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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부르심(聖召)의 신비" --- 2007.5.14 성 마티아 사도 축일
작성자김명준 쪽지 캡슐 작성일2007-05-14 조회수698 추천수4 반대(0) 신고

(이수철 프란치스코 성 요셉 수도원 원장신부님 강론 말씀)

 

 

 

2007.5.14 성 마티아 사도 축일                                            

사도1,15-17, 20-26 요한15,9-17

                                                        

 

 

 

 

"부르심(聖召)의 신비"

 



언젠가 예로 들었던 불가의 속담이

우리 가톨릭 수도자들에게도 그대로 적용되는 것 같습니다.

 
‘굽은 나무가 산을 지킨다.’


‘사람 못 된 게 중 되고,

  중 못 된 게 수좌 되고,

  수좌 못 된 게 부처 된다.’


세속적인 의미로 우리가 잘나고 똑똑해서가 아니라,

하느님께서 뽑아 주셨기에 수도원에 산다는 것입니다.

 

하버드 대학이나 서울 대학에 갈 정도로 잘나고 똑똑해도

하느님 뽑아 주시지 않으면 수도원에 들어오지 못합니다.

 

과연 잘나고 똑똑해서 수도원에 들어오기로 하면

몇이나 들어오겠습니까?


이래서 수도성소는 신비입니다.

비단 수도성소, 사제성소만이 신비가 아니라,

세례로 뽑혀

하느님의 자녀가 된 신자들의 성소 또한 신비입니다.

 

우연이 아닌

주님께서 뽑아 주셨기에  

수도자가, 사제가, 신자가 된 우리들입니다.


만약 수도자가 되지 않았다면,

또 만약 신자가 되지 않았다면,

우리는 지금 어디서 어떻게 살고 있을까요?

 

그러나 이런 상상, 참으로 헛되고 부질없는 일입니다.

하느님을 믿는 이들에게 ‘만약’은 없고,

지금까지 살아 온 삶이 그대로

하느님이 이끌어 주신 은총의 역사이기 때문입니다.

 

하여 한 사람, 한 사람의 삶의 역사가

하나의 고유한 살아있는 성경책이라는 게 저의 지론입니다.

 

내 삶의 성경책을 잘 Lectio Divina(성독)해 보면

굽이굽이 하느님 은총의 발자취를 발견할 수 있을 것입니다.


마티아가 사도로 뽑히는 과정, 전혀 즉흥적이지 않습니다.

삶 전체를 잘 들여다보면

은연중에 부르심을 알아 챌 수 있습니다.

 

성소의 위기가 왔을 때 내

삶 전체를 Lectio Divina 하면서

내 성소를 객관적으로 확인해 보는 작업이 너무 중요합니다.


“주 예수님께서 우리와 함께 지내시는 동안

  줄곧 우리와 동행한 이들 가운데에서 한 사람이

  우리와 함께 예수님 부활의 증인이 되어야 합니다.”


이런 객관적 조건이 충족된 두 사람 중에서

사도로 뽑힌 마티아입니다.

 

하느님의 계획에는 이미 사도직을 버리고 떠난 유다 대신에

마티아가 사도로 점지되어 있었을 것입니다.


“너희가 나를 뽑은 것이 아니라 내가 너희를 뽑아 세웠다.”


주님의 이 분명한 말씀이 우리의 자랑이자 긍지이지만

이 부르심이 교만이 되어선 곤란합니다.

 

그래서 감사와 찬미로

이 부르심의 은총에 충실히 응답하는 것이

우리에겐 절대적입니다.

 

또 저절로 성소가 보장되는 게 아닙니다.

 

사도로 뽑혔던 유다는 성소를 소홀히 한 결과

주님을 배반하여 사도직의 성소를 잃었습니다.

 

하여 우리의 정주,

수도승다운 생활,

순종의 세 서원,

기도와 노동과 성독의 매일의 수행들,

부르심에 대한 응답이자 주님 향한 사랑의 표현입니다.

 

이런 수행들의 응답을 통해

끊임없이 성소의 나무를 가꾸고 돌보고 지키는 것이

우리의 책임이자 의무입니다.

 

우리가 피곤하고 힘들어도

매일 미사와 성무일도에 충실하고

제가 매일 강론을 쓰는 것들 모두가

성소를 지키기 위한 노력이자 몸부림입니다.


“내가 너희를 사랑한 것처럼 너희도 서로 사랑하여라.”


막연한 서로 사랑이 아니라,

우리를 뽑아주신 주님의 사랑에 감사하면서

이웃 형제들의 성소를 소중히 지켜 주는 사랑입니다.

 

 내 성소가 소중하듯이

이웃 형제들의 성소도 하나같이 소중하기 때문입니다.


오늘도 부활하신 주님은

이 거룩한 미사를 통해

우리를 다시 뽑아주시고

풍성한 은총을 주셔서

우리 삶의 자리로 파견하십니다.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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