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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열정과 호방함 뒤에는 고독과 슬픔도 있음을 압니다
작성자지요하 쪽지 캡슐 작성일2007-05-14 조회수617 추천수2 반대(0) 신고

 

※이 글은 대전교구 태안성당 제12대 주임사제 구본국(베난시오) 신부님의 영명축일(5월 18일) 축하 행사(5월 13일/부활 제6주일 교중미사 후) 자리에서 낭독된 축사입니다.



구본국(베난시오) 신부님 2007년 '영명 축일' 축하 헌사 



    열정과 호방함 뒤에는 고독과 슬픔도 있음을 압니다




또 한해 본당 신부님의 영명 축일을 맞이했습니다. 또 한번 우리 신앙공동체는 본당 신부님의 영명 축일을 맞아 신부님께 감사와 존경과 사랑을 표하는 조촐한 행사를 갖게 되었습니다.

하느님의 성전에서 이루어지는 이 아름답고도 뜻깊은 행사에서, 현재 본당의 아무런 직책도 맡고 있지 않은 제가 신부님께 축사를 드리게 된 것을 무한한 영광으로 생각하며, 하느님께 감사합니다. 또한 제게 이 일을 맡겨주신 김용순 안드레아 사목회장님께 진심으로 감사합니다.

사목회장님으로부터 본당 신부님 영명 축일 축사를 부탁 받았을 때 불현듯 전임 김종기 세자 요한 신부님 때 일이 생각나면서 이번에도 구본국 신부님의 올해 영명 축일 행사가 우리 본당에서는 마지막일지도 모르기 때문에 사목회장님이 제게 축사를 부탁하신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언뜻 들었습니다.

집에서 가족들과 그 얘기를 했습니다. 신부님 영명 축일 축사에 담을 자료도 얻을 겸 여러 교우들과도 얘기를 나누어보았습니다. 새삼스러운 것들이지만, 여러 가지 얘기가 있었습니다. 세월이 너무 빠르다는 얘기도 있었고, 신부님께서 대 역사를 치르고 나서 편히 지내실 만할 때 떠나시는 건 너무 가혹하다는 말도 있었고, 신자들이 교구청에 청원이라도 해서 신부님을 일 년만이라도 더 계시게 해야 한다는 말도 있었습니다. 또 내년이든 내후년이든 신부님이 우리 본당을 떠나시게 되면 눈물짓는 신자들이 많을 테고, 특히 할머니들이 많이 우실 거라는 얘기도 있었습니다.

사사로운 얘깁니다만, 제 어머니는 지난 8일 어버이날, 개신교 신자이신 사돈 노인들과 점심식사를 함께 하시는 자리에서 신나게 신부님 자랑을 많이 하셨습니다. 신부님과 함께 설악산을 가고, 제주도를 가고, '땅 끝 마을'과 보길도를 가고, 금강산을 가신 자랑을 하시니 사돈 노인들께서 여간 부러워하지 않는 눈치였습니다.

그리고 어머니는 성당 자랑도 하셨습니다. 거의 완성이 되어 가고 있는 성당의 이모저모를 소개하면서 12월 9일 축성 봉헌식 때 꼭 오셔서 성당도 구경하고 우리 천주교의 장엄하고 아름다운 전례도 한번 접해보라는 말씀을 하셨습니다.

어머니의 그런 말을 들으면서, 우리 태안 본당 신자 모두에게는 우리 성당에 대한 자랑거리가 참으로 많다는 사실을 실감할 수 있었습니다.

저는 타지역 천주교 신자들뿐만 아니라, 주변의 무종교인들과 타종교인들에게도 우리 태안 성당을 소개하고 자랑할 수 있는 이야기 거리가 많은 것을 크게 다행스러워하며, 하느님께 감사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인터넷 등을 이용하여 우리 본당 자랑을 많이 하고 있습니다.

얼마 전에는 인터넷 가톨릭 굿 뉴스에서 우리 본당의 민형식 마티아 형제가 올려놓으신 우리 성당의 사진들을 보았습니다. 내 육안으로 직접 늘 보는 성당인데도, 인터넷 상에서 사진으로 보는 우리 성당 모습은 참으로 아름답고 감동적이었습니다. 더욱 감동적인 것은 많은 이들의 반응이었습니다. 많은 이들의 찬탄에 가까운 찬사를 접하면서 참으로 흐뭇한 마음을 갖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저는 최근에 <태안 성당의 미사 풍경>이라는 글을 인터넷에 올렸습니다. 외지 성당에서 미사를 지내본 경험이 많은 저로서는, 우리 성당의 특별한 전례 풍경, 활력과 재미와 간절함이 잘 조화를 이루는 미사 분위기를 소개하고 싶은 마음으로 쓴 글이었습니다. 그 글 밑에 많이 달리는 독자들의 반응과, 우리 본당 신자가 아닌 분이 올려놓으신 우리 성당 사진들을 보면서 이제 우리 태안 성당은 전국에서도 유명한 성당이 되었음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이렇게 우리 태안 성당은 전국적으로 유명한 성당이 되었습니다. 빚이 좀 남아 있긴 하지만, 외적 성전은 이제 완성을 눈앞에 두고 있습니다. 외적 성전에 걸맞은 내적 성전을 짓는 일은 우리가 앞으로 계속 진행해가야 할 일입니다.

저는 자랑스러운 우리 성전의 모습을 보면서, 그리고 아름다운 성전 안에서 미사를 지내면서 구본국 베난시오 신부님의 까무잡잡한 모습을 떠올려보는 때가 많습니다. 아름다운 우리 성당 모습에서 신부님의 모습이 자연발생적으로 얼비치는 것을 느끼곤 합니다. 아마 제가 이 세상에 사는 동안에는 성당의 모습에서 신부님의 모습도 함께 떠오르는 그 연상 작용이 고마움과 기쁨 속에서 계속될 것 같습니다.  

그런데 이 아름다운 성전 안에서 성전을 지으신 구본국 베난시오 신부님뿐만 아니라 우리 성당을 거쳐가신 열 네 분 역대 주임/보좌 신부님들의 모습을 모두 기쁘게 떠올릴 수 있는 것은, 초창기부터의 신자인 제가 누릴 수 있는 은총일 것도 같습니다.
   
신부님은 아름답고도 견고한 대성전을 지으면서 그 외적 성전에 어울리는 내적 성전을 함께 짓기 위해 참으로 많은 애를 쓰셨습니다. 아직 여러 부분에서 미흡한 점이 많지만, 이런저런 기틀들이 제대로 자리잡혀 가고 있음을 느낍니다. 그 기틀 위에서 신앙을 성숙시켜 가는 것은 우리 신자들의 몫일 것입니다.

오늘 구본국 베난시오 신부님께서 우리 본당에서 다섯 번째 맞으시는 영명 축일을 지내면서 다시 한번 신부님께서 입고 계시는 수단과 로만 칼라를 우러러보며, 신부님에 대한 우리 신자들의 감사와 존경의 질, 사랑의 농도를 생각해 봅니다.

육신의 죽음을 의미하는 수단과 독신 정결을 상징하는 로만 칼라는 바로 '성령의 날개'임을 우리는 잘 압니다. 저는 신부님의 수단과 로만 칼라를 볼 적마다 늘 성령의 날개, 그 날개의 움직임을 보는 듯한 느낌을 받습니다.

하지만 그 성령의 날개 속에는 제가 알지 못하는 인간적인 고독과 슬픔도 함께 하고 있을 것임을 생각합니다. 신부님의 지칠 줄 모르는 열정, 치밀하면서도 담대하고 호방하신 성품, 미사 중에도 곧잘 신자들에게 웃음을 선사하시는 재기, 때로는 어린애 같은 천진난만함 속에도 혼자 몰래 삭이시는 눈물이 있을 것임을 짐작합니다. 무려 800명 가까운 신자가 늘어났음에도 평일미사에 나오는 신자는 거의 고정되어 있는 현실, 영세와 동시에 냉담으로 빠지는 신자들, 천주교 신자라면 도저히 행할 수 없는 일들도 벌어지는 현실 앞에서 인간적인 한계와 좌절도 뼈저리게 느끼실 것입니다.

그런 것을 생각하면 신앙공동체의 일원으로서 신부님께 참으로 죄스러운 마음을 금할 수 없습니다. 그렇지만 저는 늘 신부님을 위해 기도합니다. 제 어머니를 포함하여 많은 신자들이 신부님을 위해 매일같이 기도합니다. 그러므로 삼위일체 하느님께서 신부님께서 입고 계시는 성령의 날개를 더욱 아름답고 고결하고 견고케 해주실 것입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세 가지 사항에 대해 신부님께 특별히 감사하고 있습니다. 우리 성당을 제가 젖먹이 시절에 영세를 한 저희 가족 '신앙의 고향'인 전주 전동성당과 똑같은 형태로 지으신 일, 성당 안에 64본의 성인상을 모실 자리를 마련하여 저로 하여금 돌아가신 선친의 주보성인상도 모실 수 있는 기회를 주신 일, 저에게 60년 가까운 신앙생활 중에서 올해 처음으로 십일조 헌금 경험을 갖게 해주신 것에 대해 진심으로 감사 드립니다.

우리 태안 성당에 오시어 본당 설정 40주년을 지내시며 40년의 풍모를 알차게 일으키시고 가다듬어 주신 신부님, 성전 건축의 위업을 달성하여 본당 공동체의 위상을 크게 일신하여 주신 신부님께 깊은 감사와 존경을 드립니다.

제가 오늘 우리 태안 본당 신앙공동체의 모든 형제 자매들을 대신하여 신부님께 드리는 감사와 존경과 사랑의 표현들에 오늘의 신자들은 물론이고, 세상을 떠난 과거의 모든 신자들과 먼 미래의 신자들도 기꺼이 함께 할 것으로 굳게 믿습니다.

이 믿음으로 다시 한번 신부님의 영명 축일을 진심으로 축하합니다.
구본국 베난시오 신부님, 감사하고 존경하고 사랑합니다!!


(070513 / 부활 제6주일 교중미사 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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