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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들의 묵상/체험

제목 "한 처음"
작성자이인옥 쪽지 캡슐 작성일2007-05-17 조회수589 추천수8 반대(0) 신고

 

 

"한 처음"

 

 

한 처음의 기운이 혼돈 위에 머물고 있을 때

 당신의 말씀이 들려왔지요  

 

아니 어쩌면 아직 어떤 말의 꼴도 갖추기 전일지 몰라요

그저 당신이 거기 있다는 기운을 느낀 것으로, 이미

뭔가가 움직이고 꿈틀대기 시작했어요

 

당신이 저를 향해 한마디 말씀을 건네셨을 때,

드디어 '한 처음'의 경이로운 세상이 펼쳐졌지요

 

 

 

 

생각해보니 저는 늘 그랬어요

당신의 말씀 한 마디에.

 

까마득하여 끝을 모르던 제 마음의 어둠은 황급히 자취를 감추고

한꺼번에 별이 달이 태양이 솟아올랐죠

 

큐! 싸인이 나면 움직이기 시작하는 배우들처럼

당신의 말씀 한마디에.

 

 

물결치는 푸른 바다도 되고

푸른 희망 돋아나는 평원도 되고

온갖 과실을 산출하는 과수원도 되었습니다. 저는.

 

당신의 말씀의 위력이 어찌나 컸던지

말씀 한마디 없는 그 오랜 침묵의 기간에 조차

 

바삭바삭 메마른 황무지도 되고

버려진 농토도 되고, 잿더미만 남은 민둥산도 되었지요. 자주.

 






 

 

당신을 빼고는 다 있었어요. 전에는.

 

모든 것이 제자리에 자리를 잡고 있고

필요한 모든 것이 다 갖추어져 있어서

밤이 지나고 낮이 지나도 매번 하는 소리는

좋다, 좋다, 정말 좋구나, 였는데...

 

 

그것이 전부가 아니었음을

당신을 알고서야 알게 되었지요. 비로소.

 

 

한쪽 갈비뼈에서 휑휑 소리내던 바람이 

어디에서 불어 오는 것인지

무엇 때문에 소리를 내는 것인지도.

 

 

눈썹을 쓰다듬어주고

팔베게를 해줄 이를 그리는 게 아니예요

 

긴 말을 하지 않아도 속을 알 수 있는 사람

말같지 않은 말이라도 들어줄 사람

 

그렇게 말을 섞을 사람

말을 거들 짝이 필요했던 거지요 

 



오랜 정적을 깨고 당신이

제 시간 안으로 뚜벅뚜벅 걸어오셨을 때

그때가 저에겐 그런 '한 처음'이었습니다

 

어디 그런 적이 한두번 뿐이었겠냐고 슬쩍 놀리셔도

매일 매 순간이 다시는 오지 않을 '처음'임을 알기에

당신이 부르실 적마다 저는 '한 처음'입니다

 

어디 저에게만 그랬겠느냐고 짖궂게 구셔도

당신의 한마디를 생명의 숨으로 받아들이는 저이기에

여전히 저에게는 사랑의 기운으로 충만한 '한 처음'입니다

 

 

 

그래요

전 오늘 밤도 '한 처음'이 되어

당신 앞에 제 온 세계를 활짝 열어놓습니다

 

 

 

어서 오세요. 그대여

제 마음 한 가운데 숨겨둔

누구도 들이지 않은 처녀림으로 당신을 안내합니다

금줄을 걷어치우고 문을 활짝 열어 당신을 맞이합니다

 

아무도 들이지 않았다는 걸 믿지 못하겠지만

그 역시도 매 순간이 '처음'이기에 '한 처음'입니다.

 

아무나 새 세상을 열 수 없기에

또한 '한 처음' 입니다.

 

사랑하는 이의 말이어야 천지를 바꿀 힘이 있고 

사랑하는 이의 말이어야 황무지 밑에서 안개가 솟는답니다

사랑하는 이의 말이어야 생명의 강물이 되어 온갖 나무에 열매맺게 하고

사랑하는 이의 말이어야 보석이 되어 알알이 영롱한 빛을 낸답니다

 

 

당신의 한 마디 말에 내 뼈들은 일어나고

당신의 한 마디 말에 내 살들은 녹아들고

당신의 말씀 마디마다 내 생명은 살아나서 꿈틀대고

그렇게 한 처음의 사랑의 역사는 다시 시작될 것이니....

 

 

- 비가 촉촉히 내리던 이천 칠년 오월 어느 날 밤에.... 

 

 

 

 

창세기 필사를 시작하면서 새 마음으로 '말씀'을 맞이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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