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미사

우리들의 묵상/체험

제목 할아버지의 수염.
작성자윤경재 쪽지 캡슐 작성일2007-05-15 조회수776 추천수3 반대(0) 신고

 

 

<할아버지의 수염>


“이제 나는 나를 보내신 분께 간다.”

“보호자께서 오시면 죄와 의로움과 심판에 관한 세상의 그릇된 생각을 밝히실 것이다.” “그들이 죄에 관하여 잘못 생각하는 것은 나를 믿지 않기 때문이고,  그들이 의로움에 관하여 잘못 생각하는 것은 내가 아버지께 가고 너희가 더 이상 나를 보지 못할 것이기 때문이며, 그들이 심판에 관하여 잘못 생각하는 것은 이 세상의 우두머리가 이미 심판을 받았기 때문이다.”(요한 16,5-11)




  어느 수필가의 글에서 이런 내용을 읽은 적이 있습니다. 할아버지와 손자가 한 집에 살았습니다. 그 할아버지는 아주 엄격하신 분이었지만 손자에게는 한 없이 사랑을 베풀고 있었습니다. 그 손자도 자기를 귀여워 해주시는 할아버지를 무척 따르고 있었습니다.

  하루는 손자가 할아버지 무릎을 베고 잠을 자다가 눈을 떠 보니 할아버지의 멋진 수염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문득 한 가지가 궁금해졌습니다.


“할아버지, 할아버지 수염이 아주 멋있어요.”

“허허, 그 녀석. 너도 내 나이 되면 이렇게 멋진 수염이 나온단다.”

“그런데 할아버지. 할아버지께서 주무실 때 그 수염을 이불 안에 넣고 주무세요? 아니면, 내 놓고 주무세요?”

“응? 글쎄다. 잘 모르겠구나. 그럼 오늘 밤에 잘 살펴보고 내일 이야기 해주마.”


  그 할아버지는 과연 자신이 수염을 이불 속에 넣고 자는지 아닌지 생각해 보지 않았습니다. 손자의 맹랑한 질문을 받고 보니 자신도 궁금해 졌습니다. 그래서 자면서 수염을 넣어보기도 빼보기도 하였지만 도무지 어떤 게 옳은지 알 수 없었습니다. 수염을 이불 속에 넣으면 답답하고 빼면 왠지 허전하고, 그렇게 긴긴 밤을 이리 뒤척 저리 뒤척이며 새다가 늦은 밤에 잠시 눈을 붙였는데 도무지 알 수가 없었습니다.


  그래서 그 다음 날 아침 일찍 궁금증을 풀려고 두 눈을 말갛게 뜨고 온 손자 녀석에게 미안하게도 하룻밤 더 지내보고 가르쳐 주마하고 얼버무렸습니다.


  이처럼 우리도 삼위일체의 신비와 성령의 현존을 분명히 의식하지 못한 채 살고 있습니다. 그렇다고 삼위일체의 신비와 성령의 현존을 부정할 수는 더 더욱 없습니다.


  요한복음에서 성령을 독특하게 부릅니다. ‘파라클레토스’ 이는 법정에서 대리로 변호해주는 사람을 뜻하는 단어입니다.  부족한 법률적 지식을 도와주어 무죄를 증언해주고, 재판 받는 피고와 같은 입장에서 보호해 주는 역할을 합니다.


  이 ‘파라클레토스’라는 단어는 오직 요한복음과 요한1서에서만 나옵니다. 요한 1서 2,1절에서는 예수 그리스도를 보호자로 부르니 결국 성령을 보호자로 일컫는 것은 요한복음서 뿐입니다.


  요한복음에서 네 번 나오는 파라클레토스 성령은 “영원히 우리와 함께 계시는 분”, “가르치시고 기억하게 해주시는 분”, “진리의 영으로서 예수 그리스도를 증언하실 분”, “주님께서 떠나가셔서 그분을 보내고, 세상의 그릇된 생각을 밝히실 분”이라고 정의 됩니다. (14,16; 14,26; 15,26; 16,7)


  이렇게 성령께 인격을 부여함으로써 하느님의 삼위 중 한 분이시라는 사실을 분명히 하였습니다. 우리가 분명하게 의식하지 못해도 하느님 삼위께서 언제나 우리를 도우시고 계시다는 것이 요한저자의 의도입니다.


  

  파라클레토스 성령께서 어떤 분이신지 이제 예수님께서 분명하게 말씀해주셨습니다. 세상이 오해하고 있는 “죄와 의로움과 심판”에 대해서도 올바른 가르침을 주셨습니다. 그것은 예수님께서 하느님 아버지께로 들어 올려져 떠나가시는 것을 믿는데서 출발합니다.


  세상의 주인이 아드님을 십자가에 달아 올려 승리했다고 믿는 그 순간 그는 패배자로 심판받은 것이며, 아드님께서 나약하게 십자가에 못 박혀 들어 올려지는 어리석음과 나약함이 바로 의로움이며, 그 아드님이 아버지께로부터 파견되었다는 것을 믿지 못하는 것이 죄입니다.


 

 







태그
COMMENTS※ 500자 이내로 작성 가능합니다. (26/500)
[ Total 27 ] 기도고침 기도지움
등록하기
※ 로그인 후 등록 가능합니다. 파일 찾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