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은 참으로 불공평합니다

사랑이 공평하다면 ‘내리사랑’이라는 말이 있지 않을껍니다

받은만큼 돌려주고, 애쓴만큼 보상을 받을 수 있다면

후회하는 사람도 상처를 받는 이도 없겠지요

정작 대우를 높이 받으셔야할 많은 분들이..

호사한 번 누려보지 못한 채로 억울함도 없이 가십니다

가장 먼저 떠오르는 분들이 ‘어머니’이십니다

오늘 백화점 푸드코트의 샐러드바를 찾았습니다

아마 처음인 것 같아요

그런데 옆에서 샐러드를 고르고 계시는 아주머니는

저희 엄마와 연세가 비슷한 분이셨습니다

아이라인 문신을 한 그분은 언뜻보기에도

희생을 하고 사신 많은 60대 어머니들과는 다른 모습이었어요

물론 입맛이 서구화된 요즘으로서는 할머니들도

서양음식을 좋아하시는 분들이 계시겠지만

일반적으로 환갑을 넘기신 어머니들이 샐러드바를 익숙하게

이용하시는 모습은 제게는 좀 생소한 것입니다

물론 예고 출신인 저는 동년배의 친구 어머니들이

서구화된 문화를 자식들에게 익숙하게 조성해주는 것을

보긴했습니다만 그것은 교육이나 경제적 수준이 높은,

퍼센테이지로 몇 안되는 소수의 이야기로 기억됩니다

전 그 샐러드바를 찾으신 아주머니를 보며

옛날 같으면 거부감을 느꼈겠지만 오늘 만큼은

참 시대를 앞서가는 아주머니인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자신이 먹고 싶은 것을 잘 챙겨먹고, 더구나 신세대 취향에 맞는

음식이 이미 익숙해 보이는 건 그만큼 그분이 스스로에게

투자를 많이 해왔다는 단면이 아닐까 싶었습니다

우리네 엄마들, 아니 적어도 우리 엄마는

자신을 챙기는 것은 늘 뒷전으로 하고 좋은 것, 귀한 것은

자식들에게 그리고 남편에게 먼저 주는 희생적인 분입니다

저는 먹고 싶었던 샐러드를 오늘 맛있게 먹지 못했습니다

엄마가 드실 몫을 내가 다 먹어왔는데 오늘도 백화점에서

나혼자 맛있는, 엄마는 잘 알지도 못하시는 소스가 뿌려진

샐러드를 먹으려하니 그 샐러드가 왠지 맛이 없었습니다

보세요... 어떤 어머니가 시대를 앞서가고 더 현명하실까요?

아낌없이 준 어머니 생각에, 임신한 딸이 샐러드를 제대로

못먹게 하시는 어머니가 현명할까요, 아니면 자신을 일찍부터

챙겨서 딸이 홀가분하게 스스로를 위할 줄 알며 인생을

즐기게끔 해주는 어머니가 시대를 앞서간 것일까요?

전 어찌 보면 후덕한 맛은 없어도 후자의 어머니쪽에

표를 던지겠습니다 제 생각이 틀린걸까요?

어쩌면 그분들은 바보일지도 모릅니다

현시대에서 바보가 대우를 받을 수 있나요...

어머니들이 아니더라도 앞서간 성인들,

궂은 일을 도맡아 묵묵히 하는 세상이 말하는 낮은 자들..

많은 사람들의 관심밖에서 소리없이 주다가 갑니다

마더데레사 수녀님은 한평생을 행려자와 병자들에게 바치고

그또한 병들어 죽어갈 때에 극진한 보살핌을 받는 것을 거부하며

지금 병상도 없이 죽어가는 많은 사람들이 있는데 나를 왜이리도

대접하냐며 그 사람들과 함께 죽어가겠노라고...

스스로 챙겨야하는데, 좀 덜주고 더 갖어야 하는데

그래야 남는자의 슬픔이 없는데 바보들은 그걸 모른답니다

기쁘게 사랑해주어야 합니다

베푸신 그 사랑이 나중에 눈물이 되지 않도록

맹목적인 희생이 아닌 바보같은 희생이 아닌

그분도 스스로를 아끼셨다는 위안을 가질 수 있도록

즐겁게 사랑해주셔야 합니다

그래도 바보가 계시다면,

그땐 똑똑한 옆사람이 바보를 위해서나 자신을 위해서나

그 바보님을 극진히 보살펴 드려야 합니다

바닷물에 비해서 한 컵밖에 안되는 분량이라도 때가 되기 전까지!

백화점 푸드코트에서 때마침 바보님의 전화를 받고 전 웃었습니다

태어날 아기의 속옷을 삶아주려고 기다린다는 예의 그 바보짓을

또 하시려는 그분의 음성에.. 전 그말은 무시하고,

맛있는 샐러드를 사다 드리고 싶은 마음만 간절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