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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363) 93년의 마지막 진실 / 이상태 선교사님
작성자유정자 쪽지 캡슐 작성일2007-05-14 조회수1,012 추천수8 반대(0) 신고

 

 

 

 

5월 둘째주 부활 제6주일

"누구든지 나를 사랑하면 내 말을 지킬 것이다.

 그러면 내 아버지께서 그를 사랑하시고, 우리가 그에게 가서

 그와 함께 살 것이다." (요한 14,23-29 )

 

 

         93년의 마지막 진실

 

                                                           글쓴이 : 이상태 선교사

 

 

93세의 젬마 할머니가 오락가락 자꾸 헛소리하시는 것으로 보아 얼마 못 사실 것 같다는 며느님의 소식을 듣고 아내와 같이 방문했다.

 

 

 

노환으로 누워만 계신 할머니의 야윈 손을 붙잡고 기도를 드린 후

"이제 좋은 곳으로 가실 거니까 마음 푹 놓으세요." 했다.

 

그러자 할머니는 우리와 눈을 맞추며 아주 희미하고 약한 목소리로 무슨 말씀을 하셨다.

우리는 할머니 입에 귀를 갖다 대고 신경을 곤두세워 들었다.

 

"그래, 착하게 살아야 해."

"보통사람을.....  형제같이....  사랑해....  ."

"잘 살아라. 잘 살아야 해..... "

 

떨리고 힘없는 목소리였지만 확실히 알아들을 수 있었다.

 

"네 알겠어요. 그렇게 할게요. 걱정하지 마세요."

 

그러자 할머니는 말씀을 멈추셨다.

뒤에서 큰 아드님이 말씀하시길,

"그냥 헛소리하시는 거예요. 신경 쓰지 마세요."

 

물론 아드님께는 할머니의 웅얼거림이 들리지 않았음에 틀림없다.

할머니의 유언을 가족 대신 들은 우리는 그 말씀을 가족들에게 알렸다.

 

'정말요? 그런 말씀 하실 분이 아니신데.... 이상하네요..."

 

 

집으로 돌아왔지만 할머니의 말씀이 내내 가슴에 돌덩이로 남았다.

우리는 자신들이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이야기엔 귀를 기울이고 또 자신들이 듣고 싶은 이야기에만 신경을 곤두세운다.

 

내가 지금 듣고 싶은 이야기는 뭘까?

내가 지금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는 뭘까?

내가 마지막에 듣고 싶은 이야기는 뭘까?

내가 마지막에 남기고 싶은 말은 뭘까?

 

 

밭일을 하다 쳐다본 하얀 구름이 너무도 아름다웠다.

돌도 산도 나무도 아름다웠다.

한순간 느낄 수 있었다.

주위의 수많은 사람들을 통해 하느님은 당신의 자비를 말씀하고 계시지만 나는 그저 헛(?)소리라고 생각하여 잘 들으려 하질 않았음을.

내 안에 나를 향한 당신 사랑의 애달픔을 알려주고 계셨지만 내가 관심을 기울이지 않았음을.

 

 

며칠 후 할머니가 돌아가셨다.

 

"이제 가면 언제 오나 오실 날을 알려주오!"

"어~ 여! 어어~ 여! 어이가리 어~ 여! 어이~ 여!"

"북망산천 머다더니 내 집 앞이 북망일세!"

"어~ 여! 어어~ 여! 어이가리 어~ 여! 어이~ 여!"

 

아름다운 꽃상여였다.

 

 

할머니는 살아온 93년의 마지막 진실을 알려주셨다.

 

"네 이웃을 네 몸처럼 사랑하라."고 .

 

우리는 혼신의 힘을 다해 그분의 말씀에 귀기울였고 그래서 그 말씀을 들을 수 있었다.

 

 

                     ㅡ 출처 : 가톨릭 다이제스트 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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