월 10일(목)

 

마지막 자전거 여행날입니다. 세화에서 제주항까지만 가면 제주도 230Km를 완주한 것이 되지요. 지도를 봐도 얼마되지 않는 거리임을 알 수가 있습니다. 이제는 다들 이런 소리를 합니다.

"이틀이면 충분히 돌 수 있는 거리야...."

첫날에는 어떻게 제주도 한바퀴를 돌 수 있겠냐면서 정 힘들면 렌트하자는 말을 하던 사람들이... ㅋㅋㅋ

하긴 저 역시도 이틀이면 충분히 돌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드네요. 이렇게 거의 마치고 나니까...

이렇게 과거의 시련이나 고통을 쉽게 잊어버리는 우리들입니다. 그러면서도 현재의 시련과 고통에 대해서는 너무나도 심각하게 이러쿵 저러쿵 말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요?

아무튼 현대민박에서 좋은 추억을 안고 우리들은 아침 7시 30분에 다시 출발했습니다. 어제의 펑크를 생각하면서 바퀴를 점검했는데 모두 이상이 없습니다. 아침밥을 먹으로 해장국집을 찾아 헤매는데... 정인화 신부님... 또 바퀴가 터졌답니다. 이 자전거가 문제인지, 운전하는 신부님이 문제인지는 모르겠지만.. 다행히 식사할 곳 앞에 자전거 수리점이 있습니다. 식사하는 동안 수리하고 아침 8시 30분. 드디어 마지막 여행길이 시작되었습니다.

참, 여기서 해장국을 먹은 가게를 소개하지 않을 수가 없네요. 대구식당인데요.. 세화 읍내에 있습니다. 아주머니가 너무나도 친절합니다. 친절하니까 식사는 어떨까요? 당연히 맛있습니다. 제가 불쌍하데요... 이렇게 추운데 반바지에 반팔셔츠 입고 있다고... 자기 몸빼 바지를 준다는 것을 제가 억지로 말렸습니다. ㅋㅋㅋ

 
 



 

한 시간쯤 탔을까요? 너무나 힘듭니다. 어제와 달리 바람이 우리의 정면에서만 불어옵니다. 소위 맞바람이 우리의 자전거 길을 힘들게 합니다. 어제 자신있게 선두를 섰던 조용수 신부님... 언제 선두를 섰냐는듯이 완전히 뒤로 쳐집니다. 어제의 평균 시속 30Km/h는 완전히 꿈의 속도가 되었습니다. 시속 20Km/h 넘기도 힘듭니다.

저 멀리 풍력 발전소가 보입니다. 역시 바람이 쎈 곳이구나....

 
 





 

풍력발전소가 있는 행원리 풍차마을로 들어서니 '슁슁' 돌아가는 풍차가 겁이 날 정도입니다. 그만큼 바람도 쎄고, 풍차의 크기도....

 
 


 

아무튼 마지막 날의 가장 큰 적은 '바람'입니다. 어제의 가장 큰 아군도 '바람'이었는데... 똑같은 바람이 하루는 우리를 즐겁게 해주었고, 하루는 우리를 슬프게 했습니다.

잠시 뒤, 우리는 드디어 제주항에 도착했습니다. 도착 시간 12시. 너무 일찍 왔습니다. 배는 저녁 7시인데... 우리는 오랜만에 자장면을 먹자고 의견을 통일했고, 간자장 하나씩 먹고는 근처의 찜질방으로 들어갔습니다. 시간을 떼울 수 있는 가장 좋은 곳으로...

5시. 찜질방에서 나와 제주항으로 떠났습니다. 그런데 신부님들이 아쉬운지.. 마지막으로 제주에서 한잔 하자고 합니다. 저녁 식사 겸... 무서운데....

요시점에서 이 집을 소개하지 않을 수가 없습니다. 똘똘이네집. 반찬들이 다 맛있어서.. 반찬 나오자마자 젓가락질이 장난 아닙니다. 그리고 첫번째 안주, 김치찌게... 예술입니다. 이곳의 단골 손님이 라면을 시켜 먹어보랍니다. 20년 동안 이곳에서 장사를 했기 때문에 음식 맛이 특히 좋은데, 라면은 아주 색다른 맛을 체험할 수 있다고... 역쉬... 환상입니다. 덕분에 30분도 안되었는데, 막걸리 1병과 소주 4병을 비웠습니다. 안주는 김치찌게, 라면, 멸치우동, 계란찜... 이렇게 많이 먹었는데 가격이 모두 30,000원입니다. 다른데서 이 정도 먹었으면? 아니.. 호텔에서 이 정도 먹었으면 얼마나 나올까요? ㅋㅋㅋ 그래서 여러분들에게도 소개합니다. 제주항에서 나와 오른쪽으로 5분만 걸어가면 허름한 가게 하나 보입니다. 꼭 드셔보세요...

 
 




 

맛있는 안주 덕분에 저 역시 소주 1병은 마신 것 같습니다. 그리고 취기가 어느 정도 있는 상태에서 배를 탔는데, 느낌이 이상합니다. 저 밑에서 어떤 신부님께서 소리칩니다. 멀어서 안 들립니다. "네? 크게 말씀해보세요..."

제가 배를 잘못 탔답니다. 제가 탄 배는 부산 가는 배였습니다. ㅋㅋㅋ 부산 갈뻔했습니다. 역시 술이 왠수입니다. ㅋㅋㅋ

저녁 7시. 드디어 출발입니다. 내일 아침 9시면 도착이랍니다. 이제 다시 일과가 시작이지요. 미사, 성사생활, 학교 강의, 예비자 교리, 인터넷 안에서의 활동 등등... 그러나 힘이 납니다. 사실 그동안 쉬지 못해서 피곤이 왕창 쌓여 있는 상태였거든요. 그런데 이제 또 힘내서 살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자전거 탈 때, 숨이 턱까지 차올라서 더 앞으로 나가기 힘들때를 기억하면서... 어떠한 상황에서도 다시 힘차게 살 수 있는 힘을 주신 주님께 감사를 드립니다. 그리고 함께 동행해주신 신부님들도 진심으로 감사의 인사를 올립니다. 덕분에 좋은 여행 보낼 수가 있었습니다. 마지막으로 이 무거운 주인을 태우고 230Km를 함께 돌아준 나의 애마, 자전거에게도 감사의 인사를 올립니다. 제일 수고 많았다....

이번 여행은 "지친 머리로는 아무것도 할 수 없다"라는 사실을 다시금 확인할 수 있는 시간이었습니다. 왜냐하면 지친 머리로 갔다가 쌩쌩한 머리로 돌아와서 힘차게 살 수 있었으니까요....

여행이 끝났는데... 또 여행가고 싶은 것은 왜 일까요?

 

 

 

 

 

  

 Rhapsody on a Theme of Paganini 

태그
COMMENTS※ 500자 이내로 작성 가능합니다. (26/500)
[ Total 27 ] 기도고침 기도지움
등록하기
※ 로그인 후 등록 가능합니다. 파일 찾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